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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곡도서관에 가보셨나요? : 지역은 대학생의 거점이 될 수 있을까?75.5호/가대in 2020. 2. 3. 14:50
엄아린 편집장
* 본 기사를 위해 역곡도서관 정동춘 사서님께서 인터뷰와 사진제공에 도움 주셨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정문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역곡공원과 이어지는 연결 통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산책로를 쭉 걷다보면 길 끝에 도서관이 하나 있다. 바로 ‘숲 속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역곡도서관이다.
역곡도서관은 지난 6월 개관한 신생 도서관이다. 보통 도서관의 위치를 선정할 때 접근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기는 하나, 역곡도서관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고려 대상이 있었다. 바로 ‘마을’과 ‘생태’다. 역곡동은 가톨릭대학교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15,387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이기도 하다. 가톨릭대 양 옆으로 늘어선 주택가와 역곡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권들은 역곡이 마을 사람과 대학생이 공존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동시에 역곡은 뒤쪽으로는 원미산을 두고 있어 등산로와 산책로로도 유명하다. 역곡도서관이 개관하기 전, 실무자들이 모여 사전조사를 할 때부터 두 말 할 것 없이 ‘생태’를 테마로 잡은 이유다.
역곡도서관 생태갤러리. 취재시점인 1월에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전시가 진행중이었다. "숨은책 대출" 서비스는 누군가에게 받은 책선물처럼 어떤 책인지 모르고 대출해가는 것이 포인트다. 도서관 내부 역시 생태 테마를 반영한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생태 자료를 전시하는 생태갤러리가 있는데, 현재는 멸종위기종인 동·식물들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야외 문화공간인 ‘한낮정원’, 시민 휴게공간인 ‘달빛정원’ 등이 생태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도서관 이용자들의 안락함을 충족해 주는 공간들이다.
역곡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 역시 생태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6월 개관기념 프로그램이었던 “황경택 저자와 함께하는 자연관찰 드로잉”이나 8·9월 개강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던 “숲 속 아카데미(성인프로그램)”, “자연 힐링 교실(도서관 인근 야외 수업)” 등이 그 예시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역곡동의 나무들, 역곡공원을 지나며 만나는 들꽃들에 대해 생태 전문가에게 직접 배울 수 있기에, 타지역에서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와 역곡공원 연결통로. 사진 성심 가톨릭대학교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 역시 역곡도서관의 정체성을 바꾸는 위치적 특징 중 하나다. 둘 사이의 관계를 상징하는 연결 다리는 역곡도서관 측에서 먼저 제안하여 2019년 봄봄 총학생회와 본교의 협력하에 부천시 예산으로 설치됐다. 지역사회+공공기관+대학의 합작인 이 연결다리는 현재 많은 학생과 지역 주민이 애용하는 통로가 됐다.
노트북 대여 서비스 “아무래도 방학이 되니까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 같기는 해요. 다시 개강할 날만 저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을 타겟으로 한 듯한 서비스들도 눈에 띈다. 다른 도서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노트북 대여 서비스’와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노트북 충전기를 연결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해 놓은 것이 그 예시다. 같은 신생 도서관이더라도 오정도서관(2017년 개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서비스다. (오정도서관의 테마는 ‘만화’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을 위해 다락 컨셉으로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젊은 감성이 돋보이는 ‘숨은 책 대출 서비스’도 야심차게 준비한 서비스 중에 하나다.
역곡도서관 뿐만 아니라 가톨릭대 중앙도서관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다. 가톨릭대 중앙도서관은 만 20세 이상의 부천시민(200명)에게 부천시립도서관에서 신청하는 특별열람ID를 매 학기 발급하고 있다. 제1,2자유열람실 역시 사용 가능하다.
“초반에는 프로그램도 같이 하자고 (학교측에서) 연락이 한 번 있으셨는데, 저희가 아직 추진을 못했어요. 개관 초반이라 시설물 관리에 치중을 하다 보니까. 대학이나 대학도서관이 가깝게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좀 더 생각해서 앞으로 같이 협력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열람실 안내문. '완벽한 고요함 보다 질서와 배려의 마음이 스미도록'이라는 문구가 인상깊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는 이러한 공공시설물의 공간조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역도서관이던 대학도서관이던 이런 식의 개방은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도서관은 어쩌면 여러 세대가 섞이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이 만나는 곳에는 늘 그렇듯 아름다운 화합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옛날 도서관에 대한 향수가 있으신 것 같아요. 저희가 좌석이 많지 않다보니까 누구나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모든 것이 다 될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노트북 타이핑 하는 소리도 신경이 쓰이시고 따로 분리되는 것들에 대한 향수가 있으시긴 한 것 같아요.”
