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 밖으로 행군하라!52.5호/가대林 2010. 2. 26. 19:17
편집위원 김초롱
먼저 새내기 여러분들의 입학에 축하의 인사를 건넵니다. 드디어 여러분들은 오랫동안 꿈꾸고 갈망해오던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보통은 소위 말하는 ‘대학생의 로망’에 대해 한 번 쯤은 꿈꿔 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캠퍼스 커플(CC), 푸른 잔디밭에서의 친목모임(이라고 쓰고 ‘술판’이라고 읽습니다), 배낭여행, 열린 교육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로망’은 ‘자원 활동’에 관한 것입니다. 2009년 11월 12일, 그 단 하루를 위해 대입공부만 해야 했던 지난 몇 년 간의 감옥 같던 생활은 뒤로 하고, 이제는 대학생으로서 많은 활동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죠. 물론 지금까지와는 다릅니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그 누구도 시간을 배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저 여러분들 스스로의 용기와 관심, 그리고 마음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성심’에서는 10학번 새내기 여러분들을 위해 여러 자원 활동에 관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성심] 새날씨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어 기쁘네요. 먼저 본인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새날] 저는 사회복지학과 05학번 정새날이고요, 이번 2010년도에 졸업을 해요.
[성심] 네. 대학생이 되신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 혹시 학교에 처음 들어올 때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 기억나세요?
[새날] 저는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싶었어요. 물론 논스톱 같은 이미지들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빈곤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또 대학생이 되면 투쟁 같은 것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요.
[성심] 그렇다면 새날씨는 대학생이 되어서 의미 있고, 특별한 활동을 하셨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새날] 봉사활동 같은 경우는 제가 사회복지학과다 보니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있고, 학과나 선배들에게서 그런 제의도 많이 들어와서 그렇게 시작할 수 있었죠. 사회복지학과에 노래로 봉사하는 ‘파람’이라는 학회가 있는데, 화원종합복지관의 노래교실이라는 방과 후 활동에서 제가 선생님으로서 노래를 가르쳐 주었어요. 계속 아동에 관련된 활동을 했었죠.
[성심] 네, 그렇군요. 그런 활동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새날]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복지관에 있는 아이들인데, 감정표현 하는 것도 서툴고, 어색하고, 조절이 안 되는 애들이 많아요. 한번은 어떤 아이가 수업시간에 계속 말도 안 들어서 그냥 아예 무시를 한 적이 있어요. 제가 ‘그럼 하지 마, 저기 가서 앉아 있어’ 했죠. 그러다가 수업 끝나니까 와서 우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 내가 애한테 잘못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아무래도 아이들이랑 있다 보니까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죠.
[성심] 그렇다면 특별히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거나 아이들에게 감동을 받는 일이 있을 것 같아요.
[새날] 아이들이다 보니까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변화가 빨라서 눈에 딱 보여요. 노래봉사를 할 때 오늘 이 노래를 가르쳐 주고 다음에 오면, ‘선생님, 제가 오늘 학교에서 이 노래 가르쳐 줬어요’, ‘우리 학교에서 애들이랑 이 노래 불렀어요’라고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럴 때 참 뿌듯하죠. 또 애들이 배우고 싶은 노래 찾아오고요. 이런 게 선생님과 아이들 관계가 잘 형성 됐을 때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다문화지역아동센터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학습지도를 했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이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에게 벽이 있어서 낯도 가리고 마음의 문도 잘 안 여는데요. 그렇게 처음에는 제 말은 안 듣던 애들이 갈수록 말도 잘 듣고, 친구들끼리 싸우다가 와서는 이러쿵저러쿵 고자질도 하고요. 그렇게 아이들 마음이 열렸을 때, 그때가 가장 보람찬 것 같아요.
