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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리고 병역혜택54호/수습기획 2010. 11. 9. 16:19
수습위원 백창훈
2010년 6월 한 달간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이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길거리 응원을 하거나 또는 호프집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월드컵을 관람했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내었다. 2002년 월드컵이야 우리나라에서 치루었다는 이점이 어느 정도 작용하였지만, 이번 월드컵은 지구 반대편의 낯선 나라에서 일궈낸 것이기에 더욱 감동적이고 대단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인 기쁨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16강 진출로 얻어낸 경제적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현대 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 16강 진출로 거리응원전 등이 이어지면서 민간소비지출 등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1조 3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국가브랜드 홍보효과가 1조 3천 5백억원, 기업이미지 제고효과가 1조 6천 8백억 원으로 추정돼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는 모두 4조 3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16강 진출로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사기가 충천되고 웃음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효과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힘들 것이다. 1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자마자 여기저기서 기다렸다는 듯 병역혜택에 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허정무 감독이 7월 23일 한국-나이지리아 조별리그 3차전을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병역 혜택’얘기를 꺼냈다.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허 감독은“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공로가 상당하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뛰고 싶어 하지만 병역 문제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융통성을 발휘해 선수들이 나중에 공익근무로 병역을 대체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박지성 선수는“원정 월드컵 16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유럽에 진출했기 때문”이라며“한국이 계속 강팀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선 (병역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중퇴로 병역이 면제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 선수도“군 면제를 받아 좀 더 일찍 큰 무대에 도전할 수 있었다. 1년간 볼턴에서 활약했던 것이 월드컵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축구인으로서, 선수로서, 대표 팀 감독으로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일을 해낸 그들에게 후배들의 발전과 앞으로의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바람을 표현한 것뿐이니까…. 그러나 이것은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의“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병역문제다. 국내에서16강 진출을 이뤘을 때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줬다. (월드컵 16강은) 해외에서는 더 어려운 일이다. 병역 특례가 관철됐으면 하는 것이 선수들의 마음”이라는 발언과 함께,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전함으로 인해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의“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16강 진출이 더 어렵다. 이윤성 국회부의장도 함께 계시니 선수들이 면제 혜택을 받도록 힘써주셨으면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02년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축구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었고, 이후 2006년 처음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4강에 진출한 야구 대표 팀에게 병역 혜택을 주었다. 그러자 다른 종목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져 병역혜택에 관한 규정을 2007년 말에 아예 폐지하였다. 현재 병역법에 규정된 내용을 보면 문화, 예술 방면 특기자에게도 병역혜택을 주고 있지만 월드컵 때문에 다시 제기된 문제이니 이 글에서는 축구선수의 병역혜택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 병역법에 의하면 체육특기자에게는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에게만 병역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예술분야에서는 국내대회 1등, 국제대회 2등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체육특기자와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예술분야 경연대회는 매년 개최되고 있고 그 수가 많다는 것에 비하여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된다는 점을 비교해보면 우선 기회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더욱이 예술분야는 전성기라는 것이 특별하게 없다. 전 나이에 관계없이 전 생애를 통해 자신의 기량을 닦아간다면 기량 손실은 없으며 일부 예술 분야는 오히려 다양한 경험이 예술 세계의 깊이를 깊게 해준다는 점에서 군대생활을 경험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은 건강한 육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고조에 오르는 기간이 있어서 예술과 다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기간이 바로 군복무를 해야 하는 나이와 비슷한 기간이다. 군대가 요구하는 육체적 건강성과 운동이 요구하는 육체적 건강성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20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운동선수들은 이 시기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역혜택을 주는 대상을 보면 대회 수준과 경기력과는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볼 때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과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대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관심과 경기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기준은 분명 달라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경기력 관점으로 본다면 아시안게임과 각 종목 세계선수권대회는 수준차이가 분명히 있다. 육상이나 수영과 같은 것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종목 역시 전반적으로 세계선수권대회가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수준 높은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선수권 대회를 병역혜택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 관심정도에 따른 기준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세계에 널리 알려진 대회로는 월드컵,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있다. 그만큼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홍보 가치가 큰 행사이다. 아시안게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행사인 것이다. 지금도 월드컵 스폰서가 되려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으며, 광고노출 효과가 수천억, 수조원이 된다는 등의 분석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국가를 홍보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이다. 거기에다 그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최소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딴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법에 규정한 대상은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또한 병역혜택 대상에서 단체전의 경우는 실제 출전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고 해놓았다. 그런데 단체경기에서 메달을 줄 때 출전한 사람만 주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단체경기는 팀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것이지 어느 한 개인에게 수여하는 것이 아니다. 오케스트라가 모든 단원이 합심하여 좋은 연주를 하는 것처럼 단체경기는 선발과 후보를 막론하고 모든 선수가 한 몸이 되어 뛰는 것이다.
운동이나 예술 이외에 여러 분야에서 병역혜택 또는 대체복무의 혜택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예가 특정 산업체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는 경우 병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도 자기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가질 뿐만 아니라 금전적 혜택까지 받고 있다. 다른 예와 비교 해봐도 운동선수에 대한 혜택은 운동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너무 불합리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처럼 병역혜택을 주어야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병역법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은 쉽지 않고 당장 시행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병역혜택이 많은 국민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입영 시기를 운동선수에 한해서 지금의 규정보다 훨씬 늦춰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조중연 축구협회회장은 7월 23일 스포츠동아와 만나“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방안은 형평성 등을 고려해 백지화했다. 대신 선수들의 군 입대 연령을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혹은 현역 입대 대상자인 대부분의 선수들은 만 27세 이전에 국군체육부대인 상무 입대를 추진한다. 군대에서도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상무 입대를 선호한다. 그러나 워낙 선수가 많아 주류 선수가 아니고는 이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이런 팀을 조금 더 늘려 운동선수들이 군대에서도 자기의 기량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군대에 입대할 시기는 운동선수에게는 가장 황금기이다. 이때에 군 입대 때문에 부득이하게 운동을 그만두게 된다면 운동선수 생활에 크나큰 지장을 줄 것이다. 모든 것을 운동에 걸고 살아온 그들에게 운동을 못하게 된다는 것은 가혹한 징벌과 다름없다. 이를 감안할 때 법에서 규정해놓은 병역혜택 대상은 여러 모로 재검토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운동선수와 예술인 간의 차이나 혜택대상 모두 조금은 불합리해 보인다. 이런 문제는 각 운동단체에서 합심하여 그 가치와 필요성에 대하여 홍보하고 공동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MBC뉴스 6.24보도 방송 분 인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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