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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빠진 청소년 성교육79호(2021)/뫼비우스의 띠 2021. 12. 4. 23:06
강해리 수습위원
현재 한국에서 행해지는 ‘청소년 성교육’에는 청소년이 빠져있다. 청소년은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중간단계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청소년기는 성인으로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전,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인식이 성장하며 이들을 ‘동료 시민’으로 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1) 특히 청소년은 학교라는 사회에서 더 큰 사회로 넘어오기 직전의 문턱에 서있다. 청소년은 ‘가정과 학교, 사회’라는 그들이 속한 공동체 집단에서 성(性)에 대한 관념과 패러다임(paradigm)을 학습한다. 현재 한국의 청소년은 어떠한 성교육을 받고 있는가? 기존의 차별적이고 구시대적인 성관념과 성 역할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여기’ 한국의 청소년 성교육 살펴보기
지금까지 한국의 청소년 성교육은 ‘소 잃고 외양간 (허술하게) 고치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청소년’과 ‘성’, 그리고 ‘청소년과 성’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과 인식의 재정립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는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하고, 미숙해야 하는 존재로 제한한다. 그리고 성을 음란하고 문란한 것, 특히 청소년은 모르면 모를수록 좋은 것, 금기시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나이에 따라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을 갖거나 차별하는 사상인 ‘연령주의(ageism)’2)에 기반한 사고방식이다. ‘연령주의’의 관점에서 청소년들은 지켜줘야 하는 완전하지 못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성교육이 부재한 현실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렇기에 청소년 성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과 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 청소년과 남성 청소년은 ‘사회와 가정, 학교’에서 각기 다른 성격의 성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기존의 성교육은 성별 이분법으로 가둘 수 없는 다양한 성 정체성(性正體性)3)과 지향성을 가진 청소년들의 존재를 외면하고 지운다. 먼저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을 살펴보자. 한국의 학교 청소년 성교육은 대개 ‘헤게모니적 남성성(hegemonic masculinity)‘4)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말하기 위해선 ‘헤게모니’5)라는 용어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헤게모니’의 사전적 정의는 “한 나라의 연맹 제국에 대한 지배권, 맹주권, 패권(覇權)”이고, 현대에서 이 용어는 “한 집단·국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말이다. 즉, 앞서 서술한 ‘헤게모니’라는 개념과 ‘남성이라는 젠더’가 결합하여 다른 젠더(gender)와 위계적 관계를 이루며 지배하는 현상과 특성을 지칭한 말이 ‘헤게모니적 남성성‘인 것이다.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소속의 고등학교 교사인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헤게모니적 남성성’이 성교육으로 강화되는 예6)를 찾아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한 학급을 모두 모아 성교육을 하는데, 웃을 수 있는 아이와 웃지 못하는 아이들이 나누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가령 성교육 시간에 ‘야동’이라는 소재를 다룰 때 “그 이야기에 웃는 여학생은 ‘걸레’가 되고, 같은 이야기에 웃는 남학생은 그 정도 이야기는 드러내놓고 할 수 있는 ‘쿨한 존재’가 되”7)는 상황이다. 이때, ‘야동’8)은 단순히 말 그대로 야한 동영상이 아닌 ‘불법 성착취물’인 경우가 많다. ‘포르노’는 인간의 성적(性的) 행위를 시각화하여 소설, 영화, 사진, 그림 따위로 그려낸 것이다. ‘포르노’의 주요 소비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남성의 시각에서 자극적으로 묘사하게 된다. 여기서 여성은 성적 자극을 위해 대상화되어 묘사되며, 하나의 도구로서 폭력적으로 이용된다. 이를 통해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적 욕망은 다르게 여겨지고, 받아들여지는 사회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는 남학생의 성적 욕망은 ‘적극적으로 분출과 해소’가 되어야 하는 당연한 것이고, 여학생의 성적 욕망은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금기’로 여겨지게끔 만든다. 즉, 성에 대한 발화권의 유무로 젠더 권력은 다시 굳혀지게 된다. 또한, 성별 이분법적 테두리 밖 아이들의 성적 욕망은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발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이라는 뿌리에서 현재 한국 청소년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뿌리에 의해 청소년 성교육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성교육에는 청소년들이 필요한 내용이 없는 것이다. 