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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어디에 존재하는가78호(2021)/시나브로 2021. 6. 1. 18:03
조우진 수습위원
“마녀 프레임은 박물관에 남겨진 유물이라기보다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곁에서 의사소통에 간섭하는 요소이다.”
-<마녀 프레임: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마녀사냥’은 15세기 이후 유럽에서 기독교를 절대화하여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종교적 상황에서 비롯된 광신도적인 현상을 말한다. 책 『마녀 프레임』에서 언급하듯이 중세에 일어난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중세 후기 교권의 최후, 인권학자들은 민중의 무지몽매한 광기, 계몽주의자들은 전근대적인 미신이 낳은 재난 상황으로 분석한다.1)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에 일어난 ‘마녀사냥’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바로 마녀를 만들어낸 ‘마녀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으로 인해 기독교 성서에서 우호적으로 표현됐던 마녀는 중세 말 신앙을 해치고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존재로 묘사되던 마녀는 한순간에 원천적인 ‘악’으로 묘사되었다.2)
이러한 ‘마녀 프레임’은 중세 이후 형태와 방식을 달리해 변화했으며 현대에도 존재한다.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프레임의 수단으로 대중매체와 뉴미디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 파급력으로 사회가 병들고 있다.
15세기 마녀사냥의 모습 (출처: 네이버 사전) 프레임, 무엇이 문제인가
‘프레임(frame)’이란 ‘틀 짓기(framing)’로 이해할 수 있는데 여기서 틀 짓기란 사물에 대한 경험의 조직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중매체에서의 틀 짓기는 개인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 조직화하는 과정과는 달리 언론이 직접 사건을 이해하는 ‘틀’을 전달한다. 즉, 우리는 언론이 선택, 가공, 편집한 것에 그대로 노출되며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프레임은 객관적인 사실을 언론이 이끄는 방향대로 편집해서 수용하도록 하는 구조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사실’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대중매체의 프레임 효과는 권력 집단과 이익 집단에 의해 '마녀 프레임'으로써 이용된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인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마녀 프레임’을 생성해 대중매체나 뉴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제공한다.
'마녀 프레임'의 역사와 현재
과거 중세 15세기 ‘마녀’의 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시작됐다. 계몽과 근대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인쇄술은 왜 ‘마녀사냥’이라는 원시적이고 비인간적인 살육을 불러왔을까?
이는 바로 프레임의 빠른 전파 때문이다. 15세기의 베스트셀러는 ‘마녀사냥’의 시초가 되는 『마녀의 망치』라는 책이었다. 중세 민중에게는 과학과 같은 계몽주의적인 사상이 아닌 악마에게 계약의 대가로 힘을 얻고 아기를 학살하는 ‘마녀’가 존재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식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마녀의 망치』 같은 극단주의 책이 제일 많이 팔렸다.
이러한 책의 확산 배경에는 당시 권력에 위기를 느끼던 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는 ‘교회 대분열(1378~1417)’1]으로 인해 권위가 실추된 상황이었고, 그들은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 이러한 극단적인 사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부추겨 중세 민중들로 하여금 끔찍한 대학살을 유도한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선동은 민중들에게 마녀는 곧 악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게 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 모습 (출처: 네이버 사전) '마녀 사냥'의 근거로 이용된 책 <마녀의 해머> 표지 (출처: 네이버 사전) 권력 집단이 언론을 조종해 ‘마녀 프레임’의 형성을 부추긴 대표적인 사례는 일제강점기 때 일어난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이다. 1923년 7.9의 지진이 일본 도쿄에 일어났을 때 당시의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과 대처를 하지 못해 사망자와 희생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시 일본의 권력층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식을 전하는 ‘무선소’의 내용을 거짓으로 꾸며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살포했다.”라는 유언비어를 뿌렸다. 이후 이 유언비어는 점차 확대되고 재생산되어 ‘자경단’라는 조직의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수많은 무고한 조선인들을 잔인하게 학살했으며, 일본 경찰과 군인은 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동조하여 당시 일본에 살고 있던 조선인들을 학살했다.3)
