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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그 덫에 걸린 사람들54호/뫼비우스의 띠 2010. 11. 11. 14:02
편집위원 다솜
“성심교지편집위원회에서는 지난 한 학기동안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와 강상구의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를 읽고 세미나를 진행했었다. 이 글은 한 학기동안의 세미나를 정리하는 글로서, 우리의 일상 깊숙이 침투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신자유주의, 그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많은 매체를 통해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들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람의 삶을 지배하게 된 것인지 알기 힘들다. 세계의 모습은 지금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에서는 신자유주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 표면화된 이후 오늘날 세계적 담론과 정책을 주도하는 핵심적 용어인 신자유주의는 주변부 국가들의 통치 이데올로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핵심 국가들의 지배적 경제-정치 논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대신 부를 불균등하게 재분배함으로써 상위 계급의 권력을 회복하거나 새롭게 형성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과정은 기존의 제도적 틀과 권력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행동을 시장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고자 한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는 돈이 통하고 돈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넓게 자리 잡았고 시장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 되어갔다.
‘자유’라는 이름아래 신자유주의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시장에서의 소비생활, 입시․취업 등등의 이유로 죽을 때까지 이어질 생존 경쟁, 그 경쟁아래서 소멸되어가는 소중한 가치들.
자유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소외감을 불안감으로, 그것을 다시 욕망으로 바꿔놓는다. 내가 혹은 내 아이가 뒤떨어지면 안된다는 불안함은 곧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으로 가속되고 있다. 1
소비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들은 단 하나의 기준인 ‘상품성’으로 평가된다. 그것이 없으면 사회적으로 소외를 받는다. 우리는 더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하여 혹은 더 좋은 상품을 사기 위하여 유행을 그대로 좇는 많은 이들을 볼 수 있다. 최근에 이어지는 스마트폰 열풍을 비롯해 핸드폰∙카메라∙자동차 등을 병적으로 자주 바꾸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 있겠다. 또한 흔히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들어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문학 등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학문으로 생각되어서 대학사회에서 덜 중요시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본교를 비롯하여 대학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학부선진화선도사업’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돈이 되면 살려주고 돈이 안 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이렇듯 신자유주의는 학교 경영을 기업 경영과 동일한 맥락에서 바라보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가서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사먹는 이유가 그저 커피 맛이 좋아서가 아닌 그것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더 큰 이유가 있듯이 신자유주의 아래서는 무엇을 소비하든 내가 하는 소비가 나를 나타낸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시장이 절대적인 이 공간에서는 소비가 서열화의 기준이 된다.
입시지옥
2008년 발표되었던 4.15 자율화 조치는 교육에서의 신자유주의화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국가? 기업? 학교? 학원? 부모? 학생?
0교시 금지 조치 해제/수준별 이동수업 금지 해제/심화 보충학습에 대한 지침 폐지/
수능 이후 학원수강, 학교출석인정/촌지와 불법 찬조금 안주고 안받기 관련지침 폐지/
교복 공동구매 권장 지침 폐지/부교재 채택 관련지침 폐지/어린이 신문 단체구독 금지 지침 폐지/
사설 모의고사 허용/방과 후 학교에 사설학원 참여 가능
일제고사만 학생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서의 소비현상에서도 심각하다.
2009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결과
구 분
2007년
2008년
2009년
증감률(차)
증감률(차)
사교육비 총액(억원, %)
200,400
209,095
4.3
216,259
3.4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만원, %)
22.2
23.3
5.0
24.2
3.9
사교육 참여학생 기준
28.8
31.0
7.6
32.3
4.2
사교육 참여율(%, %p)
77.0
75.1
-1.9
75.0
-0.1
주 평균 사교육 참여시간(시간)
7.8
7.6
-0.2
7.4
-0.2
<2009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보면 09년 초․중․고등학교 학생 사교육비 총액은 21조 6천억원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2천원으로 전년대비 3.9% 증가했다.
‘강남엄마’만이 교육열이 높은 것이 아니다.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교육을 위해 여유로운 자리로 회사 보직을 바꾸고, 기러기아빠가 되는 것을 자처하고, 교육족보를 얻기 위한 모임과 입시설명회에 쫓아다니는 등의 일들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 아이만 뒤쳐질 순 없다는 불안감에 모두가 다 사교육에 돈을 쏟아 붓는다. 엄마들이 아무리 제도권에서 탈피한 교육을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해도 옆집 아줌마와 커피한잔하며 수다를 떨다보면 그 의지는 금세 무너지고 만다. 2
요즘은 초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유치원생들부터 국제중학교 입학을 준비하느라 난리란다. 중학생은 특목고, 고등학생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인생 한 방, 수능시험만 잘 보면 운수대통할 것처럼 지나치게 입시에 의존하는 교육이 학교에서건 학원에서건 만연하다.
지난 겨울 방영되었던 KBS 드라마 <공부의 신>은 이러한 욕망을 아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공부의 신> 첫 회에서 강석호(김수로 분)는 병문고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국내 최고 명문대 천하대에 들어가 불평등한 사회의 룰을 바꾸는 사람이 되라고 연설한다. 하지만 천하대 특별반 아이들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교실 속에서 사회의 룰을 바꾸기보다는 그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처세술을 배울 뿐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혹은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둘 중에 무엇이 맞든 신자유주의 시대에선, 살기위해서건 강해지기위해서건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이 드라마는 옳은 교육방법에 대한 논의보다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구조 위에 설 수 있다는 무한경쟁논리를 끊임없이 전파한다.
