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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 대한 상상 플러스53호/뫼비우스의 띠 2010. 6. 11. 15:28
- 의약품 특허를 넘어서려는 대안적이며 대항적인 논의들
홍지은 정보공유연대IPLeft 운영위원
2009년 6월 19일 특허청은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Fuzeon)에 대한 환자 및 시민단체들의 강제실시
특허권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특허 받은 발명을 타인이 실시할 수 있게 한 제도이며, 특허법 제106조와 제107조에 규정되어 있다. 물론, 특허권자에 대한 보상이 있고, 특허권자의 권리가 소멸되거나 정지되지 않는다. ‘실시’란 특허 발명을 생산, 사용, 양도, 대여 또는 수입하는 등의 행위를 총칭하는 말이다. 청구를 기각한다. 특허청은 기각 결정의 사유로 “(푸제온의 강제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특히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을 들었다. 특허법 상의 통상실시권‘실시권(license)’은 타인의 특허를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법률상 ‘전용실시권’과 ‘통상실시권’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차이는 독점권의 유무 여부이다. 즉, 전용실시권(Exclusive License)은 독점권이 있는 실시권, 통상실시권(Non-Exclusive License)은 독점권이 없는 실시권을 말한다. 물론 특허권의 양도에 있어서 ‘독점적 통상실시권’이라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특허법 상으로는 통상실시권에 해당한다. 통상실시권과 달리 전용실시권은 등록에 의해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재정 청구, 즉 강제실시 청구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단 4차례 이뤄졌으나, 1978년 최초의 강제실시 청구만이 허여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중 두 건의 강제실시 청구가 환자·시민 단체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하나는 국내에서 고가약 논란의 시발점이었던 글리벡(Gleevec)에 대한 것(2002)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푸제온(2008)이다. 푸제온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Roche)는 정부의 약가 결정에 불복하여, 2004년 식약청의 시판 허가 이후 무려 4년 넘게 국내에 이 약을 공급하지 않았다.
특허청의 기각 결정이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같은 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역시 환자·시민 단체들의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한다. 푸제온의 강제실시를 허용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호를 위한 국가적 의무에도 부합”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인권위는 “설령 지적재산권 보호와 생명권 및 건강권 보호 간에 충돌이 있다 해도 국가는 인권을 우선적 가치로 하여 존중,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한다. 이 날의 발표는 인권위 설립 이후 8년 만에, 비단 의약품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최초의 입장 표명이었다.
지적재산권 제도의 강화 배경 : TRIPs 협정
특허란, 고도의 기술적 사상(思想), 즉 ‘발명’을 보호하기 위해 권리자가 이를 일정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특허법에 따르면 독점을 보호받는 기간은 ‘특허를 출원한 이후 20년’이다. 각각 20년과 50년으로 설정된 특허와 저작권의 보호기간은 지적재산권을 보통의 기본권과 구분 짓는 특징이다. 지적재산권은 예술가의 창작품과 과학자의 발명은 모두 사회가 그에게 제공한 문화와 과학기술에서 비롯되었다는 전제 하에 그들의 활동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써 고안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보호기간을 두어 지적재산권의 행사에 제한을 두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987년 이전 국내에서 특허 보호기간은 12년이었으며, 미국의 경우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이하 TRIPs 협정) 발효 이전 특허 보호기간은 17년이었다. 제도는 시대적 상황 즉, 현실의 권력관계와 지배적인 담론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인데, 전 세계적으로 특허 보호기간을 20년으로 통일시킨 것이 바로 TRIPs 협정이다.
지적재산권이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소유권처럼 여겨지는 일은 불과 십 여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무척 최근의 경험이다. 그리고 그 시발점에는 1995년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TRIPs협정의 발효가 있다. WTO 회원국이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한 TRIPs협정은 그간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온 지적재산권 제도의 국제적 통일화 작업이었다. 이 협정을 위반했을 때 WTO 분쟁해결절차를 따라 무역제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기존의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조약과의 차별점이다.
TRIPs 협정의 초안자가 화이자(Pfizer),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머크(Merck) 등 전 세계 제약 시장에서 매출 선두를 다투는 다국적 제약업체들임은 주지의 사실로, TRIPs 협정이 지적재산권의 보호 수준을 전반적으로 강화시켰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특히, TRIPs 협정 제27조는 물질의 제조 방법(제법 특허)뿐만 아니라 물질 그 자체에 대한 특허(물질 특허)의 적용을 강제함으로써, 다른 어떤 분야보다 의약품의 개발과 생산․공급 과정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았다. 즉,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모방하지 않았더라도, 그 제조 방법의 결과물인 물질이 기존의 특허 의약품과 동일한 것이라면 이를 특허 침해로 간주하는데, 그 결과 해당 의약품은 필연적으로 독점 시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 특히 남반구의 제3세계 국가에서는 그 사회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WTO 출범 이후 의약품 특허는 회원국 간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의제가 되었다.
