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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펴내는 글78호(2021)/펴내는 글 2021. 6. 1. 15:26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미국 나사에서 근무했던 흑인 여성 노동자들을 재조명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캐서린 존슨’은 최초의 유인인공위성 프렌드십 7호 발사 프로젝트에 전산원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캐서린은 그의 눈부신 실력으로 궤적 계산을 완성해냈지만, 일개 전산원은 보고서를 제출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계산식을 작성한 간단한 서류에도 전산원의 이름을 적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엘런 셰퍼드가 로켓에 타기 전엔 우주로 나갔던 미국인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 이름은 최초로 우주에 나간 해군 파일럿으로 영원히 기억되겠죠.”
공식적인 보고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캐서린. 로켓 발사에 큰 공헌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무수한 인물들.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못한 ‘비공식’의 이야기는 기억되지 못하고 주류에 휩쓸려, 결국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요?
비공식(非公式):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사로운 방식
성심교지편집위원회는 성심교지 78호에 곳곳에 존재하는 히든 피겨스.
즉, ‘비공식’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공식적으로 수용되지 못하는 학생들의 주장.
비대면 상황에서 사사로운 문제로 고려되는 장애학생의 수업권.
수도권 공식 밖의 비수도권 대학가의 문제.
법과 제도 밖에 존재해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와 쪽방 거주자.
사회 앞에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된 현대인의 번아웃까지.
추후에 캐서린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우주왕복선 계획에도 참여하며
결국 보고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수학자 캐서린 존슨, 그 이전에 수많은 비공식의 전산원들이 있었습니다.
비공식이라 칭해지는 것들은 선명히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정되지 않아 가려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비공식들이 모여 그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면 세상은 조금 더 확장될 수 있습니다. 마치 인류가 지구 밖 우주에 도달한 것처럼.
우리의 비공식이 해일이 되어 원하는 세계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 또한 부단히 물보라를 일으켜야 합니다.
같은 미래를 향한 항해에서, 그 출항을 <성심>이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장 김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