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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핵? 핵↗ 핵↘71.5호(18새내기)/뫼비우스의 띠 2018. 4. 1. 20:05
핵! 핵? 핵↗ 핵↘
김유수 편집위원 nb0307@naver.com
한국 사회에서의 핵
현실의 언론 기사부터 가상의 영화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에서 핵무기, 핵발전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 이후, 국제사회 외교와 정치에서 핵무기에 대한 논의는 항상 달아있는 뜨거운 감자이다. 최근 신고리 공론화 위원회로 주목받았던 핵발전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최근 지진 발생으로 우리사회의 핵발전에 대한 주목도가 아주 높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논의가 끊이지 않는 핵무기와 핵발전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또 이것들이 무엇이 문제일까? 엄밀하지 않을지라도 복합한 물리, 화학 용어를 배제하고 단순하게 그것에 대하여 알아보자.
▶사진 출처 Jenga Boom
▶사진 출처 두산백과
그래서 핵무기랑 핵발전이 도대체 뭔데??
▶사진 출처 : https://www.jadagram.com/i/caccat/1238830783/m-nHuTJCDEHA
간단히 말하자면 핵무기는 불안전한 우라늄을 90% 이상의 높은 농도로 농축하여 순간적으로 붕괴시키는 폭탄이다. 그리고 핵발전은 불안전한 우라늄을 4% 정도의 저농도로 농축시켜 천천히 붕괴시키고, 그때 발생하는 열로 물을 끓여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 방식이다. 우리가 검색해 보긴 쉽지만, 이해하긴 어려운 이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우리 주위의 모든 물질은 같은 조각이 뭉쳐져 이루어진다. 그래서 만물은 이를테면 나무토막으로 이루어진 젠가와 같다. 예를 들어 한 조각뿐인 젠가는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H)이고 26조각으로 이루어진 젠가는 철(Fe)인 식이다. 그렇다면 가장 무거운 덩어리는? 자연 상태에서 가장 무거운 덩어리(원소)는 무려 92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는 우라늄(U)이다. 물론 일반적인 우라늄은 튼튼한 젠가와 같이 아주 안정적이다. 하지만 우라늄 중에는 깨져서 크기가 맞지 않는 조각 몇 개를 가진 젠가 덩어리처럼, 일반 우라늄보다 조금 가볍고 불안한 우라늄이 있다. 그리고 이 불안한 우라늄이 바로 핵발전과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
불안한 젠가가 흔들거리다가 무너지는 것처럼, 이 불안한 우라늄도 쉽게 작은 덩어리로 부서진다. 그리고 젠가가 우르르 무너질 때, 큰 소리를 내고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것처럼 불안한 우라늄이 무너질 때도 열과 빛을 내며 다양한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한편 흔들거리는 젠가 덩어리 여러 개를 가까이 붙여두면 하나의 덩어리만 무너져도 도미노처럼 주위의 다른 덩어리들도 무너질 것이다. 핵무기와 핵발전도 그와 같이 불안한 우라늄 덩어리들을 가까이 뭉쳐두고 그 우라늄들이 우르르 무너지게 하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의 경우, 불안정한 우라늄이 고작 0.7%밖에 섞여 있지 않다. 세상에 우라늄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0.7% 불안한 우라늄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에, 자연 상태에서 우리가 우라늄에 의한 피해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불안한 우라늄을 농축해 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핵무기는 불안한 우라늄 덩어리를 90% 정도의 고농도로 농축하여 공처럼 뭉친 뒤, 그 주위를 일반폭탄으로 감싸 만든다. 핵폭발의 과정은 불안한 우라늄 주위의 일반폭탄이 터지면서 불안한 우라늄들을 한데 강하게 밀착시키며 시작된다. 이때 일반 폭탄으로 인해 서로 뭉쳐진 불안한 우라늄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무너지면서(핵분열) 짧은 시간에 엄청난 열과 빛을 폭발적으로 발생시킨다. 이 폭발의 위력은 많은 이들이 뉴스와 영화에서 자주 접했을 것이다.
한편 핵발전의 경우는 불안한 우라늄을 4% 정도의 저농도로 농축하여 튼튼한 금속 원통에 채워 넣는다. 그러면 그 원통(핵연료봉) 내부에서 불안한 우라늄들이 천천히 무너지면서 열을 낸다. 이 저농도의 불안한 우라늄을 채운 금속 봉을 대량의 물에 넣고 끓여, 그 물을 통해 발전하는 방식이 바로 핵발전이다.
