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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은 아직도 먼 미래 이야기일까77호/취재기 2020. 11. 27. 19:36
김미성 수습위원
지방이 소멸되면 어떻게 될까? 빈집과 폐허로 가득하고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는 비극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슬프게도 이제는 상상 속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다.
올해 수도권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오래전부터 지역 간 격차는 심화되고 있었지만, 정부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지역별 소멸 위험지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소멸 위험단계에 진입한 지역은 228곳의 지자체 중 105곳이나 된다. 그 중 경북 군위군의 소멸위험지수1)는 0.133으로 가장 높다. 소멸이라는 미래를 앞둔 대부분의 지역은 젊은 층의 유출, 고령화 가속 현상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9월 16일 성심은 군위군 취재를 통해 소멸위험지역의 모습을 담았다.
출처: 성심 소멸위험지역에서는 함부로 아플 수 없다
군위군은 23,345명의 인구가 사는 소도시이다. 이 중 중장년층은 약 80%로 위급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군내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을 갖추고 있던 종합병원은 적은 환자 수와 부족한 의료 인력으로 6년 전에 폐쇄됐다. 현재 치과를 제외하면 군 내 병원은 의원 8곳이 전부다. 군위군보건소 관계자는 “관내에 응급실이 없어서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24시간 당직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마저 의료기기가 부족해 간단한 치료만이 가능하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아프면 아들이 와서 (큰 병원이 있는) 대구로 데리고 가줘야지..."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군위군 내 응급환자는 관내에서 치료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구나 구미 같은 인근 지역 병원으로 이송된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국민 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또 다른 소멸위험지역인 경북 영양군의 치료 가능한 사망률2)은 서울 강남구의 3.64배에 달했다.3)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산모가 분만의료기관에 도달하는 시간은 전남이 42분, 서울 3분으로 14배나 차이가 난다.4) 우스갯소리로 병원이 없어서 지방에 못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출처: 성심 보고 싶은 영화도 마음대로 못 보는
군위군에서 만난 20대 청년은 "친구들이랑 놀 때는 거의 구미 시내로 가요. 여긴 영화관도 없는데 구미는 먹을 것도 많고 쇼핑할 데도 많아서 거기서 자주 놀아요"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민 중 특히 청년들은 일상에서 문화적 격차를 자주 느낀다.
영화관이 없는 지자체는 군위군을 포함하여 66곳이다.5) 대표적인 문화시설 중 하나인 영화관조차 없다는 것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 부족을 의미한다.
군위군청 관계자는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지난 영화를 상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관뿐만 아니라 지역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설과 다양한 콘텐츠의 지역 간 차이는 심각하다.
문화가 중요한 생산수단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문화 격차는 그 자체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사회 불평등을 낳는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문화의 주요 소비층은 청년이기 때문에 문화 격차는 곧 인구 유출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의 위기는 지방 소멸의 전조
군위초등학교는 군위군 내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초등학교이다. 군위초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군위초에는 올해 38명이 입학했으며 군 내 다른 학교 전교생 수는 대부분 10명 내외"인 실정이다. 또 "본교 학생 일부는 자유학구제6)를 통해 소규모학교인 송원초와 우보초에 전학을 간 사례들이 있다"고 말하며 "경상북도는 소규모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통학지원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위군에는 이미 폐교된 학교들이 여럿 있었고 아이들 대신 무성한 수풀만이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멸위험지역이 아닌 비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도 지방소멸의 전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거점국립대인 경북대에서는 5년간 3,000명이 자퇴했으며 이들 중 95%가 수도권 대학으로 재진학했다.7) 청년층의 유출이 계속된다면 더 이상의 지역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고령화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어 지방은 현재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
출처: 성심 군위군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사업’ 등 지역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청년층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주를 촉진하는 정책에 도시 청년이 정착을 결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우리가 먼 미래로 취급하는 지방소멸이 정말 먼 훗날의 이야기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와 전문가, 지자체는 지방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방자치분권’을 제시한다. 또한, 지역 내에서 이주민 혹은 원주민이 ‘로컬’의 미래를 새로 개척하여 지역을 되살리고 있다. 이러한 대안들은 모두 거주지에 따른 격차를 줄이는 데 필요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이유일지라도 기본적인 삶의 요건들이 충족되는 지역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성심
<각주>
1) '소멸위험지수'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 지수가 0.5 이하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2) '치료가능 사망률'이란 인구 10만 명당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원인에 의한 사망자수를 의미한다.
3) 이한태, 『의사없는 농촌 마을』, 2020.9.8, 농수축산신문, http://www.af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816
4)김진구, 『경북 영양 108명 vs 서울 강남 30명…'치료 가능 사망률' 差 절반으로 줄인다, 2018.10.01, 헬스조선,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1/2018100101706.html
5) 정윤식, 『영화관 없는 지자체가 무려 66곳···'영화관 불모 지역' 1위는? 』,2017.10.30., SBS 뉴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460257&plink=ORI&cooper=NAVER
6) ' 자유학구제’란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까지 확대 지정하되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만 전입이 가능한 일방향 학구제이다.
7) 박준, 『이미 시작된 지방 탈출… 지방대의 ‘예고된 미래』,2020.10.27.,뉴시스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289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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