[성심] 네,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게 보람이 큰 반면에 힘든 일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새날] 있었죠.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열기는 힘들잖아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특히 더 힘들죠. 그래서 아이들, 특히 상처가 많은 아이들을 대할 때는 정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해요. 내가 먼저 다가서고, 내가 먼저 두드리는 노력도 많이 필요하고요. 노래봉사를 하러 갔을 때도 아이들이 너무 말을 안 들어서 그때는 정말 ‘우리가 필요한 것은 맞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 회의감도 들었고요. 그런데 사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또 우리는 어른이니까 노력을 많이 해야죠. 지금은 그런 것을 아니까 애들이 마음의 문을 못 열고 말도 잘 안 해도 제가 먼저 다가가서 툭툭 치고, 말도 걸 수 있게 됐죠.
[성심] 그렇군요. 이런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생각해 두었으면 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새날] 고등학생 때 성당에서 정기적으로 장애인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키는 일이 쓰레기통 비우는 거, 바닥 닦는 거였어요. 내가 생각했을 때는 너무 허드렛일인 거죠. 나도 그 사람들한테 밥도 떠먹여주고, 그 곳에 있는 아이들이랑 놀아 주고도 싶은데, 그런 것만 시키니까 짜증이 났죠.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일들도 복지관에서는 정말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시킨다는 거예요. 그런 일이 어떤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사람 사서 시키면 되지 않나’ 하겠지만,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현실이라는 게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그 사정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예전에 사랑나누기로 한국마약퇴치본부에서 외국 문서 번역하는 일을 했었는데, ‘이런 일도 봉사활동이 될 수 있구나’ 느꼈어요. 무조건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 라기 보다는 그런 일 말고도 봉사활동의 분야가 많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성심] 그렇군요. 참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네요.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자원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새날: 저는 사회복지학과다 보니까 특이한 케이스이고요. 보통 가좋사(http://club.cyworld.com/cuklove) 같은 데 봐도 봉사활동 구인이 많이 올라와요. 또 다른 클럽이나 커뮤니티를 이용해도 되고요. 예를 들어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 서비스(http://www.dovol.net)’를 통해서 손이 필요한 곳에 연결될 수 있어요. 이곳은 24세까지 청소년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대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거든요. 또 ‘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관리(http://www.vms.or.kr)’는 전국 봉사활동 기관에서 봉사자들 시간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인데, 여기에서는 내가 원하는 봉사활동을 찾을 수도 있어요.
[성심] 그러면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새날] 우리는 고등학생 때까지 너무 열심히 공부를 했잖아요, 자의든 타의든. 그리고는 대학교에 오면 많이 풀어지는 경향이 있고요. 그런데 대학에 왔으면 대학생으로서 사회문제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전공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는 지식인이고, 대학생이 지성인이라면 분명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야 하는 건 대학생이죠. 이런 지성인들이 많이 생각하고 비판하고 사회문제를 꼬집어 가면서 사회는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정치인이든 교수든 그들은 이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대학생들이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좀 무모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꼭 정당 활동을 하라는 게 아니라,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하면 나중에는 우리가 사회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고, 생각할 수 있게 되겠죠. 그러면 잘못된 점도 보이고, 변화시킬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 후배들이 그런 쪽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
[성심]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본인 소개 좀 해주세요.
[대규] 저는 국제관계학과 03학번 이대규입니다. 이번에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성심] 네, 감사합니다. 대규씨는 어떤 활동들을 하셨는지, 또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대규] 제가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여서 유엔 회의를 경험해보는 ‘모의 유엔’에 참여했었어요. 그때 만난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꾸준히 연락하다가 어떤 친구의 소개로 처음 외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충무로 국제영화제활동도 그런 식으로 시작하게 되었고요. 처음 하게 된 활동은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라는 행사였고, 그때 같이 했던 친구가 제안을 해서 아름다운 가게의 아름다운 커피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죠. 아름다운 커피는 그런 공정무역을 하면서 그 판매 수익금을 그 나라 사람들에게 돌려주기도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하는 사업이에요. 저는 요즘에는 물류센터에서 주문받은 물건을 포장하고요. 유명한 공정무역 단체인 영국 옥스팜에서 나온 보고서 등을 번역하기도 해요. 또 가끔씩 시장조사를 나가거나 직영카페에서 신제품을 내놓기 위한 테스트나 시음도 하고요.