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떻게 해야 청소년이 성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발화할 수 있는지. 다양한 성 정체성과 지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풍부한 내용과 같은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 그 결과로 청소년은 서로의 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지와 같은 실효성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없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보았듯 성별에 따른 구시대적이고 이분법적인 기존의 사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없는 수업 방식의 영향도 크다. 역설적으로 성교육이 청소년에게 성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르지 못한 왜곡된 성인지 관념을 가르쳐주고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N번방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것
작년,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성착취 사건’(이하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N번방 사건은 “빠르고, 안전하고, 강력하다”라는 슬로건을 단 메신저 매체인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3월까지 일어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이 끔찍한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 다수가 19세 미만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법적으로 청소년의 나이를 상정하는 기준이 다양한데, 이를 살펴보고 이 글에서는 어떠한 기준을 적용하여 서술할 것인지를 제시하겠다. 청소년 기본법은 청소년을 9세 이상부터 24세 이하로 정의하며,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성보호법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 글에서는 형법을 기준으로 13세(중학교 1학년)부터 18세(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사람을 청소년이라고 상정하여 다뤄보겠다. 왜냐하면, 청소년 시기는 학교와 사회, 가정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있어서 학교의 교육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는 형법을 기준으로 13세(중학교 1학년)부터 18세(고등학교 3학년)를 청소년이라고 상정하여 다루었다. 예외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있지만, 대부분의 10대가 학교를 다니며 청소년 시기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렇게 정의하겠다.
‘N번방 사건’은 다른 성범죄 사건에 비해 규모도 컸지만, 아동과 청소년들이 많이 관련되어 있어 더욱 화제가 되었다.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N번방 성착취 사건의 10대 이하 피해자는 총 1154명 중 60.7%이고, 검거한 10대 이하 피의자는 총 3575명 중 1090명이다.9) 이 숫자는 한국의 청소년 성교육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렇다면 왜 실패했는가? 우리에겐 이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나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교육부는 N번방 사건 이후, 어떻게 외양간을 고치고 있는가
교육부의 성교육 관련 정책 방향성을 살펴보면, N번방 사태 이후 ‘성인지 감수성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기재된 ‘교육부 소식’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 소식’ 항목의 설명자료인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학생들이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10)를 먼저 살펴보았다. 이 자료에서는 교육부가 n번방 사건 이후 성교육을 재설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는 보도 내용11)에 대한 정정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디지털성범죄교육분야대책TF’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 성교육 가이드라인(이하 ‘표준안’)은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건강한 성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포괄적 성교육을 실시하게끔 정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학교의 성교육에서 사이버 범죄 등을 포함하여 성범죄 피해 방지 차원에서 더 나아가 가해자에 대한 내용 전반을 교육하고 있고, 전문가들과 함께 표준안 개정 방향을 검토하여 개정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인권과 상호 존중에 기반한 올바른 성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 방안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관계 부처와 협력하여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인다.
