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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특집① 알바들의 노동조합 '알바노조'71.5호(18새내기)/대학IN 2018. 4. 1. 17:33
알바들의 노동조합 ‘알바노조’
알바노조 가톨릭대학교 분회장 김승연
알바도 노동자다
새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혹시 알바노조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알바노조는 처음 들어보았을지라도 ‘아르바이트’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한국은 알바 공화국, 알바 선진국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해도 알바구인은 끝도 없이 넘쳐 나오고, 알바 없이는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곳곳에서 알바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도 언젠가는 알바를 해보았거나, 친구가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하게 될지도 모르죠. 아마 ‘알바’라는 단어는 여러분의 일상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어떤가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겪는 부당한 대우에 맞서 함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모이는 공간입니다. 설령 들어본 적이 있더라도 아르바이트만큼이나 이게 나의 일이란 생각은 많이 안 해봤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고스란히 내 안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임금을 받고 하는 모든 일은 노동이지만 한국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을 노동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대신 ‘알바’와 ‘학생’을 합친 ‘알바생’이라는 단어를 쓰죠. ‘알바생’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이지만 알바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관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단어입니다.
알바노조는 출범 이후 ‘알바도 노동자다’라는 주장을 해오며, 알바생을 알바노동자로 표현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알바생이라는 용어는 알바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은폐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알바 노동자는 돈을 지불하고 쓰는 나무젓가락이나 비닐봉지 같은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입니다.
알바, 어디까지 당해봤니?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는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가장 열악하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알바가 사라지면 세상이 다 멈춰버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정작 알바노동자는 최저시급을 받고 일을 합니다. 분명 온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왜 돈 걱정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지 슬퍼집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최저시급이 낮은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비극은 근로기준법에 맞는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알바 사업장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많은 편의점이 알바노동자에게 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도 지급하지 않고, 최저시급 미만의 임금을 주고 있습니다. 베스킨라빈스,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계열의 사업장 90% 이상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통계도 나왔습니다.
최저시급 문제를 말하기 전에 법부터 지켜달라고 요구해야하는 현실입니다.
-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해고통보를 문자나 전화로 받은 경우
-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을 당연하다는 듯이 주지 않는 경우
- 지각을 하거나 계산 실수 등을 이유로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제하는 벌칙 조항이 있는 경우
-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 휴식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
- 갑을 관계에서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듣거나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경우
- 산재 처리를 알바의 실수 탓으로 돌리며 거부하는 경우
이 외에도 알바를 하다보면 겪게 되는 부당한 사건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엔 많은 어려움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알바에서 겪은 일 때문에 화가 나고, 답답해도 고용노동청까지 찾아가는 일은 극히 드물죠. 그 이유는 여러분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가 알바노동자를, 당신을 그렇게 당해도 괜찮은 위치인 것처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모 국회의원이 청년들과 대담하는 자리에서 ‘알바를 하면서 받은 부당한 일도 하나의 경험이라 생각하면서 사장을 잘 설득할 줄 알아야한다.’고 무책임한 발언을 해 큰 논란을 빚었는데요. 정말 우리가 경험해야 할 것은 내가 겪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래서 두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하고 나의 권리를 되찾아 오는 것 아닐까요?
알바가 세상을 바꾼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일이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임을 알았을 때 우리의 고통은 위로가 되고,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게 합니다. 그것은 내 개인적인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제로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힘이 됩니다.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원’을 처음으로 주장했던 노동조합입니다. 알바들이 먹고 살기 힘들단 얘기를 세상에 외치며 최저임금 1만원을 시민들에게 처음 알렸을 땐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알바들을 더 많이 만나고, 함께 어떻게 이 것이 가능한지 알아가고, 맥도날드 앞에서, CGV 앞에서 내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최저임금 1만원’은 어느 덧 현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알바노조가 홍대거리에서 행진을 하면 그걸 본 시민들이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알바에서 겪는 문제는 참 다양합니다. 임금이 낮은 것도 문제이지만 일터에서 겪는 성차별이나 안전위험 등은 아직도 개인이 감내해야 할 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회사가 요구하는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다고 벌점을 받던 알바가, 17분 안에 배달을 해야 해서 안전 주행을 포기한 알바가 모여서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한다면 세상은 그러지 않았을 때와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실제로 알바노조는 사장님의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으로 고통 받았던 알바노동자를 만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똑같은 사장님에게 똑같이 성희롱을 당했던 이전 알바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증언은 더 큰 힘을 입어 결국 그 사업장은 인권위 주관의 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 받았습니다. 물론 알바들이 겪는 문제와 부당함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모여서 이야기하는 힘은 혼자였을 때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세상은 더딜지라도 변화해 갑니다.
그래서 알바노조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노동자들과 함께합니다. 부당하게 해고된 알바의 복직을 위해 나서는 한편, 체불임금 등 부당한 대우에 관해 문제제기하고, 진정 을 넣고, 단체교섭을 합니다. 아르바이트 관련 정보 제공과 정책 제안, 실태조사 등을 통해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알바라면 알바노조
알바노조를 소개하기엔 너무 짧은 글이었지만 이 글이 새내기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롭게 싸우지 말라고, 혼자서는 힘들다는 걸 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조합원이 되는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여러분이 알바를 한다면, 알바를 하다 부당한 일을 겪었다면, 그리고 그런 일을 더 이상 다른 누군가가 겪지 않기를 바란다면 알바노조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 함께 고민하는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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