그래서 방사능물질? 방사능? 방사? 이건 뭐고,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핵폭발과 핵발전은 우라늄이 부서지면서 발생한다. 그리고 불안한 우라늄이 부서질 땐, 강한 빛과 많은 조각 덩어리들이 튀어 나간다. 문제는 튀어나간 그 조각들도 불안한 덩어리라는 데에 있다. 이 작은 덩어리들은 이후에도 오랜 시간동안 계속 부서지며 작은 입자(헬륨 및 전자)와 빛(감마파)를 쏟아낸다. 이처럼 물질이 부서지면서 입자와 빛를 쏟아냄을 방사라 하고, 그때 튀어나오는 입자와 빛을 방사선이라 한다. 그리고 불안한 우라늄을 포함해서 방사하는 능력(방사능)을 가진 다양한 물질들을 방사능 물질이라 한다. 이 같이 작은 방사능 물질이 공기나 물에 섞여 우리 몸에 들어오면, 내부에서 방사선을 뿜어 우리의 몸을 공격한다. 특히 많은 SF, 핵전쟁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감마선의 경우(영화 헐크에 나온 그 감마선 맞다), 우리 신체조직을 파괴하고 DNA의 나선구조도 찢어놓아 조직의 돌연변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방사능에 의한 신체의 파괴는 독이나 바이러스와 달리 더 근원적인 파괴이기에 치료의 개념이 존재하기 힘들다.
사실 히로시마에서 폭발한 핵무기에서 고작 4% 내외의 우라늄만 폭발에 관여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흩어진 방사능 물질들은 ‘원폭병’이란 이름으로, 폭발에 의한 피해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낳았다. 현대의 핵무기도 40%의 우라늄만이 폭발에 이용된다. 나머지의 그 위험한 방사능 물질들은 공중으로 퍼져 공기와 물을 타고 많은 사람들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핵무기의 진정한 무서움은 그 흩어져버린 방사능 물질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핵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 연료봉은 열을 내면서 강한 방사선도 내뿜는다. 발전중인 연료봉 근처에 사람이 가까이 간다면, 몇 분 안에 죽음에 이를 정도이다. 판도라 같은 영화나 앞선 핵발전소 사고(쓰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에서 강조되는 바, 만약 지진이나 폭발 등의 사고로 연료봉 안에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퍼져 우리에게 다다르게 된다면 이는 피해액을 산정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재앙이 된다.
설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핵발전은 핵폐기물이라는 골칫거리를 가지고 있다. 핵연료봉의 경우 3년 정도 사용하면 온도가 낮아져 발전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식은 연료봉에서도 위험한 방사선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리고 폐연료봉 안에 방사능 물질들이 모두 부서져 인체에 유해하지 않게 되려면 최소 10만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참고로 현생인류가 지구에 등장한지 10만년이 한참 못 되었다) 폐연료봉을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위험한 물질이 밖으로 퍼지지 않게 폐연료봉을 두꺼운 콘크리트로 감싸 땅 깊숙이 묻는 것이다. 이 콘크리트 덩어리가 그 유명한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어떤 지역도 이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매립지가 들어오길 원치 않아 모든 폐연료봉은 핵발전소에 임시 보관되어 있다. 이에 부산과 영광의 발전소의 경우 가까운 2024년이면 그 수용시설이 가득 차게 된다.
그래서 지금 이 얘기를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사진 출처 :https://www.jadagram.com/i/caccat/1238830783/m-nHuTJCDEHA
핵기술을 포함한 많은 과학기술은 마치 도구와 같아서 그것 자체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이 가치중립적이다. 핵기술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핵기술은 고효율의 에너지원으로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도 한다. 안전과 방사성 물질 처리 문제는 큰 골칫거리라 해도 말이다. 설사 핵기술이 인류 전체를 멸종시킬 위험성을 내포했다 하더라도, 그 기술 자체는 인류의 과학이 이뤄낸 기술적 ‘진보’임에 틀림이 없다. 좋든 싫든 현재의 인류는 핵에 관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 사실은 불가역적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선택이 실행된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선 많은 선택들이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개발과 복지, 환경 등의 정치적 선동 구호에 휩쓸려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핵기술이 대표적으로 그 사항이 적용되는 것 같다.
지금의 우리가 이 진보된 기술을 대하는 가장 합리적인 자세는 기술을 이해하여, 그것의 득과 실을 잘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전 세계의 핵무기 감축을 적극 동참할지,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우리도 핵 무장을 할지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핵발전도 마찬가지이다. 핵발전 시설을 늘리고 그 기술을 적극 외국으로까지 확장해 나갈지, 지역 안전과 환경, 미래를 위해 핵시설을 줄여나갈지는 사회 구성원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논의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현대의 우리가 맡은 국가의 주인 노릇은 사실 생각만큼 결코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주인인 우리는 귀찮게도 부단히 배우고, 생각하고, 논의해야 한다. 핵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국가의 주인으로서 이 귀찮은 과정을 시작해 보기에 충분한 사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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