“설득해야 해요. ‘이제 그런 방향은 지양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죠. 저희가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 실제로 다른 시·군에서 저희 도서관에 벤치마킹을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본인들은 요구사항을 들어줬다는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면 다시 되돌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후회하시는 경우들도 봤어요.”
도서관, 독서실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역곡도서관 내부전경 도서관에 대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분명 역곡도서관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내 기억 속 도서관은 딱딱한 책상과 의자, 그리고 독서실 칸막이 형 열람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분명 달라졌다. 신설되는 도서관들은 물론이고, 기존의 도서관들도 리모델링을 통해 ‘칸막이’와 ‘독서실’을 없애는 추세다.
“초반에는 도서관이 태동한 역사가 독서실 이었어요. 그러니까 오로지 공부. 독서라기보다는 학교 공부나 자격증을 공부하는 장소였다면, 지금은 시민들이 도서관에 바라는 기능들이 더 많아졌죠. 저희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 달라졌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도서관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거든요.”
지역 도서관이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을 넘어서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추세는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도 도서관을 사람들이 모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보고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민나노모의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기후도서관)은 도서관과 전시관, 스타벅스, 로손(편의점)이 함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온갖 정보와 서비스가 모이는 ‘허브’와도 같다. 시민들은 이 공간에서 연령, 계층, 머무는 시간 등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아이들의 소리가 미래의 소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도서관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중앙도서관은 핀란드에서 가장 큰 종합 대학 도서관이다. 대학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을 수 있는 것은 개방적인 구조 덕분이다. 헬싱키 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을 넘어 국회의사당, 헬싱키 음악센터, 핀란디아 홀, 중앙역, 현대미술관 등이 연결되있다. 도서관 옆으로는 호수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도심 속 휴식 장소로서도 손색이 없다. “도시와 대학을 연결하는 매개 공간”이라는 가치는 헬싱키 중앙도서관의 지향점이다.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일상의 일부가 된 대학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의 변화를 보면 그동안 요원했던 지역사회와 대학의 공생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엿볼수 있다. 정동춘 사서는 내년부터는 역곡도서관에서 다양한 청춘사업과 청년 정책 세미나 등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도서관뿐만 아니라 전체 시립도서관이 대관하는 지침이 있어요. 도서관은 어떤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이용을 한다거나 너무 독서실처럼, 사적으로 이용하는 용도만 아니라면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해요. 지금도 보면 세미나실을 대여하는 팀들(동아리들)이 학생들끼리 하는 정책세미나도 있고, 자격증 준비같은 것은 혼자하기 어려우니까 같이 의견 나누면서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 것들은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테라스는 겨울이 지나면 천막을 칠거에요. 지금은 겨울이라 밖에 많이 안 나가시기도 하고, 눈이 내릴 때는 위험하기도 해서 치워 놨는데, 개강하면 자유롭게 오셔서 데이트도 하시고, 다양한 청춘사업들도 하시면 좋겠어요.”
역곡도서관이 개관한 것은 문화특별시를 지향하는 부천시와 책을 사랑하는 공공도서관 관계 종사자들이 만들어 낸 합작이다. 하지만 부천시립도서관이 ‘시민과 함께 성장하고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역곡도서관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더군다나 역곡도서관의 테마인 ‘생태’는 2020년의 전 지구인들이 피해갈 수 없는 주제다. 우리는 우리가 다니는 대학, 우리가 서 있는 지역에서부터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역곡도서관 계단 옆 갤러리. '마을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방법. 역곡에서는 도서관이 가르쳐주고 있었다. 참고문헌
5osA[오사] “헬싱키 대학 중앙도서관 [anttinen oiva architects] helsinki university main librart. 작성일: 2013.11.11. 검색일: 20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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