[성심] 네, 정말 많은 활동을 하셨네요. 그렇게 활동하시는 중에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실 것 같아요.
[대규] 충무로 영화제 때가 가장 에피소드가 많은데요. 저는 초청팀의 VIP 의전지기여서 해외 감독님이나 배우들을 공항에서 픽업해서 호텔로 안내하고, 행사 있을 때마다 데려오고 했었죠. 홍콩 배우들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 공항에서 봤을 때는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이어서 이 사람들 배우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평범했었어요. 그런데 압구정의 미용실에서 그 사람들이 변신하는 모습을 보았죠. ‘이 사람들이 이래서 연예인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것들 보는 게 재밌었고. 또 그 사람들이 한국에 뭐가 맛있고 뭐가 재미있냐고 그런 걸 물어보면, ‘이 사람들이 우리랑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도 느꼈고요. 또 동대문에 꼭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대요. 그래서 새벽에 택시를 타고 동대문에 같이 가서 돌아다니고, 떡볶이 먹으면서 놀았던 것도 재밌었어요.
[성심] 이렇게 많은 에피소드와 사건 사고들 속에서 한편으로는 보람을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언제 가장 그런가요?
[대규] 영화제 때는 배우들이랑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생활하다시피 했었는데, 한 분이 홍콩으로 돌아가서는 저희 초청팀에게 영상메일을 보내셨어요. 한국에 있는 동안 정말 즐거운 추억거리였고, 도와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걸 받았을 때 뿌듯하죠.
또 아름다운 커피에 무역사업부라고 해서 커피를 판매하는 본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방송을 기부 받으면 홈쇼핑 방송을 하기도 하는데, 제가 일했을 때 최대 매출이 나왔어요. 그때도 참 뿌듯했죠. 또 제가 처음에 갔을 때는 건물 한 층을 사무실로 썼었는데 세 달이 지나서는 건물이 두 채가 되었고, 지금은 세 채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일하면서 사업이 성장하는 것을 봤을 때 보람을 느끼죠.
[성심]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보람을 느끼는 반면에 힘든 일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대규] 하이 서울 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외국어 안내를 맡았었는데, 서울광장에 있던 안내 데스크에 술 마시고 와서 괜히 행패부리는 사람들 만났을 때가 가장 힘들고요. 또 외국인 미아가 생기면 직접 외국어 방송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사람을 만나서 직접 대할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성심] 이런 자원 활동을 할 때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나 자세에 대해 조언해 주시겠어요?
[대규] 봉사활동 그 자체에 보람이나 기쁨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람들 만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분들을 본받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스펙을 쌓기 위해서 오는 거죠.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우리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맡긴 거나 다름없거든요. 우리의 능력이나 시간을 빌려줬으니까 그 시간만큼은 누군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가짐 없이 오는 사람들은 단지 대강 일하면서 시간을 때우거나, 다른 바쁜 일이 있다면서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죠. 그렇게 하면 열심히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되니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심] 그렇군요. 그런데 그런 활동들은 저희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대규] 보통 아름다운 가게 같은 경우는 수시로 자원봉사자를 접수받고 있거든요. 홈페이지에 가서 신청하면 2주 정도 기초적인 교육을 받고 그 다음부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단기적인 행사 같은 경우는 해당 행사를 검색해보면 행사 시작 두세 달 전부터 지원자들을 모집해요. 그런 것을 통해 지원서가 합격되면 면접까지 보고, 그것까지 통과하면 활동을 하게 되죠. 또 한 번 활동을 하고 나면 그 기록이 남아서 그 다음 행사 때는 미리 연락이 와요. 그러니까 한 번 행사를 하고 나면 그 단체나 다른 봉사자들을 통해서 소개를 계속 받을 수 있는 거죠.
