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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교육선진화가 가톨릭대에 가져올 변화들54호/가대in 2010. 11. 14. 01:43
편집위원 정승균
“가톨릭대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대학 선정”
가톨릭대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하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이하 학부교육선진화사업)에 선정되어 매년 30억, 4년 동안 총 120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학교는 가톨릭대가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선정되었다고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고, 학생들에게도 이 소식이 알려졌다.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
학부교육선진화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진행하는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교육역량강화지원사업에 이어 2010년부터 새롭게 시행되었다. 교과부의 발표에 따르면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의 경우, 학사조직 및 교수평가, 교육과정과 교육지원체계 등을 총체적으로 선진화하는 학부교육 선도대학 모델을 육성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본래 근대적 대학이 처음 생겼을 때, 대학은 연구(대학원)와 교육(학부과정)의 기능이 합쳐진 곳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의 대학이 교육보다 연구에 그 중심이 맞춰져 있었다고 판단했고, 이제 대학정책의 중심을 연구에서 교육으로 옮겨 대학의 본래 역할인 교육과 연구의 균형적인 모습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말하는 대로 지금까지의 대학운영과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연구와 그 결과에 치중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이고, 학부교육 강화의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도 부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이 학부교육선진화사업이 단순한 의미에서 학부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것인지, 아님 학부교육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는 좀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톨릭대의 학부선도제사업 계획을 자세히 바라보고, 이 학부선도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성심교정 학생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알아보도록 하자.
학부교육선진화를 위해 다가올 학사제도 개편
[표] 언론에 공개된 가톨릭대 학부교육선진화사업 계획
가톨릭대학교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과정, 학사제도를 혁신”
1. 입학 사정관 선발인원을 30%까지 확대(‘09년 5.5%)
2. 전공 교과에 융․복합 트랙을 도입, 교양과 전공 교과를 유기적으로 결합
3. 39개 학과(전공)를 30개 이내로 축소
4. 강의 평가 결과를 전면 공개(‘10년~)하고, 교수 업적평가의 교육부분 실질반영률을 40%까지 확대(현재 24.2%)
‘수요자 중심의 윤리적 리더 양성’을 목표로 진행되는 가톨릭대의 학부교육선진화사업은 큰 틀에서 학사제도 개편, 비교과과정 활성화, 교육질관리강화 이 3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교과과정 외의 학습커뮤니티 활성화, 국제교육강화 등의 비교과과정 활성화 부분과 교수업적평가에서 교육비중 확대 등의 교육질관리강화 부분은 학교의 인적·물적지원만 충분하다면 학생입장에서는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학사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 융·복합 트랙제도
먼저 기존의 전공심화, 복수전공 과정 외에 융·복합 트랙제도 도입과 39개 전공을 30개 이내로 축소하며, 단대·학부간 경쟁을 통해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에서 학부선도제사업이 학생사회에 끼칠 영향이 클 것이라 생각된다. 먼저 융·복합 트랙제도를 설명하자면 기존의 전공과정 외에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것으로, 예를 들자면 국문학전공과 문화콘텐츠전공이 혼합된 새로운 전공인 방송시나리오 트랙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학부선도제사업 단장인 경제학전공 김용승 교수는 위 예를 들면서, “기존의 시나리오작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대학의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고 있다. 융·복합 트랙을 만들면 이것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현재 이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이 없어 어떻게 운영될지, 어떻게 융·복합 트랙이 개설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학부(전공)축소
가톨릭대의 학부선도제사업안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은 바로 39개 전공을 30개로 통폐합하고, 현재의 학부체계에서 단대-학부체계로 변화하고 단대·학부간 경쟁을 통해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소식이 학생들에게 알려지자 학생들은 가좋사, 가갤 등을 통해 앞으로 없어질 과를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나 소위 말하는 비인기학과 학생들이 많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의 학교측 계획을 보면 현재 학부-전공제도에서 행정체계로의 전공을 없애고, 전공주임교수를 없애는 등의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제개편이 어떤 기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학생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 것인지가 될 것이다. 특히 앞서 있었던 학제개편에서 항상 학생들은 이미 결정된 학제개편에 대해 통보만을 받았고, 대학의 구성원 중 하나인 학생들의 의견을 구한 경우가 많지 않았었다. 이번 학제개편의 경우도 김용승 교수가 무리한 학제개편은 없을 것이고,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렇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학교의 다른 구성원(교직원, 교수)들과는 달리 학생은 자신의 학과가 없어지고 변하는 것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일단 대학을 다니는 중에는 커리큘럼의 변경 등으로 전공교육에 피해를 입을 것이며, 졸업 후에는 사라진 학과를 졸업했다는 점에서 후배들과의 연결고리가 없어질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학제개편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가에 있다. 특히나 경쟁을 통해 정원을 재조정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볼 때, 학부교육 선진화의 목표가 어디에 있으며 그에 따라 어떤 평가기준을 마련할지에 대한 문제와 연관된다.
