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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학생들의 목소리를 수거하는, ‘나를 찾는’ 대학79호(2021)/가톨릭대와 대학 2021. 12. 5. 00:11
강해리 수습위원
“우리는 여기 있다! 우리는 여기 있다!”
이는 2019년 3월, 새 학기를 맞은 숭실대학교 교정에 울려 퍼진 학생들의 목소리이다. 해당 대학의 성소수자모임 ‘이방인’은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새내기 모두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고자 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으며 수거되었다.1) 시간을 거슬러 2015년 3월, 부산대학교의 ‘큅’(QIP·Queer In PNU)이 게시한 위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은 고의로 훼손되었다. 이에 해당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혐오표현대응팀 '찢지 마'를 포함한 학생단체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반대하는 내용의 “찢지 마, 지우지 마, 부활할 거야” 대자보를 교정에 붙이며 용기의 목소리를 모아 내었다.2) 그리고 2016년 3월, 서울대학교의 ‘큐이즈’(QIS·Queer In SNU)’가 게시한 위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찢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3) 그 후 해당 대학 구성원이 함께 찢겨진 현수막에 반창고를 이어붙이고 대응 대자보를 붙이며 맞섰다.4) 같은 해 서강대학교의 ‘춤추는Q’가 게시한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학우들의 새 학기,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은 해당 대학의 교수가 칼로 훼손하고 무단으로 폐기했다.5)
3월은 단단했던 땅을 뚫고 새 싹이 돋아나는 새로움의 계절이다. ‘민주주의의 꽃’, 혹은 ‘지식과 공론의 장’이라 불리는 대학이라는 세계에 입장하는 새내기를 위한 계절이기도 하다. 성소수자 학생들을 반기는 목소리를 찢고, 버리고, 훼손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며, 혐오와 증오의 범죄이다. 새로운 세계에 입장하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학생을 반기는 목소리들은 폭력적으로 억압되었다.
2021년 3월, 가톨릭대 인권센터 활성화를 위한 학생자치모임 ‘가다’는 “가톨릭대학교에 오신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새내기를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고, 이는 당일 날 수거되었다. 현수막과 함께 모든 존재를 향한 존중과 사랑과 환대의 목소리도 허무하게 제거된 것이다. ‘나를 찾는’ 대학교의 환영 인사는 이렇게 학생들의 목소리를 수거하며 이루어졌다.
<가톨릭대 인권센터 활성화를 위한 학생자치모임 ‘가다’>가 성심에 수거되었던 목소리를 다시 펼쳐 보내왔다. 그 목소리엔 “자유롭게 자신의 존재와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마땅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i)를 무시하는 불합리한 학교의 처사가 담겨있다. 이번 close-up에서는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가톨릭대의 교육정신 속 ‘성소수자’는 포함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고발한다. ‘나’의 존재를 지우는 대학에서 ‘나를 찾는’ 과정은 당연하게도, 불가능할 것이다. 학교에 의해 검열되고 지워진 ‘가다’의 목소리에 이제는 귀 기울여볼 때이다.
i) 1980년 제정된 제5공화국 <헌법> 제20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1) 강푸른, 『인권위 결정에도 "'성소수자 환영' 현수막 안 돼" ... 학생들 반발』, 2019.03.07., KBS뉴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152525&ref=A>,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13일.
2) 민경진, 『부산대 학생단체 '대자보를 지켜라'』, 2015.05.11., 국제신문,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50512.22008192855>,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13일.
3) 김현정, 『서울대 성소수자동아리 "현수막 훼손은 증오범죄"』, 2016.03.31., news1 사회, <https://www.news1.kr/articles/?2620069>,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13일.
4) 곽상아, 『'훼손된 성 소수자 현수막'의 최신 근황(전후 사진)』, 2016.03.24., 허핑턴포스트코리아, <https://www.huffingtonpost.kr/2016/03/24/story_n_9537632.html>,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13일.
5) 이재진, 『"성소수자도 환영" 현수막 훼손 범인은 대학 교수』, 2016.03.10., 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mod=news&act=articleView&idxno=128566>, 마지막 검색일: 2021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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