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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조성주
6월 중순은 각 대학에서 기말고사가 한참 끝나갈 시점이다. 대학신입생이라면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두 달여 간 또는 길게는 두 달 반 가까이 되는 대학교의 방학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기 시작하는 때일 것이다. 대학교 2, 3학년이라면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을 것이고 어학연수를 가든지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든지 하는 때일 것이며 4학년이라면 아마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하거나, 또는 여기저기 취업지원을 하고 있을 시기다. 어느 학생회는 농활이나 환경활동같은 방중사업이라는 것을 기획하고 있을 때고 동아리마다 엠티나 워크샵을 고민할 시기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이 분주히 꿈과 낭만과 불안한 미래를 고민할 시기인 6월 중순에서 7월 초까지 바로 그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싸움이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앞에서 벌어진다. 벌써 20여년째 반복되고 있는 그 싸움은 바로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매년 6월 중순이면 그 다음 연도 최저임금 액수를 두고 노동계, 경영계가 날카로운 논쟁과 언론플레이를 벌이고 정부는 그 사이에서 골치 아프다는 듯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앉아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약 200만명 정도가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마다 임금인상 또는 동결 등의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만만치 않은 숫자다. 물론 실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숫자는 200만명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딱 최저임금 수준에 걸쳐있는 만큼만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숫자도 수백만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매년 6월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의 액수를 두고 아옹다옹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대학생들과 별 관련이 없는 문제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하면 노동자들의 임금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 중에서도 보통 대학교 화장실이나 시설을 관리하는 고령층 노동자들을 떠올리는 것이 그나마 최저임금제도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의 생각일 것이다. 이야기를 조금 더 확장시키면 매년 대기업들과 노동조합들이 벌이는 임금협상시즌도 있는데 보통 춘투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주요대기업들과 노동조합들의 임금협상도 굳이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최저임금은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이나 학교시설관리 노동자들만의 이야기고 매년 노동조합과 기업들의 임금협상은 대학생들과 별 관련이 없는 문제일까? 노동자들의 임금과 대학생들의 관계는 부모들의 월급이 오르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있는 것일까?
눈을 돌려 대학생들의 현실을 한번 살펴보자. 주요 취업관련 포털사이트나 언론들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사람이 약 2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이들 중 절대다수는 20대들로 알려져 있다. 생계형 아르바이트란 대학을 졸업하거나 휴학을 한 청년들이 등록금이나 생활을 위해 아예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구직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대 구직자의 35.4%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이중 29%가 2개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투잡족인 실정이다. 또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하는 20대가 35%에 달하는 실정이다. 1
이외에도 연간 천만원에 육박하는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틈틈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까지 포함한다면 최소한 400만에서 500만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앞 식당이나 술집, 편의점, 커피숍 등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만에 달하는 생계형 아르바이트생들의 절대다수는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편의점이나 커피숍 등에 아르바이트 구함이라는 광고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임금은 대부분 해당년도 최저임금에서 결정이 된다. 물론 이는 매우 긍정적으로 현실을 희망할 경우인데 사실 대부분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25세 미만 고용의 18.8% 약 26만 명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수도권 소재 명문대학 일부 학생들이 하고 있는 과외라는 사교육 아르바이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그럼 올해 최저임금은 얼마인가? 지난 6월 지난한 논쟁 끝에 7월 초에 결정된 2011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4,320원이다. 이정도의 임금수준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의 삶에 충분할까? 2010년 현재 각 대학들의 등록금 수준은 연간 800만원에서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이유이다. 시간당 4,320원을 받아서 1년에 천만원하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대학생들은 하루 몇 시간씩 며칠을 일하면 될까? 어려운 계산이 아니다. 편의점, 커피숍, 식당, 술집 등에서 하루 8시간씩 일하면 최저임금이 시간당 4,320원이니까 하루 34,560원을 벌 수 있다. 1년 등록금을 천만원이라고 하면 하루 34,560원씩 벌게 되면 약 290일을 일하면 연간 대학등록금 천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1년에 290일이라. 1년은 365일이 있고 일요일은 대충 52일이 찾아온다. 요즘은 주5일제가 일반적이니까 1년에 법정공휴일까지 하면 한 120~130일 정도를 쉴 수 있을텐데 290일을 하루 8시간씩 일해야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니. 그러니까 휴일도 없이 주 6일을 하루 8시간씩 일해야 대학등록금을 벌 수 있다. 자, 이렇게 해서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대학생은 학생인가? 아니면 노동자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2년간 대학등록금이 동결되었고 이에 따라 기존에는 약 330일을 일해야 했는데 이것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대 내내 대학등록금은 물가인상률의 몇 배에 달하는 인상률을 보였다.