또 다른 설명자료를 살펴보겠다. ‘교육부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12)라는 자료에서는 언론에서 지적받은 부분13)이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아닌 교육자료에 나와있던 것이고, 이 내용을 삭제하였다14)는 설명이 담겨있다. 그리고 온라인 개학 전후로 디지털 성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교육”을 집중 실시 중이며, 모든 교원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등 폭력 예방교육’을 연간 4시간 이상 의무 실시하고 있으며, 교원 직무 및 자격연수 과정에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포함하여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의 알맹이는 아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포함한 교재 혹은 가이드라인인지, 어디에도 그것과 관련한 실질적 내용을 담은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말해, 교육부가 이야기하는 ‘예방교육’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내용을 포함한 ‘표준안’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은 텅 비어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책’ 부분에선 아직 어떠한 자료도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을 통해 교육부의 한 발 느린 대처를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보급하는 노력이 있었다. 이 매뉴얼에서는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대응방법을 제시하지만, 이는 이미 일어난 폭력에 대한 ‘대응’ 매뉴얼일 뿐이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폭력을 막기엔 부족하다. 소 잃고 외양간은 계속해서 방치되고 있다. ‘외양간‘을 고칠 의사를 내비친 후 1년 하고도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 교육부는 적어도 어떠한 노력을 통해 어떻게 고쳐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왜곡된 성관념을 삭제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성교육 표준안을 개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개정된 성교육 표준안이 세상에 나와 청소년에게 닿을 수 있는 것인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청소년과 구시대적 성교육 사이의 공백은 어떻게 메워야 하는가?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으로 한 걸음씩 –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향해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으로 가는 교육부의 발걸음은 더디다. 그러나 관련 단체들은 학교 안과 밖에서 다양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청소년 성교육 관련 단체들의 생각과 노력이 담긴 발자국들을 통해 앞으로 한국의 청소년 성교육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함께 찾아보자.
첫 번째로 소개할 발자국은 학교 밖에서 청소년 성교육의 이상을 현실로 구체화하려는 ‘샘’과 ‘띵동’의 발자국이다.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과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은 <학교에서 무지개길 찾기>15)라는 가이드북을 함께 제작하였다. 이 가이드북은 학교 교사에게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우며 교사로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또한, 성소수자 학생의 지지자가 되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 혹은 괴롭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 가이드북은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고, 교육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 성교육의 빈 공간 중 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
두 번째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이 남기고 있는 발자국이다. 양평원은 성인지 교육과 성평등 문화 확산을 통해 일상과 관계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하여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성인지 정책교육과 전문 강사 양성과정, 폭력 예방교육사업, 양성평등진흥사업 등이 있다. 특히 ‘양평원‘이 운영 중인 사업 중 모바일 교육 콘텐츠인 성 평등 콘텐츠 플랫폼 ‘젠더온’은 지금 한국의 청소년 성교육 공백을 채울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 초중고 학교 교육 혹은 전문 강사 교육, 공공기관 의무교육 등 각 교육현장에서 활용하기 용이하도록 각 연령대, 직군별에 적합하도록 내용을 구성하여 성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는 국가와 시(市) 차원의 노력인 다양한 청소년 성문화센터의 발자국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립 청소년 성문화센터 ‘아하’와 부천시 청소년 성문화센터 ‘해봄’을 예로 들겠다. 이 두 청소년 성문화센터는 시(市)와 연계하고 있고, 신청을 통해 학생들이 센터를 방문하여 진행하는 체험형 성교육과 찾아가는 성교육을 두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두 센터는 이러한 성교육 방식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이 성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자신과 타인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식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은 청소년 당사자가 청소년 성교육의 이상을 제시하는 단체 ‘위티‘의 발자국이다. ‘위티(WeTee)’는 2019년 ‘전국 스쿨 미투(MeToo) 집회’, ‘스쿨미투 UN에 가다’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청소년들이 만든 단체이다. 이는 8개의 지부와 함께 하고 있는 청소년 당사자들의 네트워크이다. ‘위티’의 공동대표 양지혜는 책<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에서 교실의 위계적 질서를 넘어 청소년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16) ‘위티’는 이를 위해선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수직적이지 않고, 청소년 당사자가 중심이 된 수평적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들의 이러한 신념은 ‘경계넘기’라는 청소년이 직접 성교육활동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프로젝트로 현실화 하고 있다.