특허와 의약품 : 인도의 특허법 개정
1995년 1월 1일 TRIPs 협정이 발효된 이후, 지적재산권 제도의 강화 흐름에 따른 다양한 폐해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의 약국’이라 불리는 인도의 경우, TRIPs 협정 발효를 전후하여 의약품의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인도는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에이즈 치료제의 90%를, 전 세계 에이즈 치료제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항암제, 항생제 등 다양한 의약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데, 그 규모는 세계 제약 산업 전체 생산량의 약 8%에 달한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의 67%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UN아동기금(UNICEF)이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의약품의 50%, 짐바브웨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은 75%가 인도 산(産)일 정도이다.
이처럼 인도가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 약은 대부분 제네릭(generic) 의약품
보통 ‘일반의약품’ 혹은 ‘카피(copy)약’이라고도 번역한다, 그러나 일반의약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판매 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Ethical Drug)’과 비교되는 뜻(Over-the-counter Drug)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특허의 보호 여부를 따지는 본래의 의미를 잘 드러내지 못한다. 카피약 혹은 복제약은 의미 전달은 쉬우나, 용어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사용을 지양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다. 특허 보호 기간이 종료되거나 특허 보호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복제하여 만든 의약품을 말한다. 인도에서 생산하는 제네릭 의약품은 선진국에서 특허로 보호받는 오리지널 신약에 비해 무척 저렴하다. 인도의 풍부한 기술 노동력 등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겠으나, 특허로 보호받는 약이어도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가 그 약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특허는 존재하되 시장 독점은 어려웠기에 가격은 저절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국제건강행동(Health Action International)과 소비자인터내셔널(Consumers International)의 1999년 보고서K. Bala and Kiran Sagoo(1999), "Patent and Prices"(출처 : http://www.haiweb.org/campaign/novseminar/bala1.html) 에 의하면, 위궤양 치료제인 ‘오메프라졸(Omeprazole, 20mg)’의 경우 포르투칼에서 팔리는 오리지널 신약의 가격은 인도에서 생산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보다 무려 19배가 비쌌다. 덧붙여, 보고서의 조사대상인 16개의 약 중에서는 특허권의 설정 여부에 따라 국가 간 가격 차이가 무려 1:58의 비율로 나타난 것도 있었다.
인도의 의약품 시장에서 특허에 의한 독점이 형성되지 않은 배경에는 1970년에 제정된 특허법이 존재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는 국내 의약품 수요의 약 85%를 외국계 제약회사에 의존하고 있었고, 의약품 가격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1970년에 제정된 특허법은 인도에서 의약품 및 식품과 농약에 대해 인정되는 특허를 제조공정(process)에 관한 특허, 즉 제법 특허에만 한정시켰다. 약을 만드는 과정이 다르다면 동일한 물질을 복제하여도 특허법에 저촉되지 않았다. 때문에 다른 국가의 제약업체들은 오리지널 신약의 복제약인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특허 독점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나, 인도의 제약업체들은 특허 보호 기간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제조 공정만 달리하여 특허 보호를 받는 오리지널 약과 같은 약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단락은 법무부에서 발행하는 『통상법률』통권 제74호(2007년 4월) pp.142-173에 실린 <인도의 의약품 특허제도와 TRIPS 규범>(김희상)에 실린 내용 일부를 발췌 및 요약하였다. 이처럼 물질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특허 제도는 비단 인도만의 경험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인해 특허법 개정을 비롯해, 지적재산권 제도의 전반이 변화했던 1987년 전 까지는 물질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
물질특허를 인정하지 않은 인도의 특허 제도는, TRIPs 협정 이행을 위해 특허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35년 동안 유지되었다. 그러나 WTO 회원국이 된 인도 정부는 결국 개발도상국에 대한 TRIPs 협정 이행 유예기간의 만료일인 200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TRIPs 협정 제27조에 따라 제조공정 뿐만 아니라 물질까지 모두 특허의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했다.
그 해 인도의 암환자 단체인 CPAA(Cancer Patients Aid Association)와 법률가 그룹(Lawyers Collective HIV/AIDS Unit)은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를 상대로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특허에 대한 이의 신청을 제기한다. 인도에서 노바티스가 글리벡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획득하기 전에는 10개의 인도 내 제약회사가 글리벡의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노바티스가 판매하는 글리벡의 한 달 약값이 2,667달러였던 반면, 글리벡의 제네릭 의약품은 89~267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물질 특허가 인정됨에 따라 인도 내 다수의 회사들이 생산을 중단하게 되었고, 위기의식을 느낀 인도의 환자들이 선택한 해법이 바로 글리벡에 대한 특허 이의 소송이었다.
