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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는 지금 나를 위해 살고 있는가53호 2010. 6. 11. 11:32
수습위원 수연
‘아아, 밥 들어온다. 물도 들어온다. 이게 얼마 만에 마셔보는 물인지.. 나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건지. 날 맨 날 쳐다봐주지 않아도 좋다구. 나도 이젠 귀찮으니까. 그래도 말이야 제발 끼니는 거르지 않게 해달란 말이야! 나? 밥심 하나로 사는 여자야! 흥, 그래도 좀 미안했는지 어제보단 좀 많네. 자 먼저 입속 한가득 채워 주시고 운동하러 가볼까?’
밥을 넣어 주자마자 입에 한가득 해바라기 씨를 넣고, 곧장 쳇바퀴로 달려가는 나의 햄스터.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 속에서 자고 싶을 땐 자고, 먹고 싶을 땐 먹고, 놀고 싶을 땐 신나게 놀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햄스터의 삶의 주체는 전적으로 햄스터 자기 자신이다. 그러기에 매순간 햄스터는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햄스터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벌써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폭풍같이 일주일이 흘렀다. 하나를 끝내면 2개가 더 생기는 과제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교지원고, 이번 주까지 읽어야만 하는 책들, 텝스 공부, 쇼핑, 강연회참석, 음악회, 친구언니 결혼식.... 이 모두가 내가 원했고 내가 끌어당겼기에 나에게 다가온 것들인데, 어느새 이 모든 게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 마치 달리는 차에 매달려 정신없이 휘날리는 풍선처럼 살곤 하다가 갑작스런 알람소리에 정신이 드는 나. 나는 지금 나를 위해 살고 있는 걸까?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은 뭘까? 지금 까지 나를 위해 살아보긴 한 것일까?
누군가는 말한다. “나를 위해 사는 것은 내 마음속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사는 거야.”,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사용해서 나중에 미래에 그 시간에 내가 그걸 했어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야.”, “내 인생,나에게 주어진 길을 즐기는 것이야.”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다. 내 마음속 나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즐기며 후회하지 않고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위해 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가끔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들렸다. ‘날씨 참 따스한데 잠깐만 나가서 좀 쉬는 것 어때?’, ‘잠깐 TV도 보면서 엄마 아빠와 시간을 가져봐’, ‘잠깐 노래 좀 들으면서 너의 미래를 떠올려 보는 건 어때?’, '잠깐 쉬면서 친구들과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해 생각해봐'.하지만 나는 항상 바쁘다는 핑계 하에 나를 향한 수많은 속삭임을 묻어왔던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바쁜 척하며 나를 위해 살 수 있는 기회를 나 자신이 버려왔고, 나를 위해 사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하고 다니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를 위해 산다는 것 그 답은 나 자신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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