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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획] 아름다운 거래 공정무역 커피53호 2010. 6. 11. 15:21
수습위원 정민, 수연
가톨릭대 성심교정 기슨관에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커피동물원이 있다. 이 커피동물원에서는 조금 색다른 커피를 판다. 바로 공정무역 커피다. 커피는 공정무역 상품 중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우리는 공정무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구매하려고 했다가도 가격이 비싸보여서 안 산 경우도 있을 것이고 공정무역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냥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공정무역커피, 제대로 알고 마시자.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
공정무역은 기존무역이 제3세계 국가들에게 지속가능한 생계수단(여기엔 삶의 질 향상도 포함된다.)과 개발 기회를 제대로 주고 있지 못하다는 고민에서 나왔다. 이러한 공정무역은 이미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2008년 10월에 여론 조사기관 닐슨이 옥스퍼드 대학교와 함께 조사한 세계인의 공정무역 인식지수에 따르면 세계평균은 49%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인식은 이런 세계적 추세에 따라가고 있지 못 한 듯하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인의 인식지수는 13.3%이다. 이러한 공정무역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의식은 타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 산업정책연구원에서도 2008년 12월 국내 52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정무역 실태조사를 했는데 ‘공정무역을 알고 있다.’ ‘들어본 적이 있다.’ 라고 응답한 사람이 93명이고(전체대비 17.9%) 이 중 30명이 마크를 보았다고 응답했다. 93명의 소비자 중 15명이 구매경험이 있으며 이 15명 중 13명은 마크와 상관없이 구매했고 이 13명 중 7명이 커피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매경험이 있는 15명중 10명이 공정무역 제품이 일반제품보다 비싸다고 했다. 같은 시기에 천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공정무역 인지도 조사에서는 인지도가 20.8%라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이다.
'홍대클럽서 커피파티 열린다'-세계일보 2009.06.25
공정무역 나는 얼마나 알고 있나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정무역에 대해서 모르거나 혹은 안다고 해도 ‘내가 공정무역 제품을 삼으로써 제3세계 생산자들을 돕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수의 공정무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아래에 ‘공정무역 원칙 헌장’에서 공정무역의 정의를 명시한 부분을 발췌하였다.
“공정무역은 대화와 투명성, 존중에 기반으로 한 무역 파트너십으로써, 보다 평등한 국제 무역을 추구한다. 특히 남반구의 소외된 생산자들과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무역 조건을 제시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개발에 기여한다. 소비자들에 의해 지지를 받는 공정무역 단체들은 생산자 지원, 인지강화, 그리고 기존 국제 무역 규칙과 관행의 변화를 위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공정무역 원칙 헌장
세계 공정무역 인증기구(FLO)와 세계 공정무역기구(WFTO)가 작성한 위의 공정무역 정의는 공정무역이 단순히 윤리적 문제가 아님을 알게 해준다.
FLO는 21개국의 20개의 공정무역 라벨링 단체들과 생산자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상품과 무역 관계에 적용되는 기준을 유지, 조정하고 상품을 검사해 FLO 기준에 부합하는 상품들에게 인증서를 부여하는 역활을 한다. WFTO는 1989년 세워졌으며 70여 개국 300개 정도의 조직들이 가입되어 있다. 이 조직은 공정무역을 위한 시장 활성화, 공정무역의 신뢰성 형성, 공정무역 전파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공정무역이 시행되기 전 커피, 바나나, 카카오 등의 작물(설탕, 공, 꽃 등 매우 다양함)을 생산하는 제3세계의 생산자들은 중간 상인을 거쳐 생산품을 판매하였다. 그런데 중간 상인은 생산자들의 작물의 품질이 우수하더라도 하급 취급을 함으로써 가격을 낮추어 그들에게 정당한 이윤이 돌아가는 것을 막곤 하였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노동시간이나 생산 과정상 드는 비용을 무시한 가격이었다. 결국 시장에 접근하기 힘든 생산자들은 중간 상인들의 횡포에 그저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부당한 가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나타난 것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중간 상인을 거치는 단계를 없애고 소외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계하여 그들의 생산품의 최종 판매가에서 전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유기농법을 이용해 토지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상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생산량 증가시키는 등 환경, 경제적 측면까지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무역 관계를 구축하는데 이바지한다. 또한 늘어난 소득으로 사회 기반 시설을 세우고 이용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건강, 운송, 교육 등의 혜택도 누릴 수 있게 한다.