<2000년대 국공립대 및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과 물가인상률 비교>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국공립대
4.9
7.4
7.4
9.4
7.3
10.0
10.2
사립대
5.9
6.9
6.7
5.9
5.1
6.6
6.6
물가인상률
4.1
2.8
3.2
3.6
2.8
2.2
2.5
지난 2000년대 물가인상률의 2-3배씩 대학등록금이 인상되는 동안 최저임금은 물가인상률의 수준에서 인상되었다. 심지어 2009년에는 물가인상률보다 적게 인상되었다. 이렇게 되면 어려운 계산을 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최저임금과 대학등록금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알바를 통해서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되고 대학생들은 다시 학자금 융자에 손을 대야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학자금 융자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럼 다시 학자금융자를 갚기 위해 알바를 하던지 졸업 후에 빨리 취직을 해야 하는데 청년실업이 해소되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따라서 20대 후반에 소위 생계형 알바, 한국형 프리터족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형 프리터족은 프리터족의 원류인 일본과 사뭇다르다. 그나마 조그만 방 하나를 가지고 알바를 하며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는 그런 프리터족이 아니다. 매달 학자금 융자빚을 갚고 취업학원 학원비를 내고 생계를 꾸려가는 그런 사람들이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다수의 대학생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 생활을 한다. 2
하루 8시간씩 1년에 290일을 일하면 공부는 도대체 언제할 것이고 취업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이런 계산이 의미가 없는 것은 이렇게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마련하거나 학자금 융자를 통해 빚을 내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학자금 융자 지원제도의 이자는 연간 6%가 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대출제도 중 이자가 가장 높은 것이 대학생 학자금 융자제도이다. 이쯤되면 당황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저임금을 가지고 이런 계산을 하는 것이 너무 극단적인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따르면 그 기준이 되는 모델은 바로 ‘20대 독신 청년’이다. 아마 대다수의 대학생들, 또는 20대들이 몰랐던 사실일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의 기준으로 삼는, 그러니까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과연 어느정도의 임금이면 이 집단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면서 고려하는 가장 기본적인 대상이 바로 20대 독신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었고 취업준비 등으로 인해 휴학을 한 두번정도 하는 것은 기본이 된 지금 20대의 절대다수가 대학생 또는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임은 당연하다. 따라서 최저임금에 가장 이해관계가 큰 집단은 사실 20대 대학생들인 것이다.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보기도 하고 가장 큰 피해를 보기도 하는 집단이 20대들, 그리고 그 중에서 대학생들이다.