[성심] 네,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새내기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대규] 봉사활동을 하는 게 보통 자기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어서 그 능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어쨌든 한 분야에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 자신이 나중에 직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또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으니까 도전해보는 게 좋죠. 학교 안에만 있는 사람은 우물 안 개구리인 거거든요. 그리고 이게 시간이 든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저도 아름다운 가게 활동은 학교 다니면서 했어요. 집에서 TV 한 번 안보면 할 수 있으니까요. 또 신입생들이 대학교 들어오면서 가져온 목표를 꼭 지켰으면 좋겠어요. 머릿속에만 그리지 말고 되든지 안 되든지 우선 시도 해봤으면 해요. “Better Than Nothing”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죠.
**********
[성심]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 좀 해주세요.
[글라라] 저는 중어중문학과 05학번 정글라라이고요. 졸업해야할 시기는 지났는데, 아직 한 학기 정도 남겨두고 있어요.
[성심] 새내기 때 학교에 들어오면서 하고 싶었던 게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게 있었나요?
[글라라] ‘대학에 가면 논스톱 같은 인생이 펼쳐지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들어와 보니까 너무 아닌 거예요. 논스톱은 20분짜리이지만 대학생활은 20분짜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또 아무래도 ‘해외 봉사활동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와야겠다’, ‘학점도 잘 받아야겠다’, ‘뭐든지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성심] 그렇다면 글라라씨는 어떤 교외 자원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글라라] 전 3학년 때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어요.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로망은 이루었지만, 정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대로 졸업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신문을 봤는데, 그때 청계천에서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 행사’를 한다면서 유니세프 한국 위원회에서 대학생 자원봉사를 모집하고 있었죠. ‘아 이거다’싶어서 무작정 전화를 해서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유니세프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돕는 기구인데, 모금을 걷는 기구에요. 대표적으로 하는 활동은 대학교에 가서 사진전을 열면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후원자를 모집하고, 남이섬에 있는 유니세프 홀에 가서 관광객들에게 유니세프의 활동을 알리고, 후원자를 모집하죠. 이런 활동 말고도 ‘유엔 아동 관리 협약’으로 세미나를 열기도 하고요, 그리고 ‘차프’라고 해서 카페, 호프를 합쳐서 1년에 한 번, 12월 크리스마스 전 주에 열어서 돈을 모으는데, 작년 같은 경우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후원금에 모든 수익금을 기부했고요. 그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심] 그러면 그런 활동 중에 에피소드나 사건 같은 것도 겪었겠네요?
[글라라] 제가 ‘한중일 대학생 포럼’에 참여해서 부대표를 맡았었는데, 그때 마침 사천성 지진이 터졌었어요. 그래서 ‘뭘 하면 좋을까’ 하다가 그 포럼 일정 중에 각국 대학생들의 물건을 가져오라고 해서 바자회를 열었어요. 그렇게 ‘사천성 아이들 돕기 바자회’를 열어서 각자 안 쓰는 물건을 서로 교환하고, 그렇게 후원금을 20만 원 정도 벌어서 유니세프에 기부를 했어요.
또 제가 작년에 워킹 홀리데이로 10개월 정도 호주에 갔다 왔어요. 그때 커피숍에서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거기는 제도 상 하루에 빵을 만들면 그날 팔고 다음날에는 못 팔아서 빵을 많이 버려요. 그런데 그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이 빵 못 먹고 굶어 죽는 애들도 많은데. 그래서 이걸로 뭘 할까 하다가 그 빵을 길에서 팔았어요. 사람들한테 한 개당 1달러 씩 팔아서 그 걸로도 20만 원 정도 벌어서 유니세프에 전달했죠.
[성심] 그런 활동 중에서 보람을 많이 느끼실 것 같은데, 어떤 때 가장 그러셨나요?