FLO의 공정무역 마크
지금까지 공정무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쯤이면 실제 공정무역 물품을 접할 때 어떻게 공정무역 상품을 구분할 수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이때 알아야 할 것이 바로 ‘공정무역 마크’이다.
공정무역 마크는 트랜스 페어 USA, 유럽의 에코서트, 영국의 페어 트레이드 재단이 발급한 마크 등 여러 개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FLO의 마크가 가장 대표적이다.
FLO마크는 파란색, 녹색, 검정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래에는 흰색으로 ‘FAIRTRADE’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파란색은 하늘, 녹색은 풀밭을 나타낸다. 또 자세히 보면 가운데 마치 사람이 한 손을 위로 올리고 있는 듯한 모양이 있는데 이는 공정무역 시스템의 핵심에 인간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FLO홈페이지 참고.
한국의 공정무역 커피 과거부터 현재까지
앞에 나온 설문에서 공정무역 상품 중 가장 소비율이 높은 상품은 커피이다. 커피 상품을 중심으로 하여 한국 공정무역의 역사와 현 실태를 보도록 하자.
한국에서는 2002년 제6회 서울 평화상 수상자인 영국 옥스팜의 바바라 스토킹(Barbara Stocking)회장의 공적 사항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반인들이 공정무역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영국 옥스팜은 1950년대 후반부터 공정무역 운동을 해오고 있었다.) 이 영향으로 YMCA 전국연합은 2005년부터 공정무역 커피를 ‘한잔의 커피, 한잔의 평화’라는 브랜드로 판매하였다. 이 단체에서는 2006년 12월에는 동티모르에서 생산된 커피를 ‘Peace Coffee'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가게의 대안무역팀은 2006년부터 네팔커피를 수입하여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시작은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공정무역보다는 훨씬 늦은 시작이다. 현재 한국의 공정무역 커피를 운영하는 단체는 아름다운 가게, YMCA 전국연합, iCOOP 한국생협연합회, 공정무역 가게 울림 등이 있다. 2007년에는 울림기획이 제작한 공정무역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가 서울 문화
방송에서 방영되면서 많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한국공정무역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이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히말라야의 선물’이나 ‘착한 초콜릿’은 일반 편의점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의 이러한 공정무역 현황은 아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공정무역은 사업이라는 성격보단 운동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제품의 질보다는 ‘제3세계 가난한 국가를 도와주자 ’라는 선의에 호소하며 단체 이름을 강조하는 특징을 보인다. 물론 이러한 시행착오는 세계에서 공정무역을 이끌어 온 역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유럽에서도 공정무역 초기에는 질 낮은 제품도 선의에 호소해서 판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선의에 기댄 판매는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러한 인식으로 네덜란드에서는 1988년 ‘막스 하벨라르’라는 마크를 붙인 공정무역 커피 제품이 일반회사 제품과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공정무역은 운동을 뛰어넘어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소비자의 선의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지를 강화하고 신뢰를 주는 알림이 지속해서 이루어져 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 공정무역 상품이 제3세계 노동자들을 도우며 친환경적인 작물재배로 상품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공정무역의 제품을 타제품과 경쟁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공정무역은 자선이 아니라는 점과 높은 상품의 질을 생각했을 때 공정무역 커피의 가격은 정당하다는 점이 소비자한테 인식되어야 한다.
공정무역 어떻게 참여해야 하나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공정무역 마크가 새겨진 제품을 구입하면 되는 것이다. 커피뿐만이 아니라 초콜릿, 차와 같은 공정무역 제품들은 위에서 언급한 아름다운 가게, YMCA 전국연합, iCOOP 한국생협연합회, 공정무역 가게 울림 등의 홈페이지에서 구입 가능하다. 또는 주변의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삭토스트와 같이 아름다운 가게와 협력하여 원두커피를 공정무역 커피로 사용하는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상점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참여 방법이다.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도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공정무역연합’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후원하거나 공정무역에 관한 사무, 봉사, 번역, 홍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방법은 정말로 간단하다. 몇몇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게 공정무역에 참여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공정무역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공정무역 거래는 구매자들이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역량 구축을 위한 지원 제공 등을 하겠다는 생산자들과의 암묵적인 약속이라는 것, 이것을 전제로 공정무역이 왜 생기게 되었고, 또 왜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참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참고문헌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박창순 , 육정희 지음 <시대의 창>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 프란스 판 데어 호프 , 니코 로전 지음 <서해문집>
공정한 무역, 가능한 일인가? 데이비드 랜섬 / 장윤정 옮김 <이후>
희망을 거래한다 프란스 판 데어 호프,니코 로전 지음/김영중 옮김<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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