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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해답이 될 수 있을까?79호(2021)/가톨릭대와 대학 2021. 12. 3. 13:39
전민규 수습위원
어느 순간부터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더 이상 특정 이용자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상 현실 플랫폼 ‘제페토’는 출시 1년 만에 1억 3,000만 명 가입을 돌파하였으며, 이 플랫폼을 통해 열린 팬 사인회에 4,60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참여하는 등, 최근 들어서 다양한 사용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공·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기존의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SNS의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시대적인 수요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사회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교육 쪽에서 활발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교육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는데, 양방향 소통의 어려움으로 집중도가 저하되는 것이 그 중 하나였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할 수단으로 메타버스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과연 메타버스를 활용한 방식이 기존의 수업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까? 만약 메타버스의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그에 맞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메타버스의 진화
메타버스라고 하면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통념과 달리 메타버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미국의 ‘기술연구단체(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라이프로깅(Life Logging), 거울세계, 가상세계의 총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는데 흔히 가상 공간하면 떠올리는 VR같은 첨단기술부터 ‘싸이월드’나 유명 게임인 ‘동물의 숲’, ‘마인크래프트’ 등까지 우리의 일상 많은 부분에 이미 메타버스가 들어와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존에는 가상세계의 경험이 게임, SNS 등의 영역에서만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현실과 깊게 접목된 경제·사회·문화활동과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 영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데, 기존의 수업으로는 할 수 없었던 실습을 가상으로 해보거나 화면 속에서도 360도 회전하면서 실제 강의실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는 등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타버스의 활용
실제로 지난 10월 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서는 ‘중등 교원을 대상으로 학교 교육활동에서의 메타버스 활용 방안 연수’를 개최하는 공간으로 가상 세계를 활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지난 9월의 ‘디지털 뉴딜반 회의’ , 8월의 ‘디지털 분야 청년지원정책 수립을 위한 간담회’를 모두 메타버스 안에서 개최하였다. 단순한 시범 운영이 아니라 가상의 회의장에서 관계부처가 모여 안건을 발표하고 논의하는 실질적인 운영이었다. 이외에도 각종 연수나 회의를 메타버스 내에서 진행하며, 정부 차원에서 교육의 공간을 가상공간으로까지 확장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찾아볼 수 있다. 영산대학교의 경우 패션디자인과의 일부 수업을 ‘ifland(이프랜드)’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행한다.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의상을 만들고 아바타에게 입혀보면서 비대면 수업은 물론 현장 수업에서도 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직접 해볼 수 있었는데, 강의를 진행한 교수의 평가에 따르면 기존의 비대면 수업보다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기 쉽고 의사소통 또한 활발해졌다고 한다. 광운대학교의 경우에도 일부 수업을 메타버스로 운영하였으며, 서강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전문 대학원을 창설하였다. 위의 사례를 통해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메타버스가 마주한 어려움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앞서 말했듯 메타버스는 최근에 나온 개념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태껏 메타버스 기술이 교육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보편화가 생각보다 빠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 플랫폼이 메타버스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플랫폼과 다른 차별점이 존재해야 한다. 기준은 매체나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인 지향점은 비슷하다. 메타버스의 세계가 현실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존재감(presence)’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가상 세계에서 가상의 타인들과 실제로 같이 있다는 느낌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학생에게 VR과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VR은 완전히 보편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까지도 비대면 수업을 위한 기기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차별받는 학생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적인 메타버스 수업은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또한, 메타버스는 아직 법적인 측면에서 논의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법적 해결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가상 현실에서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 것인가? 이를 현실의 폭력 문제로 보고 처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일이기 때문에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화가 발생하였을 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의 경우 ‘게임산업진흥법’이 적용되어 메타버스 내의 가상재화를 현실에서 환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이 기준조차 각 나라마다 달라 이후에 문제가 되었을 때 대처하기 곤란해질 수 있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이런 문제들 역시 더욱 다루기 까다로워진다.
메타버스는 과연 혁신이 될 수 있을까?
