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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대학소비와 대학문화의 중심, 세종대 생협을 찾다!54호/가대林 2010. 11. 13. 21:50
편집위원 초롱
들어가며
얼마 전, 연세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힘으로 모 대형 서점의 대학 내 입점이 취소된 일례가 있다. 지난 해 연세대 측에서는 기존에 학내에 존재하던 서점 ‘슬기샘’을 폐점하고, 모 대형 서점의 입점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연세대 생협에서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학생 측과의 논의 부재를 근거로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였다. 그 결과 학교 본부의 결정이 취소되고, ‘슬기샘’의 운영이 보장된 것이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학내에 생협이 존재하는 대학에서는 생협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고, 학교 내에서의 영향력도 점차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톨릭대에는 생협이 존재하지 않고, 이 때문인지 생협에 대해 잘 모르는 학우들도 많다. 이에 성심교지에서는 학교 본부 측의 부당한 처사 속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종대 생협을 통하여 대학생협이 어떤 것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리고 이와 연계하여 생협 내의 ‘착한’ 소비활동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생협을 통한 보다 건강하고 인간적인 대학소비와 문화 및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래서 생협이 뭔데?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을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 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협동조합의 개념이 의식주 등의 생활 속에서 이루어질 때 ‘생활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겠고, 이것이 지역사회에서는 ‘지역생활협동조합’이 되고, 대학 내에서는 ‘대학생활협동조합’이 된다.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대학생협)’을 다시 이야기하자면 ‘대학의 구성원인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대학 안에서 합리적인 소비생활과 쾌적한 면학환경,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문화생활에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등 보다 나은 대학생활을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협동의 단체’ 1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2
그렇게 대학생협은 출자자, 운영자, 소비자의 세 주체 모두가 동등한 자격을 갖춘 학생 또는 교직원으로 구성되며, 비영리 기구로서 착한 대학소비와 대학문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착하다’는 것은 ‘대학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대학의 정체성과 교육철학을 매장과 사업에 반영하여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 형성에 기여함’(<생협 바로알기 | 인간의 영혼을 가진 협동조합>참조)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생협 운영 시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학생들을 위한 복지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최소한의 가격으로 양질의 복지를 누릴 수 있고, 사업의 대부분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므로 대학생들을 위한 생활문화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곤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400여 개의 대학 중(전문대 포함) 단 21곳에서만 생협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대학생협의 영역은 아주 미미하다. 그렇지만 생협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 중에서는 생협의 역할이 학생들의 대학생활 및 문화에 큰 영향력을 가지기도 하는데, 서울지역에서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생협 중 하나가 바로 세종대의 생협이다.
세종대 생협을 찾다!(사진)
1. 우정당 식당
2. 매점
3. 자판기
4. 카페
5. 임대매장
6. 교직원 식당
7. 다양한 대학생활문화활동
세종대 내의 생협 매장을 취재하며, 세종대 생협의 이사장 문효규(기계공학 ․ 3)씨와 사무국 조직담당 손용구 팀장을 만나보았다.
성심_ 세종대 생협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팀장_ 예전에는 학교 본부에서 복지사업을 운영 했었어요. 그러다가 87년 이후에는 당시 총학생회 산하에 있는 학생복지위원회가 복지시설을 운영을 했는데 1년 단위의 사업을 하다 보니까 문제점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96년에 복지사업공동관리위원회가 만들어 집니다. 98년에 생협법이 통과되자, 생협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2001년도에 생활협동조합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350-360명 정도로 시작해서 지금은 3,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있고, 사업 규모도 많이 늘었고요. 4
이사장_ 현재 교내에서 3개의 학생식당, 1개의 교직원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매장 다섯 군데, 자판기, 카페, 도서관 사물함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또 혼자 사는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때 택배 받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도 해드리고 있어요. 학내 임대 사업장으로 안경점, 여행사, 이발소, 사진관, 화장품점 등을 운영하고 있고요. 또 마일리지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도 있습니다. 이외에 생활문화활동과 학생 편의활동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성심_ 조합원은 생협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 건가요?팀장_ 일단 조합원이 되면 각종 위원회 활동도 가능하고요. 그것을 바탕으로 대의원도 될 수 있고, 이사가 돼서 직접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어요. 행사마다 다르긴 한데, (이번에 진행되는 행사인) 자전거 생태기행 같은 경우는 다른 학생들과 비용의 차별을 두고 있고요.