'마녀 프레임'은 이익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도 이용된다. 대표적으로 1898년에 일어난 ‘New york World'와 ’New york Journal'의 쿠바 ‘메인호 사건’의 보도가 있다. 이 당시 두 언론은 미국과 스페인의 싸움을 유도하기 위해 위의 메인호 사건을 사실관계의 확인 없이 스페인군의 소행으로 보도해 미국·스페인 전쟁 프레임을 형성했다. 이 두 언론은 신문의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전쟁 프레임이라는 자극적인 주제로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 이후 미국 대중 사이에서 스페인과의 전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나갔고 실제로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언론 재벌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대중을 이용해 전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이끌어 낸 것이다.4)
두 언론사의 1898년도 '메인호 사건' 기사 (출처: 네이버 사전 <누가 메인호를 폭발 시켰는가?> 이러한 '마녀 프레임' 씌우기는 21세기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파급력이 커졌다. 뉴미디어상의 가짜뉴스로 인해 발생한 심각했던 문제는 미얀마의 ‘로힝야족 인종 청소 사건’이다. 이 당시 미얀마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1800만 명이었으며 미얀마인들에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뉴스를 얻고 공유하는 유일한 창구로써 기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얀마에서 오랜 시간 차별받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혐오와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심지어 로힝야와 오랜 갈등을 빚던 버마족으로 구성된 미얀마 정부와 군부는 이러한 가짜뉴스를 처벌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민족인 로힝야를 학살하고 탄압하는데 이용했다. 실제로 지난 8월, 로이터 조사 위원회는 페이스북에 1,000건이 넘는 로힝야와 무슬림들을 향한 인신공격과 부적절한 사진들을 발견했으며 2018년 8월 유엔은 페이스북이 미얀마에서의 로힝야 추방 사건과 결론이 있다고 발표했다.5)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시민
이렇게 우리 사회의 권력자·이익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대중들을 '마녀 프레임'으로 유혹하여 민주사회를 망가뜨린다. '마녀 프레임'은 대중들로 하여금 이성적인 사고를 마비시키고 결과적으로 지배 권력 집단에 순응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녀 프레임'은 한국 사회에서도 위험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2013년에 있었던 ‘유우성 간첩 사건’이 예시이다.6) 탈북화교출신의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했던 유우성 씨는 당시 국정원과 검찰의 증거조작으로 인해 ‘종북’과 ‘간첩’으로 몰려 기소되었다. 당시의 검찰과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간첩이라는 프레임은 언론의 보도로 인해 더욱 확산되어 사회적인 매장을 당했다. 이후 유우성씨는 재판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자신의 일터와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어버렸다.7)
이처럼 '마녀 프레임'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시민성을 약화시키고 피해를 야기한다. 따라서 우리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중매체의 보도, SNS, 유튜브 등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아닌 능동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여 왜곡 보도와 편향 보도를 배격해야 한다. 기형도 시인이 쓴 ‘홀린 사람’에서의 대중은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수동적인 대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모습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는 ‘시민’으로써의 삶을 추구해 우리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
사회자가 외쳤다
.....(중략).....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홀린 사람>, 기형도
<각주>
1] 교회 대분열(1378~1417)은 교황이 로마 교황청을 프랑스의 아비뇽으로 이전한 사건으로 인해 1409년 이후, 요한 23세, 베네딕투스 13세,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2세라는 3명의 교황이 저마다 교황권을 주장하고 나섰던 사태를 가리킨다.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ys
<출처>
1) 이택광, 『마녀 프레임: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자음과 모음, 2013, 5쪽
2) 이택광, 『마녀 프레임: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자음과 모음, 2013, 9쪽
3)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다음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65XX57200006>
4) 한승동, 『미국-스페인 전쟁 도화선 된 아바나만 미 해군함정 폭침』, 2006.02.09.,한겨례,<http://www.hani.co.kr/arti/BOOK/101118.html>, 마지막 검색일: 2021년 4월 3일.
5) 『로힝야: 페이스북, '미얀마 폭력 사태에 영향 미친 것 인정한다'』, 2018.11.07.,BBC 코리아,<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6120657>, 마지막 검색일: 2021년 4월 13일.
6) 표창원, 『단도직입』,한겨례,< https://opinionx.khan.kr/5297>
7) 장예지, 『법원 “‘간첩 조작’ 피해자 유우성 가족에게 2억3천만원 배상하라”』,2020.11.12.,한겨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9657.html>, 마지막 검색일: 2021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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