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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내는 글]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다.52호 2010. 2. 26. 18:30
편집장 정승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일을 덮어버리는 식으로 해결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은 잠시 가릴 수 있어도 하늘을 모두 가리지는 못하니 말입니다.
지금 시대와 마주하며 살고 있고, 이 시기 대학을 다니고 있는 우리에게 이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압도적인 반대여론에 힘입어 추진하지 않겠다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4대강 살리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큰 불안요소인 비정규직 문제는 2년전 만들어졌던 비정규법의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2년의 기간을 더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인수될 때부터 받았던 경고들은 무시한 채, 쌍용자동차 부실의 책임은 모두 쌍용차 노동자들이 져야 했고, 이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경찰의 폭력진압 앞에서 무시되었습니다.
용산에서 철거민들의 참사 후 7개월이 다되도록 정부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고, 서울 곳곳에서 철거민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서울시도 정부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등록금 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고가의 등록금 자체는 무시한 채로, 학자금 대출제도의 변화를 통해서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친서민 행보’란 이름으로 거리에 나가 이미지 정치로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의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지금, 우리는 손바닥 너머의 하늘을 보아야 합니다. 뜨거운 햇볕에 눈이 따갑더라도 우리는 하늘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 손바닥 너머의 하늘을 보는데 교지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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