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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잊지 말자, 잃지 말자, 놓치지 말자52호 2010. 2. 26. 00:37
수습위원 오승혁
문득 드는 생각들 속에서 가끔 상상을 해본다. 어린 시절의 내가 일찍 잠이 드는 편의 아이에 속해서 미처 그분들을 접하지 못했다면 지금 나의 관심 분야나 꿈이 어떻게 변했을지 또 현재의 나는 어떤 취미를 즐기며 살고 있을지 말이다. 궁금해지는 한편 동시에 그분들에 대해 알지 못하고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는 나를 떠올려보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일이다. 주말 저녁 그리고 설날과 추석 그 기간 동안 나는 텔레비전 앞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소년이었다. 그 조그만 브라운관 안에서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자랑하는 인상 좋은 성룡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곡예와 같은 액션을 쉴 틈 없이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었고, 주말의 명화에서는 브루스 윌리스가 그리고 아놀드 슈워츠제너거가 힘으로 또 물량으로 거칠게 밀어붙이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잠시 화장실에라도 가게 되어 그 장면들을 놓치는 것이 너무 아깝고 아쉬워서 광고 시간 외에는 그 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처음에는 액션 영화를 통해서 영화에 빠지게 되었고 나아가서 대부와 같이 마초적인 남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들에도 감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지 그런 것들을 넘어서서 어떤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상물 자체에 반하게 되어 이런저런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고 챙겨 보며 나름의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의 다른 친구들이 저 인상 좋게 생긴 성룡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냐는 짧은 생각 속에서 그의 묘기와 같은 행동들을 따라하며 발목이 삐고 코피를 흘리고 팔이 부러지면서 배우의 꿈을 포기하거나 혹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그 꿈을 키워갈 때 나 역시 즐겁게 동참하기는 했지만 그들과는 조금 다른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하기 보다는 카메라 뒤에 서서 그들을 움직이고 촬영 현장을 지휘하며 영상물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꿈.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내가 가졌던 꿈들은 모두 감독이나 작가와 같이 영화나 방송 같이 영상에 관련된 꿈이며 나는 지금도 그 꿈들을 잊거나 혹은 잃거나 그 꿈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 나름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언젠가 방송국에 입사하고 피디나 작가가 되어 내 이름이 실린 드라마가 전파를 타서 전국으로 방영될 그 날을 꿈꾼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드라마를 보기 위해 동시간대에 여기저기서 텔레비전 앞에 모이고 그것을 기억하며 정말 좋은 드라마였다고 추억하면 내 인생이 보람찰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내가 가진 꿈을 제대로 이루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난 여전히 무지개를 찾아 헤매던 소년이 그에 지쳐 무지개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 꿈을 포기하자 노인이 되어버렸다는 그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믿는다. 왠지 내게 꿈을 포기하거나 잃으면 그 때 넌 늙은 거라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꿈을 잊지 말자! 잃지 말자!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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