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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생리공결제를 말하다54호/가대林 2010. 11. 13. 21:31
수습위원 수연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울적했던 것이 이유가 있었다. 강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배에서 살살 통증이 온다. 배탈이 난 것과는 다른 느낌. 강의는 들어야 되는데 집중은 안되고 점점 식은땀만 난다. ‘어차피 집중도 안 되는데 그냥 나갈까?’, ‘이번 강의만 어떻게든 들어보고 다음 강의 교수님께 부탁드려볼까?’, ‘그런데 허락 안 해주시면 어쩌지? 아, 허락이고 뭐고 어떻게 말해.’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고통을 이겨보려고 실천하지도 못 할 생각들을 하다가 결국엔 끝까지 참아내고야 만다.
2010년 2학기, 성심교정에선 ‘생리공결제’가 시범운영됩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위와 같은 고초를 겪는 여학우들에게 작지만 큰 위안이 될 소식을 하나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2학기부터 성심교정에서는 ‘생리공결제’가 시범운영 된다고 한다. 비록 학기 중 한 달에 1회, 최대 1일 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며 공결발생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해당 교․강사에게 제출을 해야 해, 개인차가 심한 생리에 관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시범운영은 지금까지 참는 것 외엔 해법이 없었던 성심 여학우들에게 있어서 든든한 대비책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이번에 시범운영하게 된 ‘생리공결제’는 여성들의 건강권과 인권보장의 차원에서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공적인 것으로 인정하여 출석으로 처리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2006년 중앙대와 제주대 등이 처음으로 도입하여 2007년 연세대, 서강대 등이 조금씩 도입해 나갔다. 이렇게 각 대학들의 ‘생리공결제’의 도입 시기를 비교해 볼 때 우린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생리공결제’ 자체가 가지는 실효성 문제에서부터 운영 과정 및 역차별문제까지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조금은 늦지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달기도 쓰기도 한 ‘생리공결제’
생리공결제
찬성
반대
중립
여학우
80%
3.6%
16.4%
남학우
68.2%
15.3%
16.5%
▲2010.3.4 본교 김제동 강연회에서 약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10년 3월 4일 총학생회는 본교 ‘김제동 강연회’에서 약 300명을 대상으로 ‘생리공결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 그 결과 여학우의 80%, 남학우의 68.2%가 ‘생리공결제’에 대한 찬성의견을 보였으며, 그 밖의 총학생회와 단대 학부장 등이 참여한 확대간부수련회에 모인 약 100여명 정도의 의견 수렴 결과, 역시 긍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성심교정엔 비교적 여학우의 비중이 크기에 ‘생리공결제’ 시범운영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시범운영이 될 곳이 학점에 민감한 대학가인 만큼 이것이 민감한 사안임은 부정할 수 없다.
우선 ‘생리공결제’ 도입에 대해 동의하는 측의 의견은 이렇다. 생리 즉 ‘월경’이라고 하는 현상은 단순히 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즉 생리로부터 나타나는 생리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성이라는 존재에게 나타나는 공통의 문제이다. 물론 월경이라는 것이 날짜부터 생리통까지 개인차가 심해 실질적으로 ‘생리공결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이를 통해 완벽하게 보장받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인 만큼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여성은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생리공결제’가 도입되더라도 이를 이용해 시험을 보지 못하거나 수업을 듣지 못하는 등의 손해는 당사자들이 짊어질 일이기 때문에 성적 등에 민감한 학생들에게 있어 오용에 관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입장이다. 1
하지만 반대 측은 여전히 ‘생리공결제’ 도입 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 바로 오용 문제라는 의견을 낸다. 생리기간이 아닌데 다른 목적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이 제도를 사용함으로써 ‘생리공결제’가 이유없는 결석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미 시행 된 고려대의 사례를 보면 오용 여부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다른 용도로 악용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학생이 41.4%나 되며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실효성에 관한 논란도 거세다. 실제 여학생들은 자신이 생리기간이라는 것을 외부에 알리길 꺼려해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는데도 불구하고 결석계를 교수가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에 덧붙여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는 서울의 어느 여자대학교의 학생 대비 ‘생리공결제’ 이용률이 33.9%에 그치는 것으로 볼 때 실효성 문제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2 3
실패와 성공 사례를 통해 보는 ‘생리공결제’