그리고 2006년 1월 인도의 첸나이(Chennai) 특허청은 인도 특허법 조항인 ‘Section 3(d)’를 근거로 노바티스의 글리벡 특허 출원을 기각한다. 이에 불복한 노바티스는 2006년 5월 지적재산권 항소 위원회(Intellectual Property Appellate Board, IPAB)와 마드라스(Madras)
인도 첸나이 지역의 옛 이름 고등법원에 각각 소송을 제기한다. 그러나 마드라스 고등법원과 IPAB는 각각 2007년 8월과 2009년 6월에 노바티스의 소송을 모두 거절한다. 특히 IPAB는 첸나이 특허청의 글리벡 특허 거절 결정에 대해서 글리벡의 높은 약가를 지적하면서 “그러한 높은 독점가를 지지하도록 허용하는 특허는 공공질서(public order)에 반한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인권과 공공영역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의약품 특허
1995년 TRIPs 협정의 발효 이후, 선진국 중심의 지적재산권 제도 개편과 강화 흐름에 대한 대항 담론이 제3세계 국가들과 국제 NGO들 사이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이 국제적으로 공식화 된 것은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채택된 『트립스(TRIPs)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선언』이다. 142개 WTO 회원국의 절반이 넘는 80여개 국가들은 선언을 통해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비롯한 공공의 건강 보호가 제약회사의 특허권 보호보다 중요”함을 밝힌다. 이후 “공공의 건강”, 즉 ‘공공영역의 보장’과 ‘인권의 보호’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대항 담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
2003년 국제 NGO와 개발도상국 정부들은 TRIPs 협정 발효 이후 지식이라는 공공재의 사유화가 낳은 폐해를 지적하며,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지적재산권 제도와 공공정책과의 관련성을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WIPO가 UN 산하의 전문기구로서, 그 임무 역시 지적재산권의 보호에만 매몰되지 않고, UN의 설립 목적에 기여하는 것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WIPO내에서 3차례의 정부 간 회의와 4차례의 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2007년 9월에 열린 WIPO 총회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와 공공의 이익 사이의 공정한 균형과 공공영역의 촉진을 위한 규범 제정 활동 등에 관련된 45개의 제안이 채택되어, 이를 실행할 위원회(CDIP, Committe for Development and Inteleectual Property)를 설치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UN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사회권 위원회) 역시 2005년에 지적재산권과 인권에 관한 매우 중요한 해석 기준을 발표하는데,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제15조 1항 (c)호에 관한 『일반논평(General Comment)』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권 위원회가 발표한 『일반논평 17』은 지적재산권 제도에서 인정하는 법적권리는 ‘저자의 권리’를 비롯한 기타 인권과는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며, 주로 기업의 이익과 투자를 보호하는 이러한 법적 권리는 일시적이며 철회될 수 있는 것임을 천명한다. 그리고 ‘저자의 권리’에 의하여 보호되는 물질적 이익이란 저자가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의미한다는 것과 그러한 ‘저자의 권리’는 문화와 과학에 대한 권리 및 다른 인권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음을 언급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떠한 발명의 상업화가 생명권, 건강권 및 사생활보호 등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의 완전한 실현을 위태롭게 할 경우 이러한 발명을 특허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에 반하는 과학적 및 기술적 진보의 이용을 방지하여야” 함을 명시한다.
이처럼 2000년을 이후부터 지적재산권 강화 흐름에 대한 일련의 비판적 논의들이 ‘인권’과 ‘공공영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지만, 한국 정부를 비롯하여 국내 NGO들이 이러한 국제적 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특허청의 푸제온 강제실시 기각 결정 사유나, 인권위가 2009년에 이르러서야 지적재산권과 인권에 대한 공식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다양한 국내외적 여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겠으나, 의약품과 특허와의 관련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도 한 가지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즉, 의약품을 바라보는 국내의 문제의식은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같이,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프로그램의 구축과 실현에 방점을 찍다보니, 특허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해 왔다. 그로 인해, 만성적인 의약품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국제적 논의들이 배타적 재산권 즉, 특허가 아닌 또 다른 권리(인권 보호)나, 대안(공공영역의 확대)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면 아직도 ‘빨갱이’ 소리 듣기 십상이다.
일례로, 지난해 여름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인플루엔자 판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국내에서 치료제 품귀 현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강제실시 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와 국회에서는 당장 “후진국 이야기”,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하는 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강제실시가 다양한 방식으로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놀랍게도(?) 시장의 수호자로 불리는 미국이다.
“태양을 특허낼 수 있습니까?”
1953년 미국의 세균학자 조나스 소크(Jonas Edward Salk) 박사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였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해마다 5만 여명의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000여명의 환자가 생겨났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소아마비 발병 환자 수는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지난 2000년 10월 한국 정부는 소아마비의 종식을 선언한다.
소아마비가 유독 박멸에 이르게 된 데에는 백신의 개발자인 소크 박사의 공로가 크다. 백신의 개발 과정에는 수백만명이 기부한 돈과, 많은 사람들의 임상실험 지원이 있었고, 때문에 백신 개발을 지원한 미국 국립소아마비재단은 백신에 대해 특허화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럼에도 소크 박사는 재단이 선정한 특정 회사가 백신의 상업적 생산을 독점할 것을 우려하여, 재단이 하나의 회사와 계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소크 백신은 6개의 회사가 동시에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백신의 개발로 유명세를 얻었던 때, 소크 박사는 TV 인터뷰에서 “누가 백신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모든 사람들이라고나 할까요. 특허라는 건 없어요. 태양을 특허 낼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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