가장 큰 특징은 위원회를 구성해서 자발적 모임이 형성되고, 그 모임을 통해서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도서관 사물함에 불만이 많았어요. 그것을 풀기 위해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용하는 학생들이 참여해서 분양방법, 분양비용, 사후검토까지 진행했어요. 학생들이 직접 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학생들 눈높이에서 진행이 되다 보니까 원만하게 진행되었죠.
성심_ 얼마 전 학교 측과의 마찰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요?팀장_ 아직도 대화중입니다. 참 어렵죠. 본질적으로 학교 복지 사업을 어떻게 보는지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많은 대학에서 수익사업으로 보는 측면이 강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복지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고, 생협 자체는 비영리 기구이다 보니까 운영의 목적이 달라요. 이게 사회적 분위기와도 연관이 되는 것 같고요. 사실 초중고대학교 중에서는 대학의 원가 비 식당가가 가장 낮아요. 학교가 약간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추가의 수익을 더 내려니까 무리수를 두게 되고, 학생들한테서 밥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거든요. 사회적으로는 안전한 먹거리, 로컬 푸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성심_ 학교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를 가지고 압력을 가하는 것인가요?팀장_ 가장 큰 것은 수익의 문제죠. 학교 측에서는 지금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수익성이 떨어진다, 정규직이 너무 많다는 것이에요. 또 학교에서는 생활문화활동도 부정적으로 볼 수 있겠죠. 대학에서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데서 할 수 있는데 굳이 생협에서 그걸 하느냐는 식이죠.
이사장_ 그렇다고 저희가 무조건적으로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요즘 같은 시대에 그렇게 무조건 우리 것만 고수하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상업시설이 생협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생협은 분명히 상업시설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을 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저희는 상업시설과 생협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오로지 이익구조만 추구하고 있어요. 생협과 소통함으로써 학생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알려고 하지는 않고 말입니다.
성심_ 세종대에서는 생협을 통한 학생복지나 대학문화사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팀장_ 저희는 참여형 사업이 많은데요. 여학생을 대상으로는 천연화장품 만들기, 비누 만들기, 생리대 만들기 같은 것도 있고요. 책 벼룩시장도 있고, 작년 같은 경우는 학생들이 아이티를 돕자고 해서 바자회도 열었고요. 테마를 가지고 유기농 농활을 가기도 하고요. 자전거 생태 기행 같은 경우는 이번에 처음 시도해보는 것인데, 4대강 사업 때문에 두물머리나 양평 쪽 유기농 단지에 붕괴위기가 있어요. 그런 곳에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연을 느끼고 바람도 쐴 수 있겠고요. (이렇게) 생활문화 사업들을 펼쳐가는 것을 시험 중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사장_ 농활 같은 경우는 비대위 등 다른 단체랑 연계해서 많이 하곤 해요. 또 작년에는 아이티 지진과 같이 세계적 재해가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돕기 위해서 바자회를 열었고요. 유기농 농산물이나 채식을 알리기 위한 사업도 많이 열고 있어요. 김장담그기 행사도 하고요. 저희가 이런 행사나 이벤트를 정말 많이 열고 있는데, 이것들을 통해서 삭막한 캠퍼스 생활에서 온정을 퍼뜨리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저희 역할이죠. 5
성심_ 그럼 마지막으로 생협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이사장_ 다른 학교 학생들도 생협에 대해서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좋은 것이 있다, 우리 생협은 정말 좋다’ 이런 것들을 생협이 없는 다른 학교들은 모르잖아요. 생협 자체는 공정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잖아요. 또 생협이 사회 진출 전의 발판인 대학에서 착한 소비를 배우고, 사랑의 나눔을 체험할 수도 있죠. 경쟁 사회 속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끼게도 해주죠. 이런 것이 바로 생협의 추구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사회약자나 소외계층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도 배우게 되더라고요. 결국 생협이 무기력한 캠퍼스 생활에서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오며
필자도 취재 이전까지는 생협에 대해 말만 들어 왔을 뿐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세종대 생협 매장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정성과 열정이었다. 구성원들 스스로가 소비자임과 동시에 출자자이고 운영자이기에 매장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도 ‘내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성과 열정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학내의 복지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정말 큰 효과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톨릭대학교에도 지금 당장 생협을 만들자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들처럼 조금이라도 이런 문화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면, 불평만 하기 보다는 대안을 가지고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 한다면 어떨까? 물론 생협이라는 시스템 자체도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내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모습과 소통을 위한 노력들이 착한 대학소비와 대학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렇게 많은 학우들이 함께 행동하고 소통한다면 생협 같은 대학소비와 대학문화, 그리고 대학복지를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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