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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살아있는’ 내가 할 수 있는 ‘나눔’에 대한 이야기52호 2010. 2. 26. 00:40
수습위원 이현(利賢)
얼마 전 광화문 근처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광화문역의 한 출구 근처에서는 UNHCR(유엔난민기구)의 직원(이거나 봉사자)들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후원신청을 받기 위해 홍보 중이었지요. 하늘색 옷을 입은 그들 사이로 무심하게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하나 된 나의 모습이 보였고, 바쁘지도 않았던 나는 어느새 걸음을 재촉하며 그저 귀찮음 하나에 이어폰과 한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정류장을 향해 걷던 나는 갑자기 한순간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고, 비겁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 그들의 옷 색깔만큼이나 푸르던 하늘을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해외로 봉사활동을 간다던 한 선배에게 멋있다고 말하던, TV에 나오는 한비야씨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감동을 느꼈던, 아프리카 어린이 한 명을 지속적으로 후원한다는 친구가 달라보였던 내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 그 사람들의 ‘나눔’을 닮고 싶다는 나의 마음은 위선이었던 걸까. 그러면서도 ‘아, 나중엔 꼭 해야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고, 사실은 이조차도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나눔의 정신이 있는 거라면, 정말 반성하고 있는 거라면, 내가 정말 살아 있다면, 그 때 당장 발길을 돌려 후원서를 작성하고 왔어야했겠지요. 그렇게 나는 스무 살 화창한 여름날에 비겁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또 다시 광화문역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날 만큼은 멀리서부터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였고, 이번엔 자랑스러운 내가 되기 위해 이어폰부터 빼들고 걸었습니다. 하늘색 옷을 입은 직원 앞에 선 나는 그녀가 펼쳐든 사진에서 난민들의 아픔을 읽을 수 있었고, 내 작은 정성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UNHCR과 함께 난민 보호에 동참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담긴 후원서를 작성하였고, 한 달에 만 원씩 그들에게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내 갈 길을 가려던 내 뒷모습에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인사하던 그들에게 나는 더 고마웠습니다. 내가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 그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그들.
시간을 지체하게 되는 바람에 아르바이트에 약간 늦어버렸지만,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펼쳐본 책자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가슴 벅참을 느꼈습니다. ‘그늘에 가려진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이라는 문구가 나를 칭찬해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아직 어린 내가 사실은 누군가에게 희망이 빛이 될 수 있다니!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지요.
여러분들에게도 권합니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면, 나눔을 실천해 보세요. 한 달에 한 두 끼 정도 저렴하게 먹으면, 여러분들도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습니다.
UNHCR(유엔난민기구) www.unhcr.or.kr
한마음한몸운동본부 http://www.obos.or.kr
월드비젼 http://www.worldvision.or.kr
유니세프 http://www.unicef.or.kr
세이브더칠드런 http://www.sc.or.kr
기아대책 http://www.kfh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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