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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대학, 가톨릭대학교 : 민주적 총장선출제가 끌어낼 ‘협의’77호/가톨릭대와 대학 2020. 11. 27. 00:17
김세정 편집장
“학기 초마다 학생들이 수강 신청에 실패해 계절학기 수강을 고민하는 상황에도 전임교원 수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언제나 부족한 학생공간과 오래된 실험도구로 인해 정확한 데이터조차 얻을 수 없는 실험실은 다솔관에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문제들은 구성원의 의견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배제되는 비민주적 제도와 운영의 결과물입니다.”
출처 2020.09.24. 가톨릭대학교 총학생회 ‘우리가 원하는 가톨릭대를 결정합시다’ 일부 발췌
우리는 지난 학기 학사운영 방침의 ‘일방적 통보’로 인해 고질적인 문제와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대학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다. 이를 해결하고자 학생이 협의의 파트너가 되는 ‘학사제도 협의체’의 제도화를 바랐지만 실상은 그대로다. 이에 2학기 가톨릭대학교 총학생회 <파랑>은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고, 협의의 주체가 되기 위해 ‘민주적 총장선출제’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사립대학의 총장 선출 방식
2020년 사립대학 총장 선출제도 현황
자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실
구분
방식
대학수
비율(%)
완전임명제
법인에서 직접 총장임명
57
61.3
직선제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의 직접선거로 총장후보자추천→이사회에서 임명
4
4.3
교직원직선제
교수, 직원 직접선거로 총장후보자추천→이사회에서 임명
2
2.2
소계
6
6.5
간선제
간선제
총장후보추천위원회등에서 총장후보자추천→이사회에서 임명
24
25.8
간선대의제
선출위원선정→선출위원이 총장후보자추천→이사회에서 임명
2
2.2
소계
26
28.0
기타
4
4.3
합계
93
10.0
사립대학은 직선제, 간선제, 완전임명제의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이 총장선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직선제는 교수와 직원만 투표권이 있는 ‘교직원직선제’,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전 구성원이 투표할 수 있는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로 나뉜다. 교직원직선제는 일부 구성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평등한 참여라고 할 수 없다. 반면에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는 전 구성원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어 보다 평등한 참여가 보장된다. 대표적으로 덕성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가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투표값 반영 비율에서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경우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창 2%ⅰ)로 학생의 투표가 교수와 직원의 투표보다 반영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이 총장 선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는 민주적이나 반영 비율까지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간선제는 학교 구성원이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후보자 선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총추위 위원들이 총장 후보를 법인 이사회에 복수 추천하면 법인은 추천자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임명한다. 고려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이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간선제는 시행 대학별로 총추위 인원수와 구성원이 다르다. 고려대학교는 교수 15명, 교우회 5명, 법인 4명, 학생 3명, 직원 3명ⅱ)으로 교수 20명, 학생 4명, 직원 9명ⅲ)이 구성원인 홍익대학교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제37조(임용) ① 이 법인이 설치, 경영하는 학교의 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용하며 그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중임할 수 있다. 다만, 초・중등학교의 장은 1회에 한하여 중임할수 있다.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정관(2020.08.20.)완전임명제는 법인 이사회가 단독으로 총장을 임명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사립대학의 61.3%가 완전임명제로 총장을 임명하고 있다.ⅳ) 이는 사립대학의 절반 이상이 대학 구성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완전임명제는 총장의 정책,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성원이 총장 선출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가톨릭대학교 역시 완전임명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교수직선제’를 시행했었던 사립대학들
지금은 완전임명제가 사립대학의 압도적인 선출방식인 반면 90년대 중반까지는 사립대학의 절반이 교수‘직선제’를 시행했다. 총장 직선제가 1987년 6.29선언의 ‘대학 자율화’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ⅴ)1988년 사립대학 중 연세대학교가 최초로 직선(교수직선제) 총장을 선출했다. 1987년 조선대학교의 경우는 교수, 학생, 교직원, 학부모, 동창회 대표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의 동의를 통해 교수협의체에서 총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교수들 간의 파벌로 인한 갈등 발생으로 적임자 선출이 곤란해지면서 서서히 교수직선제를 시행하는 대학이 줄어들었다. 2003년 기준 사립대학 153개교 가운데 97개교(71.9%)가 완전임명제로, 7개교는 교수직선제로, 8개교는 총장추천위원회-대의원의 직접선거방식으로, 남은 41개교가 간접선거 방법에 의해 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ⅵ)
통합 이전도, 이후도 ‘완전임명제’
90년대 중반, 대학가의 ‘대학 자율화’ 영향 속에서도 꿋꿋이 다른 선출방식을 택한 대학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가톨릭대학교다. 지금의 가톨릭대학교는 ‘성심여자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가 통합된 학교이기 때문에 대학 자율화 시기를 기준으로 두학교의 총장임명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학교법인 성심학원 이사회는 25일 내년 2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성심여자대학교 제8대 총장 박정미수녀 후임으로 김재순수녀(65)를 임명했다.”
-성심女大 차기총장, 부산일보, 1992.11.26.“가톨릭대는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마리아홀에서 작년 말 이사회를 통해 인준된 신임총장 崔承龍 신부(왼쪽 세번째·61)의 취임식과 초대 총장직을 역임한 姜禹ㅡ 주교의 이임식을 개최했다.”
