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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문화콘텐츠전공 06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연예인이 대학을 들어가겠다는 말에, 그 연예인의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너 지금 대학을 잘못생각하고 있는 거야. 네가 생각하는 캠퍼스의 낭만? 그런 게 현실적으로 존재할거 같냐?” 이 대화를 들으면서 난 나의 대학생활 뒤돌아보게 되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부터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사회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주변 친구들은 학원이다 뭐다 하면서, 점점 놀아주는 친구보다는 학원에 가는 친구가 많았고 학원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나는 학원은 악기를 배우거나 취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만 갔지, 공부하는 학원은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런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물론, 덕분에 어린 시절 나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나의 꿈이 생기고, 그 꿈에 대해 느끼고, 또 나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것에 대해 알아가면서, 일찌감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나도, 그다지 쉽게 이러한 가치관을 갖은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나는 나와 부딪혀야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다른 아이들 보다 뒤처지는 면도 있었고, 주위에서는 그로 인한 쓴 소리와 걱정의 말소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물론 마음이 많이 상한 날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빼곡한 학원스케쥴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는 일상을 보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런 일상을 선택했더라도 그것에 별 다른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만 두었을 것이다. 힘만 들고, 정신은 고달픈데, 내가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고등학생이 되고, 진로를 결정해서 원서를 넣을 대학을 선택해야 할 쯤에, 나의 대부분의 친구들은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뭐가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 뭐가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는 게 너무 답답해. 난 뭘 한 걸까?”라는 답답함과 자책이 섞인 고민을 늘어놓았다. 나는 내 친구들이,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내 꿈이 뭔지 내가 누군지에 대해 많은 것을 경험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해야 하는 분위기대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계속해서 아이들은 성적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늘 우리에게 꿈을 갖아야 한다고 말해주면서, 정작 그런 사회를 우리에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우리는 꿈을 갖기는커녕 꿈이 뭔지 찾아가는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내가 이렇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낭만에 빠져있다고,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꿈은 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정말 낭만에 빠지는 게, 사치인가? 사람의 인생에서, 낭만이 정말 사치인가? 그 말은 꿈을 꾸지 않는 희망이 없는 일상과, 쳇바퀴 돌듯 숨 쉴 틈 없이 계속 해서 달려야만 하는 일상이 우리에게 경제적인 인생이라는 소리 같이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일 뿐, 진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점수에 매달려서 대학에 들어온다. 생각해보자. 점수에 매달린 나름대로의 기나긴 시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일상에 훈련이 된 상태의 아이가 대학에 들어왔다. 그 아이는, 갑자기 대학이라는 곳에 와서 자신에게 “아! 이제 대학을 왔으니, 난 나에게 시간을 주겠어!”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을까?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험을 떠올려본 결과, 거의 대부분이 그렇지가 않다. 처음에는 우리도 캠퍼스의 낭만을 꿈꾼다. 즐겁게 사람들을 사귀고, 사랑도 하면서, 내가 성숙해지고 공부도 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겠지? 어느 정도는 맞는 소리지만, 우리는 곧 현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다시 여러 가지 불안과 걱정에 의해, 학점에 목을 매는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또다시 왜 지금 이것을 하고 있는지, 생계를 위해서 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모르겠고, 대학 생활에 대한 흥미도 즐거움도 잘 모르겠고, 왜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야 하니까’ 한다.
우리가 그저 해야 하니까 하는 이유는 결국 딱, 한가지다.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렇게 숨 가쁘게 사는 이유가 대학에서, 먹고 살기로 바뀐 것뿐이다. 그것을 위해 자신에 대한 성찰은 그다지 쓸데없는, 시간낭비다. 우리는 지금 또 너무 바쁘다. 여러 가지 따야할 자격증도 너무 많고, 여러 가지 해야 할 공부도 너무 많고, 그래서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러니까 ‘스펙’을 위해서 사는 건지 나를 위해서 사는 건지 잘 모르겠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진정한 나를 위해서 살줄 몰랐는데,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살 수 있겠는가.
이래서 우리 사회 구조가 이렇게 숨 가쁘게 돌아가는 데는, 우리의 탓도 있다. 우리 스스로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삶이 풍요로울지는 몰라도 공허함의 크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진정한 나를 위해서는 이제라도 시간을 갖아야 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아 이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늦었다. 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여유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로, 쓸데없는 사치를 부린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런 시간을 가짐으로 인해, 아마도 많은 날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또 아플 수도 있고, 의외로 좋은 시간일 수도 있다. 어쩌면 혼란스러운 날이 끝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성장해 있지 않을까? 그러한 과정들로 인해 우리는 나라는 사람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아플 기회를 주자, 그럴 시간을 주고, 겁먹지 말자. 정말 무서운 것은, 지금 남들 보다 빠른 시간 안에 이력서에 보기 좋게 써넣을 '스펙‘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너무나 숨 가쁘고 힘들게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했을 때가 찾아오는 것이다.'51호 > 가대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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