학부교육선진화의 목표는? 그리고 누가 평가하는가?
학부선도제사업은 앞에서 보았듯 일단 연구중심의 대학에서 학부교육 중심의 대학을 만들어간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학부교육을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학’이 처음 생겼을 중세유럽에서는 대학은 교회가 필요로 하는 엘리트를 만들어내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근대에 들어서면서 대학은 막 태동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한국의 대학은 이전까지 사회의 엘리트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현상황에서 대학이 이전과 같이 엘리트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높은 진학률 때문에 사실상 대학교육이 대중교육이 된 상황에서 엘리트 중심의 연구보다는 학부과정만으로 사회로 진출할 학부생에 대한 교육이 중요해짐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학부교육’이 무엇에 목적을 두어야 하는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며, 이와 관련해서 지금 진행되는 대부분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우리를 우려스럽게 한다. 몇몇 대학과 기업은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양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가 가장 노골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이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학문인 경영학, 일부 공학 계열 위주로 학제개편을 진행하고 있고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탄압하고 있다.
가톨릭대의 이번 학부교육선진화사업도 이 같은 목표로 진행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부교육선진화사업을 평가하는 평가위원회는 학계, 연구계, 산업계로 구성된다고 한다. 여기서 산업계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기업을 말하는 것이며, 이에 발맞춰 가톨릭대가 추진하는 사업 자체평가위원회에도 기업인사가 참여하게 된다. 학교측에서는 어차피 받아야 하는 교과부의 평가를 미리 준비하고, 이를 통해 교과부 평가에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하지만 기업인사들의 참여가 결국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학부교육이 움직일 것은 명확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학부교육선진화제도가 중요하게 평가하는 ‘수요자중심’ 항목에서 수요자는 교육을 받는 학생을 1차적인 수요자로 보며, 더 나아가 기업을 2차 수요자로, 사회를 3차 수요자로 본다. 결국 여기서 말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은 단지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이 아니라, 사회적 수요자인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위한 교육이 된다. 일단 학내 평가에서는 학생들의 평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얼마만큼을 차지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고, 더 중요한 평가인 교과부 평가에서 학생의 입장이 들어갈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학부교육은 무엇일까
당장 대학의 학부과정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취업을 위해서는 현재의 대학교육이 이를 완벽히 담당해주지 못해, 학원을 다니며 따로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이 모든 것을 품고 담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중등교육은 사실 올바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그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초중등교육은 대학을 가기위한 예비교육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학원을 가는 등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학을 가기 위한, 수능준비 과정으로 왜곡된 상황이 현실이라고 해서 초중등교육이 사교육과정을 품고, 그 목표에 올인해야 할까? 그래서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더 높게 점수를 받도록’ 하는게 맞는 것일까? 대학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대학의 학부교육이 당장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대학이 그 과정을 끌어들이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학은 결국 취업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인 취업학원에 불과한 것일까?
이제 우리에게 다가 올 학부교육선진화는 우리가 다니는 대학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우리의 대학생활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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