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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아버지의 깃발(Flags of Fathers)>을 보면 가틀릭대 학우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해병이 세계 제 2차 대전 중 일본 이오지마 전투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스리바치산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 이 장면은 푸른 하늘 아래, 여러 국적을 가진 학생들과 교수가 펄럭이는 가톨릭대 깃발을 꽂는 홍보사진과 매우 유사함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실제로 이오지마 전투 중에 AP통신 사진기자였던 조 로렌탈 (Joe Rosenthal)에 의해 사진으로 찍혔고, 이 전투와 미국의 승리를 상징하곤 합니다.
그런데 가톨릭대에서는 왜 하필 이사진을 모티브로 홍보사진을 제작한 것일까요? 이오지마 전투에서 승리한 미군처럼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같이 치열한 이 사회에서 승전기를 올리자는 의미로 이 장면을 따온 것일까요. 아니면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깃발을 꽂는 모습으로 ‘가톨릭대 국제화’의 승리를 표하고자 한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승리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짓밟고 올라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러잖아도 피 튀는 치열한 경쟁사회. 어째서 참된 지성인을 길러야할 ‘대학’에서조차 ‘승리’만을 강조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듭니다. ‘진리, 사랑, 봉사’를 교육이념으로 하고, 인간존중을 건학이념으로 하여 세워진 이 가톨릭대에서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이런 장면을 재연한 것일까요. 이 홍보사진에서는 그런 정신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와는 너무나 상반된 모습만이 오버랩(overlap)되니 말입니다.
이번 성심 53호에서는 이전의 성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조그만 생각해본다면, 약간만 달리 본다면, 많은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여러분들과 우리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참된 지성인으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편집장 김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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