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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포인트제’가 넘어야 할 산들52호/나비효과 2010. 2. 26. 01:32
수습위원 이현(利賢)
‘탄소 포인트제’라는 캠페인을 들어보았는가.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함께 저탄소 사회의 실현을 위한 환경부의 캠페인으로, 국민 개인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지자체가 가정, 상업시설, 기업 등에서 감축한 온실가스분에 대해 포인트를 지급하여 그만큼의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에너지 절약이 곧 돈이다.’라는 개념을 실생활 속에 녹인 것이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좋은 취지와 비교적 유용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홍보의 부족이나 자치단체의 소극적인 태도, 번거로운 가입·이용 절차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탄소 포인트제’에 대해 자세히 말해줘
앞서 간략하게 언급했듯이 ‘탄소 포인트제’란 가정, 상업시설, 기업이 감축한 온실가스 감축분에 대해 지자체로부터 인센티브를 지급받을 수 있는 범국민적 기후 변화 대응 캠페인이다. 전기, 가스, 수돗물 등을 절약하면 결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게 되므로 그에 알맞은 포인트가 지급되는데, 이산화탄소 10g이 1포인트로, 1포인트는 3원 이내로 환산된다. 전기는 1kWh를 절약 시 이산화탄소 약 420g이 감소되므로 42포인트 정도 얻을 수 있고, 수도는 1t 절약 시 약 810g의 이산화탄소가 감소되어 81포인트 정도 적립된다.
전력·수도의 단위량에 따른 이산화탄소발생량은 창원시 기후변화대응시스템 홈페이지의 탄소량계산시스템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이때 전기, 가스, 수돗물의 월 절약량의 기준은 과거 2년간 해당 월의 평균사용량으로 정한다.
이렇게 얻어진 탄소 포인트는 현금, 탄소 캐쉬백, 교통카드, 상품권, 종량제 쓰레기봉투, 공공시설 이용 바우처, 기념품 등 지자체가 정한 범위 내에서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탄소 캐쉬백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이마트, 뚜레주르, 11번가 등의 OK캐쉬백 가맹점이나 탄소 캐쉬백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산 - 홍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또 당신의 가정은 ‘탄소 포인트제’를 실행하고 있는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들어는 보았는가. 이 세 가지 물음 중 하나 이상에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조금이나마 정부의 정책이나 환경에 관심이 있는 시민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면, ‘홍보의 부재’의 영향이 크다. 사실 이 제도는 본격 시행에 앞서 TV에서도 공익 광고의 형태로 홍보하였으나, 그것도 잠시 그 광고는 곧 사라졌다. 그러므로 이렇게 사라져버린 TV광고를 대체하기 위해서 시내의 대형 전광판을 이용한다거나, 학교나 공공시설에 소책자나 팜플렛을 비치하고 포스터를 붙이는 등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시멘트 사이에 핀 민들레처럼 이런 비판의 목소리 속에서도 부산이나 제주도는 탄소 포인트제의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부산의 여러 지자체는 탄소 포인트제의 본격 시행의 시작하면서 참여 자치단체를 모집할 때 가장 먼저 가입하였고, 전단지 등으로 꾸준하게 홍보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도 꾸준한 주민 홍보로 계속해서 참여 가정이 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한 바 있다.