그렇다면 도입 이후 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거나 결국엔 이를 폐지한 학교들은 어디가 있을까. 우선 후자의 경우 대표적인 학교로는 서강대학교가 있다. 서강대의 경우 2007년부터 ‘생리공결제’를 세 학기 동안 시범운영을 해오다 결국 이 제도를 폐지하였다. 서강대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그 학교의 독특한 ‘FA제도’때문이었다. ‘FA제도’란 한 강의를 5회 이상 결석할 경우 자동으로 F학점으로 처리되는 제도로 ‘생리공결제’ 시행 이후 일부 여학생들이 F학점을 피하기 위해 이를 악용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결국 학교 측은 학생들의 ‘생리공결제’ 사용빈도와 주기, 학년분포 등을 조사하게 되었고 폐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게다가 출결이 성적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예민했던 것도 서강대의 실패 원인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겠다.
이와 반대로 연세대와 같이 큰 문제없이 운영되어 지고 있는 학교도 있다. 완벽한 성공이라 말하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연세대는 2007년 ‘생리공결제’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잘 시행되어 오고 있다. 연세대는 2006년부터 총여학생회의 주요 공약으로서 학우들의 설문조사를 거쳐 ‘생리공결제’를 시범운영했다. 그 이후 총여학생회는 ‘월경공결제 자료집’을 발간해 배포하는 등 학우들과 이에 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 현재 다른 타 학교들이 연세대의 ‘생리공결제’ 운영사례를 모범사례로써 참고하고 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본교 역시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닌 듯 보인다. 본교의 경우 서강대처럼 FA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출석사항이 성적에 연관이 큰 만큼 학생들이 이에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이것이 ‘생리공결제’ 시행에 있어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연세대의 경우 공감대 형성에 대한 총여학생회의 노력의 결과 큰 문제없이 시행되고 있다. 이로볼때 우리 역시도 이에 관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범운영을 무리없이 성공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생리공결제 시범운영’ 우리학교는 괜찮을까?
⇒‘생리공결제 시범운영’과 관련한 몇 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23대 당찬우리 총학생회 김경용(사회학전공 04)총학생회장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성심> 앞으로 어떻게 운영 될 예정인가요?
총학생회장 사실 우리학교의 공결로 인정하는 시스템이 상당히 미흡해요. 병결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해 뚜렷하게 문서로 적혀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떠어떠한 경우에 이를 공결로 인정한다’라는 식으로 되어있고 학교의 어떤 기관이 이를 맡아서 처리를 하면 문제가 쉬운데 그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교수재량으로 운영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처음에 ‘생리공결제’를 가안으로 내놓았을 때에도 이와 관련된 것들을 공증하기 위해서 트리니티나 보건실을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했고요. 보건실 선생님하고도 몇 차례 미팅을 가져서 '선생님의 진찰을 통해 생리기간인 것을 공증하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문의를 했었는데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과정을 통하더라도 공결로 처리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교수가 결국은 재량을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그런 과정을 밟아서 교수에게 줘도 교수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무효거든요.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는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는 것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신청해서 문서를 뽑고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교수들이나 과사에 신청을 하면 인정을 하는 것으로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성심> 교수재량문제가 아직 확실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면 실질적으로 시행이 된다고 해도 제대로 운영이 될지 상당히 우려스러운데요.총학생회장 일단은 이것과 관련된 것을 논의해서 제도로서 인정을 해 받아들여 줄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교수협의회의 회의 안건으로 올라가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일단 한번 해 봅시다’ 하고 통과가 되었다는 것은 교수님들이 어느 정도 동의를 했다라는 것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막상 시행하고 보니 안 되겠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가 되기는 해요. 특히나 100명 가까이 듣는 대형 강의에서 게다가 그런 대형 강의가 강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경우에는 분명 제약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학교 측에 요청을 해서 강사 분들에게 공문을 보내 그런 지점에 대해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심> 시범운영이 성공적이라면 앞으로의 계획은요?총학생회장 내년도 총학생회가 어떻게 꾸려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총학생회 연도 별간에 인수인계가 제대로 된 경우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작년에 그런 인식을 갖고 22대 총학생회가 올해 저희한테 많은 자료와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12월 중에 구성이 되는 24대 총학생회를 통해 이러한 사안들에 있어 인수인계과정을 충분히 거칠 예정이고 이와 관련한 사항을 시범운영 뒤에 학교 측에서 정식으로 인정하는 방안에 있어 한 차례 더 미팅을 가질 예정입니다.
