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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s in the Lab53호/뫼비우스의 띠 2010. 6. 11. 15:43
편집위원 초롱
얼마 전, 우연히 실험동물 위령제에 관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우리 학교에서는 하고 있을까?’하는 단순한 궁금증이 생겼지요. 그래서 여러 조교와 교수님께 여쭤보니, 아직 우리 학교에서는 실험동물 위령제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하더군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공들여 바른 화장품, 어제 저녁 머리가 지끈거려 찾아 먹었던 아스피린, 지난 겨울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맞았던 백신…. 결국은 실험동물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말이죠. 학교 내 실험실에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실험이 이루어지건 간에요.
그리고는 조금은 원론적인 의문 하나가 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인간만을 위한 동물실험, 지속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동물실험과 실험동물
동물실험, 여러분들도 한 번 이상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보통 실험동물이라 하면 의학 · 약학 · 수의학 · 축산학 등 생물학 연구나 교육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동물로 실험목적에 맞게 유전적으로 규제가 되어 있는 동물을 가리키지요.
두산백과사전 EnCyber & EnCyber.com 발췌 현재 여러 목적의 동물실험이 실행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약품이나 화장품, 세제 등에 인간에게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는지, 효능이 제대로 발현되는지 검증하기 위해 실행되는 동물실험을 중점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가장 처음 인간을 위해 동물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은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레노스(129-199). 그 당시에는 인간의 시체 해부를 금지했기 때문에 인간을 모델로 하는 연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여러 동물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그렇게 동물로 실험하여 얻은 생리학적 자료를 -비록 정확성은 없었지만- 인간에게도 연결시켜 많은 논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레이 그릭 · 진 스윙글,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 다른세상, 2005’ 참조 그 이후 여러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동물실험은 그 자리를 더욱 굳혀가서 오늘날까지도 동물실험을 과학적 근거로 하는 실험들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오랜 과거부터 그래왔지만, 현재까지도 동물실험은 약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실시되는 테스트 중 하나로 실행됩니다. 보통 하나의 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물탐색-약품생성-독성검사-동물실험-임상검사-정보수집-공식시판허가-임상시험>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인간에게 약품을 시험하는 임상검사 단계 전에 그 안전성을 동물실험을 통해 미리 검증하는 것입니다. 사실 생물학을 기반으로 하는 웬만한 실험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가히 필수적입니다. 그만큼 신뢰받고 있는 검증방법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죠.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가 따름이 사실입니다.
동물생명윤리?
동물실험에 관한 여러 문제 중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빼 놓을 수 없지요. 먼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동물에도 생명윤리가 있을까요? 동물에게도 인간과 같은 권리가 주어져야 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Of course, 물론입니다.’
물론 인간은 동물보다 월등한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능의 높고 낮음으로 도덕의 적용이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동물들도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고통도 느낍니다.
‘마크 롤랜즈, <동물의 역습>, 달팽이, 2004’ 참조 그럼에도 우리는 동물을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가 어느 정도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말이나 문자 등의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없는 동물을 ‘평등원칙’에서 배제시킨 채‘마크 롤랜즈, <동물의 역습>, 달팽이, 2004’ 참조 , 그저 하나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 고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보다 하등의 위치에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깔린 것이지요.
사실 현재는 동물생명윤리에 관해 법률도 제정되어 있고,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의식도 높아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감행되고 있는 동물실험에 있어서는 이마저 비켜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햄스터를 믹서로 가는 엽기적인 영상을 보고 분개했던 많은 사람들이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 쥐의 생체실험 장면을 보면서는 얼마나 동요하고 있을까요.
결국은 시스템의 문제
이렇게 윤리적 정당성에 있어서 동물실험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원들을, 학부생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사실 연구원이나 학부생 중 얼마는 동물실험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윤리 등의 사안에 있어서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것을 계속하면서 중단하기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사실은 그러기엔 이미 굳어진 시스템과 관례, 또는 동물실험이 거의 의무처럼 여겨지고 있는 현 상황이 그들을 얽매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어떤 생명현상에 대해 연구하거나, 논문을 낼 때는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신빙성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동물실험이 임상실험에 선행되는 것이 매우 일반적입니다. 그럼 보다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관련 학문의 학부생들도 여러 동물실험으로 수업을 받고 있으나 당장의 학점에 있어서도, 또는 앞으로의 교육과정에 있어서 실험동물을 다루는 것이 거의 불가피 하다는 생각에 큰 저항 없이 동물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앞으로 하게 될 동물실험을 홀로 거부할 용기가 아직은 없습니다. 마음속으로, 또는 뒤에서 부당하다고 외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실험을 하고, 리포트를 쓰겠지요. 즉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동물실험처럼 매우 안정적인 시스템 속에서 이를 거부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사실 국제적으로 동물실험에는 '3R 원칙'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1959년 Russell과 Burch가 제시한 것으로, ‘Replacement(대체), Refinement(개선), Reduction(경감)’ 세 가지입니다. 즉 ‘동물 실험을 대신할 방법을 찾을 것,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것, 동물실험의 횟수를 경감할 것’이지요. 이 원칙이 우리나라 실험실에서도 적극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를 위한 기술이 점차 개발되고 있음은 매우 희망적입니다.
