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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는 삶. 대학교54호/수습기획 2010. 11. 9. 16:37
수습위원 천재상
고등학교
고등학생 특히 인문계 고3의 삶이란 대학교를 가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양식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대학교를 위해 맞춰진다. 그만큼 고등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대학교에 대한 환상 또한 크다.
‘대학교’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참 많다. CC, 학점, 축제, 미팅, 기숙사, 동아리, 자유 등등…. 하지만 그 중에서 대학교의 본 의미와 가장 부합하는 것은‘지식의 보고’즉, 학문의 탐구일 것이다. 짜여진 수업을 듣는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대학교는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서 해당 학문에 대한 탐구에 열중한다. 여기서 중점이 되는 것은‘어떤 학과에 들어가서 어떤 학문을 탐구하느냐’란 것이다.
필자 같은 경우는 ‘사회학’과 ‘심리학’중에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어떤 것이 나의 적성에 맞을까….’아마도 고3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학과 선택의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대학생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싫어하는 수학을 하지 않아도 되고 공부하고 싶은 것만 공부하면 된다니 말이다. 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그래서 고3 시절에는 하루 빨리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대학교
수능을 치른 후 모두들 원하는 과를 갈 것이냐 아니면 점수에 맞춰 대학교를 갈 것이냐 하는 정말 골치 아픈 문제를 인생 설계도까지 그려가며 풀고 있을 즈음, 필자 역시 진지한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진지한 고민 끝에 가톨릭대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원서를 넣고 보니 가대가 학과제가 아니라 학부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부제는 여러 가지 의도로 시행된 제도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인 학과 선택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는 의미도 있다. 막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이 학과를 선택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므로 일년의 학부생기간을 두어 자기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과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부제인 것을 알고 난 후, 인기학과에 대한 어느 정도 경쟁은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다. 하지만 대학교에 막상 와보니 경쟁은 예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여러분은 ‘심떨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이는 사회과학부내에서 통용되는 말로, 사회과학부의 인기학과인 심리학과에 들어가지 못하고 떨어진 사람들을 지칭하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마치 승리자가 패배자를 조롱하는 말처럼. 이는 사회과학부 내의 인기학과에 대한 경쟁이 엄청나고, 경쟁이 학과의 선택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생활 전반에 걸쳐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심리학과에 가기 위해 친구들에게 묻는다.‘ 어떤 교수가 학점을 잘 주니?’,‘ 다른 학부 아이들과 경쟁 하는게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학점 받기 쉬운 수업이라면 그것이 내가 원하는 과목이 아닐지라도, 다른 학부라도 상관없다. 그 수업이 심리학과와 관련이 없는 수업일지라도 상관없다. 대학교의 본 의미와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 어떤 친구는 아예 학점을 위한 시간표를 짜기도 한다. 인기학과를 가기위해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학점에 사활을 건다. 고등학생 시절 겪었던 약육강식의 세계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방학. 내 친구들이 계절학기를 신청한다. 선배들은 깜짝 놀란다.‘ 1학년짜리가 계절학기를 왜 신청하냐’고…. 옛날 같았으면 쉬엄쉬엄 대학교를 다녔을 1학년이 3,4학년 선배들이나 신청하는 계절학기를 들으니 선배들이 의아해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대부분 치밀한 계산에 의해서 나온 것이다. 힘겨운 고등학생 시절을 견디고 대학에 와서 처음 맞이 하는 방학을 계절학기에 헌납할 줄이야….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내 친구의 1학기 평점은 4.45이다. 이 말을 듣고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은 전부 그 아이가 과탑(top)이 되어 전액 장학금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과탑의 평점은 4.5였던 것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식겁했다. 고작 1학년인데 평점이 4.5라니….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심리학과는 꿈도 못 꾸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자괴감마저 들었다. 마치 내가 경쟁에서 패배하여 도태된 느낌이랄까…. 선배들 또한 놀랐다. 정말 이번 10학번들은 피터지게 한다고. 경쟁이 점점 커져간다.
경쟁이 너무 커진 탓에 그것이 만든 그늘 또한 커지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는 닫혀버리고, 오직 승리만을 위한 존재로 전락한다. 단적인 예로 대학생 컨닝률이 있다. 아르바이트 천국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컨닝 경험은 약 70%로 나타난다. 주변 친구 10명 중 7명은 컨닝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내 친구 중 한 명도 컨닝을 한 경험이 있고, 시험기간만 되면 싸이월드 클럽‘가톨릭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 같은 곳에선 교수님이나 타 학우에게 컨닝한 사람을 고발하는 식의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성숙한 지성인들이 모여있다는 대학교에서 컨닝이 웬말인가?)
그렇다. 우리는 모두 ‘일등’ 에게 박수를 보낸다. ‘엄친아’, ‘엄친딸’ 에게 높은 사회 지위란 포상을 주고 찬사를 보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보다 계속 뒤처지게 될 경우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는다. 그래서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인이 되어야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 논리는 우리 자신을 내면 본모습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지금 경쟁의 내면화에 무감각해져있다. ‘탈 경쟁=도태’라는 공식이 우리 마음속에 있지 않은가? 이 공식은 '팔꿈치 사회'라는 한 단어로 설명 할 수 있다. ‘팔꿈치 사회’란 옆 사람을 팔꿈치로 밀치며 앞만 보고 달려 나가야 생존 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 대학교, 가톨릭대, 성심교정을. 물론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경쟁을 해야 한다. 이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경쟁이 내면화되는 것은 어떠한가? 무한경쟁의 시대에 발맞추어 경쟁의 내면화가 이루어져야 하는걸까? 과연‘탈 경쟁=도태’가 불변의 진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1
- 강수돌『, 경쟁은어떻게내면화되는가』, 생각의나무, 200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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