자, 다시 대학가 앞의 거리로 나가보자. 대학가 앞에 가면 훼미리마트 등의 편의점, 던킨도너츠 등의 도너츠 가게 등에서는 버젓이 시간당 2100원, 시간당 3100등의 아르바이트를 구한다고 써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도 법정 최저임금은 4,110원이다. 이 돈은 권장임금이 아니다. 시간당 이 아래로 임금을 줄 수 없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은 먼 나라 이야기다.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가 제대로된 단속도 하지 않고 아직 우리사회에서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15세부터 39세까지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을 지향하는 ‘청년유니온’은 올해 5월과 6월에 전국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청년들의 절대다수는 대학생들이었고 이들 중 60%이상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들 중 80%이상이 최저임금제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당장에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최저임금보다 못한 임금을 수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임금수준>
지역별
시급
전체
3000원 미만
3000-3999원
4000-4110원
4110원 이상
서울
0%/0
18%/41
30%/69
53%/122
232
경기
1%/1
54%/56
23%24
22%/23
104
광주
6%/2
82%/27
3%/1
9%/3
33
부산
9%/4
69%/31
18%/8
4%/2
45
전주
38%/5
62%/8
0%/0
0%/0
13
대전
0%/0
100%/8
0%/0
0%/0
8
기타
11%/1
44%/4
22%/2
22%/2
9
전체
3%/13
39%/175
23%/104
34%/152
444
대한민국의 우리 대학생들은 아직 자신의 법적인 권리를 요구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사회가 바로 누구를 최대의 피해자로 만들어서 발전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듯하다. 한 똑똑한 청년이 이야기한다.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라서 오히려 기업들도 곤란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최저임금이 우리 대한민국의 성장수준보다 더 많이 올랐단 말인가? 한번 자료를 찾아보자.
<최저임금, 국내총생산, 국민총소득 인상 비교(1988-2007)>
최저임금 정액급여 임금총액 국내총생산
(억원)국민총소득
(억원)1988년 114,000 316,407 446,370 1,371,115 1,361,792 2007년 727,320 1,991,519 2,683,203 9,011,886 9,025,413 6.38배 6.30배 6.01배 6.57배 6.63배
표에 따르면 지난 1988년부터 2007년까지 최저임금은 6.38배 올랐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은 6.57배 증가했고 임금총액은 6.01배 증가했다. 국민총소득은 6.63배 증가했다. 최저임금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비해 더 많이 올랐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청년들,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등록금은 몇 배가 올랐는가? 최소 6배 이상 올랐다. 청년비정규직은 몇 명이나 늘었을까? 최소 10배 이상 증가했다. 취업률은 얼마나 올랐나? 현재 대한민국 청년의 취업자 수는 1979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우울한 이야기지만 지난 20여년 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의 상당부분은 대량의 청년실업과 비정규직화를 토대로해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들의 삶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최저임금은 그에 걸맞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최근에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단순히 저임금 고령층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하면서 ‘국민임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모델이 20대 독신 청년이고 수백만에 달하는 대학생,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웬만한 대학들은 매년 초가 되면 학교 총학생회와 대학본부간에 등록금 인상률을 두고 협상을 진행한다. 학생들이야 등록금 인상률이 낮아지기를 바라고 대학본부는 한 푼이라도 더 올리려고 노력한다. 여하튼 대학등록금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학생들과 학교가 협상테이블에서 서로의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협상을 하는 정도는 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기업에 있는 노동자들은 매년 봄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기업 측이 임금인상률을 두고 협상을 한다. 그런데 대학생들, 청년들의 임금인 최저임금은 누가 누구를 대표해서 협상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지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대학생들, 청년들 입장에서 최저임금 협상이 진행된 적은 없다.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의 대표가 협상테이블에 앉아 본적도 없다. 정작 청년들, 대학생들의 임금이 결정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난 2년간 대학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되었다. 2008년에 대학생들 1만명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등록금 동결을 외치며 시청광장앞에 모였다. 당시에 정부는 사복체포조를 투입하겠다고 말 할 정도로 당황했었고 지나치게 높은 대학등록금에 대한 사회여론이 형성되자 결국 이후 2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던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이 성과를 본 순간이었다. 결국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기고 하고 부족하나마 학자금 융자제도가 개선되기도 했다. 만약 6월 말, 대학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다시 수만명의 대학생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건물 앞에 모인다면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가 아니라 ‘평균’임금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르바이트든 비정규직이든 최소한 받아야 하는 평균적인 임금으로 최저임금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최대의 수혜자가 바로 20대, 대학생들이 될 것은 확실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친구들은 편의점에서 어디 식당에서 술집에서 아픈 어깨를 두드리며 틈나는대로 토익책, 전공책을 들여다보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러고 있을 수도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대학생들, 20대들은 자신들의 노동의 대가를 정정당당하게 찾아와야 할 때가 되었다.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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