바로 얼마 전에 출시된 ‘그린독성 평가기술’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는 “세포 내 또는 세포 간에 이뤄지는 여러 형태의 상호작용을 해석하는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활용, 식ㆍ의약품에서 독성이 일어나는 과정을 규명하고, 세포 또는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생명반응을 컴퓨터에서 재구성해 결과를 예상하는 시스템인 가상세포 또는 가상조직을 이용해 독성을 예측 평가하는 기술
디지털타임스 2010년 3월 24일자 ‘동물실험 대신 컴퓨터로 독성 검사’ (기자 안경애) 기사 인용 )”을 말합니다. 이 기술은 컴퓨터 모델링의 대표적인 실례인 것이지요. 또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은 바이오칩 전문 회사인 미국 휴렐 코퍼레이션과 동물실험을 대신할 바이오칩을 연구·개발 중에 있다고 합니다. ‘칩 위의 실험실’을 뜻하는 ‘랩 온 어 칩(Lab on a chip)’이 2013년까지 상용화될 것이라고 하니 동물실험이 크게 줄 것이라 추측해봅니다조선일보 2010년 1월 25일자 ‘실험용 생쥐 대체할 '바이오칩' 나온다’ (기자 이영완) 기사 참조 . 또 식약청에서는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한 면역화학시험법의 일종으로 실험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시험기간이 2일 밖에 소요되지 않는 ‘효소 항체법아주경제 2010년 2월 20일자 ‘쥐 대신 '효소항체법'으로 실험’ (기자 강정숙) 기사 인용 ’”도 개발되어 보급예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실험동물 위령제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처음 언급했던 ‘실험동물 위령제’를 이전에 들어본 적은 있나요?
이는 동물실험을 하고 있는 기관 등에서 실험동물의 넋을 기리고,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제사 등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위령예식입니다. 몇 국가 기관과 의학연구소에서는 꽤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실험동물 위령제의 정기적인 실시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곳은 한림대학교 한 곳에 그칩니다. 한림대학교에서는 실험동물센터 주최로 올해로 10년째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꽤 오랫동안 동물실험을 해왔고, 지난 1월에 개정된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로 곧 동물실험시설로 등록된다는 우리 학교의 연구실에서는 실험동물 위령제를 열었던 전례가 없습니다. 실험동물 위령제가 그저 형식적인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과학생명윤리학’과 같은 생명윤리 관련 수업이 다양하지도 않을뿐더러 필수로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학교차원에서 특강 등을 이용한 생명윤리교육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생명을 큰 가치로 여기는 우리 학교에서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 매우 안타깝고 아쉽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학과에서 ‘실험동물 위령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를 통해 학부생들은 자신들이 실험했던 동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실험동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학부생들이 자체적으로 동물윤리의식을 키우며 동물실험에 있어서 보다 신중해지는 태도를 기를 수도 있겠지요.
이 글을 통해 ‘동물실험을 지금 당장 중지해라!’라는 현실성 없는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그렇다고 ‘동물실험 중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섭시다!’ 라며 여러분들에게 영웅이 되라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임도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화장을 하면서, 감기약을 먹으면서, 예방주사를 맞으면서 인간‘만’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실험동물을 한 번 쯤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또 동물실험을 통하지 않은 상품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실천이 될 수 있겠지요. 덧붙여 앞서 언급했듯이 관련된 학문에 몸담고 있는 학부생들에게는 ‘실험동물 위령제’를 통해 윤리의식의 재고해 보기를 권합니다.
‘고등동물’이란 이름으로 동물들에 고통만을 선사하는 우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 참고자료 *
- 레이 그릭 · 진 스윙글,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 다른세상, 2005
- 레이 그릭 · 진 스윙글, <가면을 쓴 과학 동물실험>, 다른세상, 2006
- 마크 롤랜즈, <동물의 역습>, 달팽이, 2004
- UE 2010년 3월호 ‘동물실험, 실험이라 쓰고, 탐욕이라 읽는다’
- EBS 지식채널e 2008년 2월 11일자 방송 ‘동물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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