[글라라] 처음에는 ‘왜 아이들을 직접 돕지 않고 후원자를 모집할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는데요. 그게 후원자를 모집하면서 보람찬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대학생을 상대로 했을 때도 대학생들의 인식이 변화 되잖아요. 길가다가 후원자 모집하는데 지나치면 왠지 마음이 안 좋고, 왠지 내가 나쁜 짓하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렇게 인식이 변화되는 것을 보았을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성심] 그런데 그렇게 보람을 느끼지만, 힘든 점도 있으실 것 같아요.
[글라라] 유니세프 자원봉사활동은 활동이 대부분 자발적이에요. ‘어떤 활동이 있습니다’ 하고 공지가 올라오면 자기가 스케줄을 맞춰보고 시간이 맞으면 가는 거고, 안 맞으면 안타깝지만 다음 활동을 가는 거죠. 그러니까 학교를 다니면서 할 때는 혼자 속으로 겪는 고뇌, 갈등이 많아요. ‘이번 주말에 과제해야 되는데’, ‘다음 주에 시험인데 활동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랑 친목을 다지면 봉사활동을 하러 갈 때 ‘내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거지만, 가면 친구도 있고 재밌고 행복하다’ 이런 느낌이 들고, ‘과제 있어서 못 가겠네, 사람들과도 안 친한데’ 하는 마음을 버리고 갈 수 있죠.
[성심] 그렇군요. 그러면 그런 활동을 함으로써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 같은 것은 어떤 게 있나요?
[글라라] 저희가 매 달 첫째 주 수요일에 오리엔테이션으로 새로운 봉사자를 모집해요. 그런데 오리엔테이션 한 번 왔다가, 가입인사 남겼다가 그냥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거든요. 한 번 하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생각을 하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성심] 그렇다면 유니세프 자원 활동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글라라] 첫째 주 수요일에 유니세프가 있는 경복궁에서 신입 봉사자 오리엔테이션을 해요. 그리고 네이버에 카페(http://cafe.naver.com/usva)가 있는데 들어오셔서 가입인사 하시고 오리엔테이션 받고, 활동 있을 때 나오시면 참여할 수 있어요.
[성심] 그럼 마지막으로 새내기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한 마디 해주세요.
[글라라] 막연하게 꿈만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약간이라도 마음만 있으면 일단 도전해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학생들 많잖아요. 다들 이거 한다, 저거 한다 할 때 다 따라가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좋아요. 그러니까 뭐든지 ‘저거 해보고 싶다’, ‘저런 거 해보면 좋겠다’싶은 것들은 기회가 되면 시도해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자기가 생각지도 않던 분야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내가 생각했던 꿈이 정말 맞을 수도 있는 거고, 꿈이 안 맞으면 다른 경험을 해보고 다른 길을 택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도전을 해보잖아요. 떨어지더라도, 실패하더라도 도전해보는 게 나은 것 같아요. 가만히 있는 것 보다요.
* 글라라 선배가 추천하는 자원활동 관련 사이트
-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http://www.ncyok.or.kr
- 유네스코 청소년팀 http://youth.unesco.or.kr
- 취업 뽀개기 http://cafe.daum.net/breakjob
- 스펙업 http://cafe.naver.com/specup
자, 어떠셨나요? 여러분들이 지난 6년 간 학교에서 주어준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마지못해 해오던 그 활동들이 머릿속을 스치지는 않았나요? 사실 이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자원 활동하는 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진정한 목적도,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자원 활동을 해왔을 지 모르는 여러분에게 작은 물음표를 던져주고자 합니다. 우리는 왜 자원 활동을 하는 것일까요? 또 자원 활동을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들과 앞선 선배들의 이야기들과 함께 여러분 스스로가 ‘자원(自願)’ 활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다가올 여러분들의 대학생활에, 대학생의 로망에 좋은 조언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며 많은 선배들을 대표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캠퍼스 밖으로 행군하라!”
'52.5호 > 가대林'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을 움직이는 공부 (0) 2010.02.26 우리들의 일그러진 일상, 성폭력 (0) 2010.02.26 나는 그대들의 ‘선배님’이고 싶지 않다 (0) 201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