언택트 시대의 출현은 코로나 19로 인해 멈춰버린 사회를 다시 움직일 동력이 되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학교 밖에서도 여전히 교육의 특권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편리함 속에서 잊혀진 이들에게 언택트 시대는 암흑기나 다름없다. 많은 이들이 편리함을 누리는 동안, 누군가는 수업에 참여할 수조차 없어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언택트 시대의 변화는 이기적인 변화였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소외된 이들의 고통은 배제된 채 중요하지 않은 안건으로 미루어져 왔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시대는 어떨 것인가? 현재 메타버스 수업은 기존의 게임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의 메타버스 컨텐츠는 게임의 영역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이 정도의 활용도로는 기존 비대면 수업의 약점을 극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메타버스를 도입한 수업 또한 화면 안에서 시·청각 자료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기존 비대면 수업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게임 환경에 익숙하지 않거나 온라인 기기 사용에 미숙한 사람들이 메타버스 수업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언택트 시대에서는 적응의 어려움과 소통의 부재로 인해 교육 격차가 더 심해졌다. 비대면 수업을 통해서는 학습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언택트 시대 이전의 방식대로 지원할 수 없었고,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소외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타버스가 기존의 수업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든다. 현재의 메타버스 수업이 기존의 게임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여전히 소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스마트폰처럼 VR이 익숙해진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약간의 촉감만을 공유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가상 세계는 현실 세상과 다소 괴리감이 있다. 3D TV 시장이 쇠퇴했던 것은 새로운 경험이 기존의 것과 크게 차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3D TV는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달라진 건 영상일 뿐, 결국 화면 밖에 있다는 것에서 기대 이상의 몰입감을 만들지는 못했다. 현재의 메타버스도 비슷할 수 있다. 시· 청각 정보가 현실적이라고 해도 감각의 제한이 있는 한 어색해하는 학습자와 교수자가 존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 수업은 약간 더 현실적인 감각을 제공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의 비대면 수업과 차별점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화는 기존 시대의 한계를 극복할 때 비로소 혁신이 된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언택트 시대의 소외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확답할 수 없다. 충분한 고려가 없는 미래는 언택트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소외된 이들에게는 가혹할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에서 우리는
사람들은 기술적인 혁신에 대해서 비교적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가만히 있어도 변화는 알아서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무책임하다. 시대의 변화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 공백은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수동적인 태도로 기술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인식을 바꿀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섣부른 변화가 약자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언택트 시대에서 배웠다. 처음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했을 때, 하루라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중증 장애인들이 혼자가 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해보았는가? 강의 장소를 현장에서 화면 속으로 옮겼을 때 누군가는 대학을 떠나야만 할 것이라고 고려해봤는가? 변화는 항상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조차 수많은 요소들이 연결되어 기능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충분한 고려 없이 그저 유행을, 혹은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변화만을 위한 변화가 될 뿐, 결코 혁신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메타버스가 모든 이들에게 혁신이 될 수 있으려면, 시대의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미리 문제점을 예측하고 대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택트 시대 때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ⅰ) 개인의 일상을 인터넷 또는 스마트 기기에 기록하는 것으로, ‘일상의 디지털화’라 할 수 있다. 시사상식사전 발췌
ⅱ) Virtual Reality 컴퓨터를 통해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해주는 최첨단 기술
ⅲ) 여기서 언택트는 ‘비접촉’이라는 의미로, 상대방과 직접적으로 마주하지 않고 서비스 또는 제품을 제공하는 시대를 언택트 시대로 본글에서는 정의함
1) 오지현. 네이버 AR아바타 '제페토', 5월 독립법인 분사 2020.03.16., 서울경제<https://www.sedaily.com/NewsView/1Z0801I8UA>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2) 정혁준. 내 ‘부캐’는 K팝 아이돌과 논다, 메타버스에서. 2021.08.23., 한겨례<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08682.html>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3) 김상균 (2020)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 플랜비디자인4) 신홍식, 화성지원교육청, 메타버스 가상공간을 활용한 교원 연수 실시 2021.10.26.화성신문<http://www.ihsnews.com/40708>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
5) 이선주. 영산대 패션디자인학과 메타버스로 강의 진행. 2021.10.09., 김해뉴스<http://www.gimha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405>.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6) 권혁수. 광운대, 메타버스 강의 플랫폼 활용 수업 운영.2021.10.05.,머니투데이<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00509467436696>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7) 이상우, 서강대, 국내 첫 메타버스전문대학원 세웠다,2021.11.03., 아주경제<https://www.ajunews.com/view/20211102120356412>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8) Rabindra Ratan, Yiming Lei ,What is the metaverse? 2 media and information , experts,explain.2021.09.12.,The Conversation <https://theconversation.com/what-is-the-metaverse-2-media-and-information-experts-explain-165731>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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