위티가 말하는 두 번째 문제의식은 N번방 사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이다. ‘왜 여성 청소년들의 성적 실천은 일탈로써 발화되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한다. 그 답은 어린, 혹은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부정당하고 억압받는 동시에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사회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은 ‘공동체’가 공유하는 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때, 이 ‘문화’는 요한 하위징아가 이야기하는 ‘놀이’17)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놀이라는 원초적 토양이 문화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본다. 놀이는 문화보다 더 오래되고 선행된 것이며, 놀이의 정신 속에서 그것을 재현하는 모습으로 공동체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현재의 왜곡된 성관념과 고도화된 성범죄는 사회가 성 착취와 성폭력을 하나의 유희, 즉 ‘놀이’로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공동체 속 각 개인들은 ‘놀이’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무비판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의문을 갖는 성숙한 태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위티’의 질문을 통해 청소년 성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청소년과 성(性)에 대한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다. 따라서 공동체 속에서 향유되는 ’놀이‘에 대해 각 개인이 끊임없이 성찰한다면, 이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림 1. 위티의 청소년 성교육 프로젝트 '경계넘기' ©성심 바로 지금, 청소년 성교육이 변해야 할 때
아직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성교육이 자리 잡히지 않은 공백의 상태이지만, 학교 안과 밖의 청소년과 단체들이 부지런히 이 틈을 메우려 작고 큰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하루빨리 이러한 발걸음들에 학교와 사회가 응답하여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청소년은 ‘나’에 대한 이해를 출발로 ‘너’를, 그리고 ‘우리’로 나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존중과 배려의 태도를 배운다면, 자연스레 이를 내면화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성교육을 받으며 성인이 되었는가? 우리가 청소년 때 받았던 성교육을 떠올려보자. 성교육을 통해 사회의 문화를 체득하여 성인이 된 개인은 청소년들의 본보기가 되고, 청소년들에게 직간접적인 성교육을 하는 주체가 된다. 성교육은 이렇게 사회에 속한 개개인의 삶의 순환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청소년이라는 시기를 통과한 성인으로서 그 순환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태도로 청소년의 본보기가 되어줄 것인지 고찰해 볼 의무가 있다고 본다. 지금, 그리고 미래의 성숙한 어른들이 모여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과 선순환을 만들어갈 현재는 바로 지금이다.
1)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사계절, 2020.11.16.
2) 고영복, 《사회학사전》, "연령주의", 사회문화연구소, 2000.10.30.
3) 《우리말샘》, "성 정체성",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_top=query&query=%EC%84%B1%EC%A0%95%EC%B2%B4%EC%84%B1>,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4) 래윈 코넬(Raewyn Connell), 안상욱, 《남성성/들》, 연암서가, 2013.07.19.
5) 《두피디아》, "헤게모니", <https://www.doopedia.co.kr/doopedia/master/master.do?_method=view&MAS_IDX=101013000769622>,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6) 김동진 기획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학이시습, 2020.10.26., (151~154p.)
7) 김동진 기획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학이시습, 2020.10.26., (152p.)
8) 김지룡, 갈릴레오 SNC, 《사물의 민낯》, 애플북스, 2012.04.16.
9) 김승욱, 『디지털성범죄 특수본, 조주빈 등 3천 575명 검거·245명 구속』, 연합뉴스, 2020.12.30., <https://www.yna.co.kr/view/AKR20201230064000004>,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10) 남궁양숙, 『[설명자료]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학생들이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2020.04.13., <https://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295&boardSeq=80290&lev=0&m=0205>,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11) 김동준, 『n번방 사건에도... 교육부 성교육 대책 '미적'』, 디지털타임스, 2020.04.12.,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041302101658062001>,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12) 남궁양숙, 『[설명자료]교육부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2020.05.10. <https://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295&boardSeq=80500&lev=0&m=0205>,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13) 백주희, 『유사강간은 성폭행 아니다? 학생 성교육 표준안 논란』, 동아일보, 2015.08.26.,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50826/73262657/1>,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14) 유덕영,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성교육 표준안 지도서 대폭 수정』, 동아일보, 2016.03.06.,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60306/76846287/1>,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15) 띵동,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과 띵동이 함께 제작한 <학교에서 무지개길 찾기>』, <https://www.ddingdong.kr/xe/data/11602>,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7일
16) 김동진 기획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학이시습, 2020.10.26., (31~32, 61~69p.)
17) 요한 하위징아, 이종인,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201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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