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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 우리에게 가장 치열했던 존재.77.5호(2021)/참여마당 2021. 2. 26. 14:32
김애정 심리학과 20
어둑어둑한 밤을 가로질러, 해가 떠오르기 직전 두 발로 학교를 나온다. 차가운 공기지만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공기. 하루가 지나가고 새 하루가 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인 순간을 보내며 나아온다.
치열한 삶의 흔적인 쓰레기만을 남긴 채.
누군가의 도전적인 삶으로 인한 흔적들. 쓰레기.
한 사람의 아침 밥, 점심 밥, 저녁 밥이 되었던 것.
아메리카노를 마신 테이크아웃 컵.
친구들에게 따뜻한 연말을 보내라고 선물을 포장한 포장지.
쓰레기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을 남겨 준 존재다.
고마운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익만 챙긴 채, 그들을 쓰레기통으로 무자비하게 던져
버리지는 않았는가.
나에게 따스한 기억을 주었던, 쓰레기에게
나 또한 바람직한 작별 인사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쓰레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분리수거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우리는 친절하게 대해 준 사람에게
그 은혜를 갚고 싶어 한다.
또한 남에게 받고 싶은 행동을
자신이 먼저 나서서 하려고 한다.
그러나 쓰레기는 말을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받은 고마움의 기억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그들의 마지막이 가치가 없어지지 않도록,
시작이 아름다웠듯이
끝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