보편적인 실업
청년실업 100만시대. 신자유주의의 특성중 하나인 ‘유연성’은 노동시장에서도 통한다. 노동유연성은 비정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자신에게 투자한 우리들은 잘 팔리는 상품이 되어 비싼 값으로 그동안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없다. 남은 것 중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선 자기경쟁력을 높여 더 좋은 상품이 되어야한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관리하는 습관과 능력을 키워야한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시간관리>,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 자기계발서적의 끊임없는 인기는 이를 증명한다. 취업을 위한 자기관리가 필수적인 때이다. 토익공부를 비롯하여 다양한 경력을 쌓는 스펙이 내 몸의 소프트웨어를 구성한다면, 취업을 위한 성형수술은 하드웨어를 담당한다.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외모가 취업의 중요요소라고 생각하는 풍속이 짙어지고 있다. 방학을 맞이한 취업성형, 승진․이직성형도 뜨고 있다고 한다. 3 4
학업과 취업 때문에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들마저 또 다른 목적을 위해 영어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토익공부를 하고 있지 않지만 토익공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생각, 회화공부를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한번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 남들 다하는 것들을 하고 있지 않다는 불안함은 언제나 가득하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 그 욕망의 트랙에서 우리들은 달리기를 멈출 수가 없다. 일등이 되려면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결혼, 할 수가 없다
얼마 전 필자는 10대 청소년들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직 미래가 밝은 그들이지만 결혼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하고 싶다,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하고 싶다는 말을 그 자리에 있던 10여명의 친구들 모두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10대의 생각이 이정도인데 20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더 나은 삶을 살 때까지는 기다려야한다.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혼남녀가 결혼 적령기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교육․자아성취․자기개발 등의 이유가 54.9%로 가장 많았고, 소득․결혼비용․고용상태 불안 등 경제적 이유가 31.9%였다. 둘이 만나 하나되는 결혼보다는 개인적인 안위가 더 우선시되는 때이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자기소외’로 인하여 아웃사이더가 계속 증가한다고 한다. 5 좀 더 좋은 학교에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꾸 자기를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스펙을 쌓는데 집중한다. 대학에 다닐 때도 직장에 다닐 때도 그것은 반복된다. 심지어 결혼을 할 때도 남들이 다 하니까 그에 걸맞은 스펙을 쌓고 결혼을 한다. 학교에 다닐 때는 소외를 선택했다가 결혼할 때는 소외를 당하지 않기 위해 타협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또 소외를 가르치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6
필자가 아는 어떤 이가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30살이다. 그의 여자친구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돈도 없어서 프로포즈를 못하는데 여자친구는 그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화를 낸다며 속상해했다.
한편 결혼정보회사에서는 회원프로필에 따라 직업과 학력, 외모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만남을 주선한다. 이른바 ‘배우자지수’로 나타나는 이 등급은 사회적 능력지수(학력과 직업, 연봉), 신체 지수(키와 몸무게, 호감도), 가정환경적 지수(부모님과 형제자매의 학력과 능력)가 합쳐진 것이다. 각각의 지수는 적게는 A부터 F, 많게는 A부터 H등급까지 나뉜다. 고기의 육질에 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사람이라는 ‘상품’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등급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스펙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가진 것 없는 자에게 결혼은 사치다. 7
당신, 출구를 찾을 것인가
이번 11월 11일부터 12일, 이렇게 1박 2일동안 우리나라에서는 '2010 G20 서울 정상회의' 가 열린다. 전 세계 주요 20개국이 참가하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회의로 그 자체만으로도 신자유주의의 정점을 찍을 뿐만 아니라, 이를 준비하는 정부의 모습에서도 국민보다는 시장을 먼저 생각하는 신자유주의 국가를 엿볼 수 있다.
무시무시한 경쟁논리가 나 자신을 비롯해 온 세상 곳곳에 깊숙이 물들어 있다. 경쟁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그저 쉴 곳을 잃어가는 누군가의 인생을 가까이서 바라볼 때 저렇게 살지 않으려면 더 노력해야지, 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고통의 공감보다 더 앞선다면 뼛속깊이 신자유주의에 물들어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신자유주의의 덫에 걸린 채 하루하루 몸 안의 세포들을 다 죽여 가며 살 것인가? 아니면 그 덫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칠 것인가? 당신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 알 수는 없다. 어느 뛰어난 현자라도 이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윈-윈 게임이 아니다. 죄수의 딜레마 이론처럼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에 눈이 멀어 서로 잘 살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는 최악의 결과로 치닫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끝이 있기 마련이다. 얽히고설켜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는 신자유주의의 미로 속에서 출구는 분명히 존재한다. 당신은 출구를 찾을 것인가? 그것은 이제 그대의 몫이다.
- 신자유주의가 앞세우는 자유는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자유 송금, 사적 소유의 자유 등을 의미함. [본문으로]
- 교육열? 사회적 지위쟁탈전?…자녀에‘올인’하는 부모들, 2008-05-27, 한겨레. 참고 [본문으로]
- 아무도 남을 돌보지마라. 엄기호. 낮은산. 51p. 참고 [본문으로]
- ‘취업성형’ ‘승진성형’… 직장인 신풍속도, 2010.08.11, OSEN 참고 [본문으로]
- "벌써 결혼?"... 초혼 5년 늦어졌다, 2010.07.28, 뉴데일리 참고 [본문으로]
- 대학생 35% ‘자발적 아싸’ 2010년 03. 05, 수원일보 참고 [본문으로]
- 신의 배우자 지수는 몇 등급입니까?, 2008-06-19, 주간한국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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