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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움직이는 공부52.5호/가대林 2010. 2. 26. 19:14
수습위원 다솜
MT, 낮술, 파티, 클럽, 동아리활동, 자취생활, 휴학, 연애, CC, 미팅, 소개팅, 외국어공부, 아르바이트, 어학연수, 해외봉사활동, 배낭여행........
안녕하세요. 새내기 여러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무엇을 꿈꾸며 대학교에 입학하셨나요? 혹시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꿈꾸시고 계신가요?
저는 TV시트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학생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던 탓인지 처음 입학할 당시 많은 기대를 가지고 대학교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1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은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대학생활만이 남겨져 있습니다.
대학교육에 대한 환상
대학생활과 고등학교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자율성’일 것입니다. 짜인 틀 속에 갇혀 공부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수업과 학교에 가고 싶은 시간대를 골라 나 스스로 시간표를 만들어서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고 싶을 때 실컷 놀 수 있는 생활. 생각만 해도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나요?
그러나 빡빡했던 입시경쟁의 고통을 다 참고 그 종착점인 대학에 왔건만,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달라진 점을 찾기는 힘듭니다. 나이를 한살 더 먹어 생긴 ‘자유’ 이외에도 그에 따르는 ‘책임감’때문에 내가 꿈꾸는 모든 것을 다 실현하기는 힘듭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날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높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청소년 신분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지만 그것에도 분명 한계는 존재합니다.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가장 기대했던 대학의 교육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듣는 강의들은 토론 등을 통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일 뿐만 아니라, 친분을 쌓기도 힘듭니다. 교수님과 인간적인 교류를 하는 일도 어렵습니다.
모두들 대학에 와서는 좀 더 자유롭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진정한 ‘공부’는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것을 곧 깨닫기 마련입니다.
대학에서 스스로 공부하기 어려운 이유
대학교 안의 학부들은 여러 전공으로 나눠집니다. 성적순으로 전공이 정해지다보니, 가고 싶은 전공에 못갈까 마음 졸이는 학생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원하는 전공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사실상 백수가 408만명’이라는 이 시대, 취업을 위해 일찌감치 스펙
원래 ‘제품 설명서’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에서 따온 말이다. 진학 또는 취업 예비생들의 학력·학점·토익 점수·교내외 활동 및 경력사항 등을 합한 것을 가리킨다. <한겨레신문 2009.12.22> 을 쌓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토익공부를 하고 학점관리를 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공부가 그 자체로서 목적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주객전도’같은 상황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의 소망과는 관계없이 대학에서 개설되는 수업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들을만한 수업이 없어도 학점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점수받기 쉬워 보이는 과목을 선택합니다. 자기가 배우고 싶은 수업을 찾아 듣기보다는 까다롭지 않은 교수님, 어렵지 않은 시험문제가 출제되는 과목을 찾아갑니다. 또한 졸업하기 전까지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도 정해져 있습니다. 인간학 수업을 듣고 싶지 않아도 졸업하기 위해선 꼭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귀에 들어오지 않는 강의를 가만히 앉아서 듣게 됩니다.
대학에서 스스로 공부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의 선택으로 인해 이미 ‘대학’이라는 큰 사회 속의 구성원이 된 이상, 그 사회가 요구하는 몇 가지 것들을 수행하는 동시에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공부를 찾아서 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부한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고 할 때, 사회구조적인 면과 개인적인 면으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구조적으로 정형화된 틀에 맞춰가기 위해 하는 공부 혹은 의도적으로 그 틀을 깨기 위해 하는 공부. 또는 개인적으로 자아의 발전을 위해 하는 공부. 우리는 지금 이 지독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구조적으로 맞춰진 길을 따라가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봅시다. 무엇이 남아 있나요? 우리가 그토록 숨차게 달려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단지 남보다 높은 위치에 서기 위해서 달려간다면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우리네 인생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찬란히 빛나는 삶을 살기위해서 다른 이와의 경쟁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가꾸고 단련시키는 일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는 용기가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지난 학기 낮게 나온 학점을 걱정하고, 어떻게 취업할지 전전긍긍합니다. 남들 다하고 있는 토익공부, 회화공부를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자꾸 저에게 조바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사회의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큰 생각은 꿈꿀 여유조차 없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에게 ‘틀을 깨는 사람’이 되라고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공부를 하자고는 말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아무런 실용적 목적이 없이도 공부할 수 있을 때, 그때 공부는 비로소 최고의 지식이자 사회를 변혁하는 무기이면서 동시에 운명을 통찰하는 지혜의 수행이 된다고 합니다.
고미숙, 2007.05.15,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그린비 참조 공부하지 않고서는 나를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학교 내 공부 이외에도 다양한 공부가 있습니다. 공부에는 때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무언가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세상 모든 것이 공부의 대상일 것입니다. 또한 매순간이 인생을 알아가는 공부가 될 것입니다.
저는 교지를 만드는 일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구성원들과 나누면서 생각의 크기를 확장하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교지가 ‘나’를 만들어가는 한 방법이듯, 여러분도 여러분 나름의 방법을 꼭 찾기 바랍니다.
‘공부해서 남 주냐’는 말은 지겹도록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 말은 ‘공부해서 남 주지 않으니 너를 위해 많이 공부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과연 진리인가요? 나를 위해 공부합시다. 하지만 내가 익힌 지식을 ‘나’를 위해서만 사용하지 말고, ‘남’과 함께 나눕시다. 지식의 나눔이 이루어질 때, ‘나’와 동시에 세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 주려면 그만큼 내가 담고 있는 것이 많아야 합니다. 나를 위해 공부하고, 공부해서 남에게 줍시다.
우리는 매우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대학생활을 선택했습니다. 지불금액만큼이나 많은 것을 대학생활 안에서 얻어갔으면 합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즐겁게 노는 것은 참 좋습니다. 즐겁게 놀면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지에 대해서도 자꾸 고민했으면 합니다. 학교공부에만 얽매이지 말고, 이러한 고민 속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해결책을 찾았으면 합니다. 책 속에서, 전공수업 속에서, 아니면 마음에서 우러나온 봉사활동을 통해, 또는 여행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대학에서 팔고 있는 지식상품을 사는 단순한 소비자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나를 만들어가는 공부를 권하다
세상은 계속 우리에게 공부를 권합니다. 10대에게는 더 좋은 학교에 가라고, 20대에게는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고, 3-40대에게는 더 좋은 자리로 승진하라고....... 이렇게 계속, 더 좋은 무언가를 위해 남들보다 더 높은 스펙을 쌓으라고 강요합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여러분에게 나를 발전시키고 좀 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공부를 하자고 권합니다. ‘공부 권하는 사회’에서 나의 겉모습을 포장하는 공부가 아닌, 진짜 ‘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합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을까봐 두렵습니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 이전에도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이 있습니다. 또한 걷다보면 친구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나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 고민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때론 귀찮기도 하고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직접 많은 경험을 하고 현실에 부딪혀가면서 고민하고 배우고, 그렇게 나를 만들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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