-[사진]가톨릭대학교 총장 이·취임식., 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 1999.03.02.통합 이전의 가톨릭대학교(성심여자대학교, 가톨릭대학교)는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성심여자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 모두 민주적 총장 선출에 대한 노력 없이 이사회가 임명해온 것이다. 통합 이후에도 본교의 법인은 기존의 방식을 유지했다. 이런 전례를 보았을 때 본교의 법인이 지금의 완전임명제 방식을 쉽게 바꿀 리 없다.
이런 강경한 의사는 총학생회가 지난 9월 25일 송부한 ‘총장선출규정 개선 요청서’에 대한 법인의 ‘답변 없음’에서 드러난다. 11월 2일 성심과의 인터뷰에서 박형우 총학생회장은 법인에 요구안을 송부했지만 답변은 없었다고 밝혔다. 성심 역시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측의 입장을 묻고자 수차례 법인과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본교의 의사결정 기구로 보는 현실
현재 학생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구는 대학평의회,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등이 있다. 교육부의 정책으로 시행하게 된 본교의 두 기구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선 대학평의회와 등심위로 파견되는 학생대표자의 수가 적다. 대학평의회는 학생대표가 성심1명, 성신1명, 성의1명으로 총 3명에 그친다. 그나마 등심위는 상대적으로 대학평의회보다 사정이 낫다. 등심위는 교직원 5명, 동문 1명, 전문위원 1명과 학생대표 5명(성심2명, 성신1명, 성의 의과1명, 간호1명)으로 인원이 구성된다. 이때 총 인원 비율(학생대표 5: 학교 7)을 살펴보면 등심위는 대학평의회에 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한이 큰 편이다.
그러나 등심위의 ‘동문’과 ‘전문위원’은 총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사실상 학교가 7명의 대표를 보낸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한계를 인식한 국회는 ‘전문가 위원 선임 시 학교와 학생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올해 9월 24일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ⅶ)
박형우 총학생회장은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게 등심위의 대표적인 역할이지만 본교는 이를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평의회도 등심위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졸속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대학이 기본 5~6회 이상의 회의를 진행하는 반면 본교는 회의 자체를 열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두 기구의 학생대표자 수가 적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본교가 기구를 거치는 회의를 기피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공식적인 두 기구의 회의가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대표자가 사실상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학생이 ‘주체’로 참여하는 두 기구의 회의를 단발성에 그치게 운영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본교는 학생이 ‘주체’가 되는 것을 꺼린다. 공식적인 의사결정 기구로도 민주적 참여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멀리 가기 위한 ‘협의’가 필요한 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친애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그리고 교수, 학생, 직원과 동문 여러분. 이제 저는 우리대학 구성원 여러분 모두와 함께 새로운 가톨릭대학교의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저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모두 함께 한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 입니다.
-가톨릭대학교 제7대 총장 원종철 취임사(2017.1.5.) 中학생은 중요한 학내 구성원이지만 학교의 학사운영, 교육정책, 교수충원 등 정작 교육과 밀접한 영역에서 배제되어 왔다. 그저 학생들은 ‘학습권’이 침해되었음을 호소하고 답변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이고 하향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학습자의 관점에서 봐도, 대학 서비스의 소비자 관점에서 봐도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생이 통보의 대상자가 아닌 협의의 주체가 될 때 진정 대학에서 ‘나’를 찾을 수 있다. 그 시작은 학교를 대표하는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가톨릭대학교가 ‘나’를 찾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말뿐인 ‘나’ 찾기가 아닌 실질적인 ‘민주적 총장선출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2021년 가톨릭대학교의 제8대 총장이 선출된다. 그동안 본교가 멀리 가기 위해 우리와 얼마만큼 함께 나아갔는지는 의문이지만 원종철 총장의 말처럼 멀리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지금은 빨리 가야 할 때가 아니다. 같이 가야만 되는 때이다.
<출처>
ⅰ) 백성주, 이대 의대 이선희 교수, 이화여대 총장 출사표, 2020.11.09., 데일리메디,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62512&thread=22r04> 마지막 검색일: 2020년 11월 09일.
ⅱ) 송찬영, 고려대 20대 신임 총장, 내일 '가닥' 잡힌다…'총추위' 13일 2차 투표, 2018.12.12., 데일리한국, <http://daily.hankooki.com/lpage/society/201812/dh20181212121630137810.htm> 마지막 검색일: 2020년 11월 09일.
ⅲ) 김지헌, 홍익대 총학생회, 직선제 총장 선출 요구하며 단식농성, 2018.08.01.,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80801102700004?input=1195m> 마지막 검색일: 2020년 11월 09일.
ⅳ) 김승환, [단독] 사립대학 총장 61% 법인 마음대로 지명, 2020.10.22., 세계일보, <http://www.segye.com/newsView/20201022522482?OutUrl=naver> 마지막 검색일: 2020년 11월 09일.
ⅴ) 송영식, 「대학 총장 선임제도의 현황과 개선 방안」, 『大學敎育』 130, 2004, 89쪽.
ⅵ) 송영식, 「대학 총장 선임제도의 현황과 개선 방안」, 『大學敎育』 130, 2004, 89쪽. -교수신문, 2003. 10. 31
ⅶ) 이하은, 코로나19로 수업 못하면 '등록금 감액' 가능 …고등교육법 통과, 2020.09.24.,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235150> 마지막 검색일: 2020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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