최근 뉴시스의 보도의 따르면(09.09.03 강정만 기자 보도자료) 제주 전세대의 35%인 2531가구가 탄소 포인트제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특정 지역만의 홍보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범국민 대상의 집중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효과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단적인 서울시
탄소 포인트제 참여자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참여 신청 란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하려고 보니, 엇!? 서울시는 미가입 상태란다. 전국 16개의 시도 지자체 사이에서 주황색으로 표시된 곳(가입상태의 지자체는 연두색으로, 미가입상태의 지자체는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다.)은 서울시 하나다. 이 무슨 황당무계한 사실인가. ‘서울’이다. 그 어떤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이다. 대한민국 국민 오 천 만 명 중 천 만 명이 넘는 인구에, 사 백 만이 넘는 가구가 살고 있는 서울 땅에서는 아무리 에너지를 아껴도, 아무리 온실가스를 줄여도 탄소 포인트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인가. 또한 인구가 집중되어있고 각종 공해 시설들이 많은 대도시이기에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됨에도 탄소절감을 위한 시민참여제도가 미비하다는 것은 환경보호의 측면에서도 분명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 탄소 포인트제 대신 ‘탄소 마일리지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부에서는 “탄소 포인트제는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제도이므로,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할 수는 없다. 현재 서울시의 강남구는 참여하고 있는 상태이고, 서울시의 전체적인 제도 선택은 인센티브 지급에 의한 재정 문제로 아직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도 나중에는 이 제도를 채택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두 담당 기관의 말이 다르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탄소 마일리지제’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탄소 마일리지제 홈페이지에는 올 1월부터 6월까지 시범운영 한 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격시행 이후 세 달이나 된 지금은 어떠한가. 홈페이지에는 제도에 관한 그 어떤 자세한 공지나 정보 없이 ‘추후 별도 공지’라는 말만 반복되고 있다. 또 아무런 설명도 없이 “탄소 마일리지가 ‘에코 마일리지’로 변환됩니다. 9월 중 재오픈 예정”이라며 무책임하게 뜬금없는 내용의 팝업만 띄어 놓은 상태이다. 서울시는 이렇게 ‘탄소 마일리지제’라는 대안의 정책을 마련하였다면서 현 시점에도 딱히 이렇다 할 구체적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상세히 게재하여 시민의 혼란을 막아야 했으나,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현재 전국 230개 정도의 자치단체(구, 군 단위) 중 절반이 조금 넘는 144개의 자치단체만이 ‘탄소 포인트제’ 가입상태에 있다. 2010년 까지 전 지자체에서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는 하나, 과연 그 목적에 다다르기까지 서울시의 협조가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탄소 포인트제’와 ‘탄소 마일리지제’라는 두 가지 개별 정책으로 함께 성공의 기로에 들 것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또 다른 봉우리들
‘탄소 포인트제’는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 단지·동 별로만 신청이 가능하다. 각 가구 별로 신청할 수 없는 것에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아무리 이 제도를 이용하고 싶다 하더라도 단지·동 안 주민의 합의를 도출해내어 신청하기 전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서는 전기, 가스, 수도의 이용 요금이 단지·동 별로 집계되기 때문에 각 가정의 사용량을 따로 측정하여 절약량을 계산해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은 아무 것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며, 이용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에 큰 한계가 있다.
또한 절약 활동을 통한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탄소를 절약해서 얻은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곳은 많다. 하지만 그 혜택을 ‘모두’ 사용할 수는 없고, 현금 ․ 탄소 캐쉬백 ․ 교통카드 ․ 상품권 ․ 종량제 쓰레기봉투 ․ 공공시설 이용 바우처 ․ 기념품등 ‘지자체가 정한 범위 내에서’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단다. 이 제도의 소개할 때에는 혜택이 다양한 것처럼, 많은 것처럼, 쓰임새가 많은 것처럼 포장해놓고는 있으나, 글쎄…. 사실 따지고 보면, 그 혜택 안에서도 지자체의 선택에 따라 범위가 다시 정해지는 것이니, 모두 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자체에서 ‘상품권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그 밖의 다른 혜택은 선택할 수가 없게 된다. 또한 제주시에서도 일단은 감축 시민들에게 인센티브로 쓰레기봉투나 종량제 봉투 등 생활용품만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시민들이 ‘많은’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또한 환경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당장의 예산 문제보다는 훗날의 환경을 위해 여러 혜택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한다.
한편 이 제도가 이마트(삼성 계열), 뚜레주르(CJ 계열), 11번가(SK 계열) 등의 OK캐쉬백(SK 계열) 가맹점과 연계된 것으로 보아 대기업들이 어디까지 손을 뻗칠 것인가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제도로 기업에서 얼마나 이익이 있겠냐마는, 또 국민 생활의 혜택에 관한 제도라 기업이 필요하겠지마는, 정부 소관의 제도에 기업이 얼마나 관여하고 있느냐는 큰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니 정부에서는 기업의 관여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야겠다. 괜한 기업의 횡포로 시민들이 다치는 일이 없기를.
그 봉우리들, 잘 넘어갑시다.
사실 새로이 시작하는 제도에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더 나은 제도로 발전하기 위한 단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탄소 포인트제 역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이고,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제도이므로 어찌 보면 시작단계가 순탄치 않은 것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문제점을 바로 보고 시정하느냐, 은폐하려 드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탄소 포인트제’가 끝까지 지치지 않고 거대한 산들과 수많은 봉우리를 넘고 넘어 저탄소 사회 실현에 앞장설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다. 모쪼록 이 제도가 현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패러다임에 걸맞게 ‘무사히’, ‘바르게’ 정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참고자료출처
- 기후 변화 홍보 포털
- 탄소 포인트제 홈페이지
- 탄소 마일리지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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