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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 검찰 규탄 기자회견 취재기76호/취재기 2020. 5. 30. 22:34
엄아린
“부실수사 형식기소 거듭한 직무유기 검찰에 경고한다!” “법원은 공정한 판결을 해라!”
사진 성심 지난 5월 1일 오전 10시 30분, 서초동 서울지방검창청 앞에서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 검찰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n번방 사건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행동을 준비한 자발적 시민 결사체다. 이들은 n번방 사건이 처음으로 지상파 3사 저녁뉴스의 전파를 탄 직후인 3월 23일,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긴급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후 시위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했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다수가 모이기 힘든 시기임을 고려해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을 이용한 1인 시위를 직접행동의 방식으로 사용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5월 1일이 ‘로리대장태범’ 배모씨의 2차 공판일인 것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었다. n번방 가해자 중 한명인 배모씨(제2 n번방 운영자)는 피싱 사이트를 이용해 미성년자 3명을 협박하고 성착취 영상 76개를 제작 및 유포한 혐의로 춘천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배모씨의 죄명이 추가 적발됨에 따라 검찰이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며, 이에 따라 14일로 재판이 미뤄졌다. 결심공판 또한 그 이후로 연기되었다.)
*편집주: 14일 재판에서 피고 배씨는 검찰의 변경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전자발찌 부착에 대한 심리를 위해 추가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2020.05.18.
*편집주: 최종판결에서 장기10년, 단기 5년을 구형받았다. 배모씨는 미성년자로(19세)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안을 둔 부정기형 선고가 내려졌다. 단기형을채우면 조기출소가 가능하다. 2020.05.29.
사진 성심 사진 성심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기자회견에서 ‘배모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디지털 섬범죄를 비롯한 성폭력 가해 전반에 관대한 검찰을 규탄하기 위해’ 오늘의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발언했다. 배모씨를 담당하는 춘천지검은 이미 n번방 운영자인 ‘켈리’ 신모씨의 사건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린 바 있고, 배모씨의 사건에서도 적절한 처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신모씨는 아동 청소년 음란물 9만여 개를 소지하고 2500여 개를 판매했으나, 고작 2년을 구형받았다. 심지어 반성문 11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감경을 받아 징역 1년 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과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전과범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성심 이뿐만이 아니다. ‘와치맨’ 전모씨는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고담방’을 개설한 성범죄자다. 고담방은 n번방으로 들어가는 매개로, n번방의 링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전모씨는 고담방의 참가자들에게 ‘1주일에 #개 이상 성착취물을 올리라’고 요구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강제 퇴장시켜 불법촬영물 공유를 부추겼다. 고담방에서 5개월 동안 공유 된 불법성착취물은 1만 1409건에 이른다.
전모씨 역시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었다. 타인의 IP 카메라를 해킹해 범행을 저질렀고 그 횟수는 총 418회에 이른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하여 재판 전까지 자유롭게 불법촬영물을 공유할 수 있었다. 법원으로부터는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텔레그램으로 본거지를 옮긴 것이 지금의 고담방이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앞선 사례에 비추어 볼 때 “n번방 사건은 성범죄자들에게 꾸준하게 관대한 판결을 내린 법원과, 부실 수사를 거듭해온 검찰의 ‘합작’이나 다름없다”고 발언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는 매년 늘어나는 반면, 기소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으며 전체 검거 대비 구속률(2018)은 2.3%에 치는 것. 그마저도 가해자 10명 중 7명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사실상 국가가 나서서 가해자를 직접, 적극적으로 보호 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기자회견 이틀 전인 4월 29일, ‘n번방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아직 부족하지만 국회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했다”며 “이제는 검찰이 시민들의 경고를 받아들여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로 디지털 성범죄에 맞설 것”을 요구했다.
이후 참가자 두 명이 추가로 발언 한 뒤, 공연예술가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연대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대법원까지 일렬로 행진하며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사진 성심 사진 성심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몇몇 운영진을 제외하고는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다. 하지만 n번방 사건을 마주하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감정을 공유하며 인스타그램에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모이고 있다. 국회와 법원 앞에서 ‘n번방 사건을 규탄’하는 피켓이 사라지는 날. 그날은 n번방 사건이 잊혀진 날이 아닌, 우리 사회의 성범죄가 뿌리 뽑힌 날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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