<성심> 마지막으로 ‘생리공결제’에 대해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총학생회장 ‘생리공결제’는 개인적으로는 보람이 있는 사업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어쨌든 한 두 사람이라도 이런 부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현실화시킨 것이니까요.
또한 그런 어려움에 따른 불편함이나 이런 것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한 반론이 ‘그것이 어떤 특정 성(性)이나 특정 집단의 편익을 위한 것이다’라는 논리 때문에 확대되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특정한 집단의 그런 약한 부분들을 인정해 주어야 그것에 대해 반대 극구에 있는 다른 집단의 약한 부분에 대해서도 서로 간에 보완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대결을 하는 그런 분위기나 논리로 가는 것보다는 서로 간에 보완해 줄 수 있는 제도를 많이 만들어서 사회적인 합의나 관용의 측면들을 많이 넓혀 나가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굉장히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시범운영 될 ‘생리공결제’가 잘 굴러가는 것은 이용하는 학우들의 의식이나 어떻게 보면 공동으로 이러한 제도를 공유함으로써 잘 가꾸어 나가는 그런 차원의 문제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학우들에게 잘 전달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또 저희 총학생회도 앞으로 조금 더 보완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2010년 ‘생리공결제’의 시범운영은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사용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신랄한 비판을 받을 수도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덤덤한 주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은 관대한 마음으로 ‘생리공결제’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에게는 절실할 수 있다고 하잖아. 다른 건 다 잊고 한 번 지켜보자’라고.
기회는 이미 주어졌고 2학기 시범운영기간동안 이 제도의 존폐여부는 학우들이 얼마나 올바르게 자신의 권리를 찾고 다른 이의 권리를 존중해 주느냐에 달려있다. 또한 학우들의 권리 개선에 관한 문제인 만큼 총학 및 모든 학우들이 새로운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하여 시행도중 서로간의 피드백이 끊임없이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며 문제점을 그때그때 보완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교수 및 학교 측의 배려도 이번 ‘생리공결제’ 시범운영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실제 경희대 같은 경우 한 달여간 ‘생리공결제’를 시범운영했고 이를 실제 시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도입이 늦어지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총학생회는 교수 및 학교 측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생리공결제’ 시범운영이 확실한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이 사례가 앞으로 학우들의 권리 개선에 있어서 좋은 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임신이 되지 않으면 보통 한 달을 주기로 자궁내막이 저절로 탈락되는 현상을 생리라고 한다. 하지만 생리라는 단어는 단순히 ‘생리현상’에서 따온 단어이기 때문에 ‘월경’이라는 단어가 보다 더 여성의 경험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여겨 ‘생리’ 대신 ‘월경’으로 고쳐쓰는 경우도 있다. (연세대의 경우 ‘생리공결제’의 명칭을 ‘월경공결제’로 바꾸었다.) [본문으로]
- 생리공결제 사용한 여대생 10명 중 4명 "다른 용도로 악용한 적 있다."-국민일보 2008.11.11 [본문으로]
- 대학가 생리공결제 논란?- 쿠키뉴스 2007.04.3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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