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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호 펴내는 글77.5호(2021)/펴내는 글 2021. 2. 26. 08:31
매년 신입생들에게 주변인들이 종종 건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입시 결과, 가톨릭대학교의 평판, 취업률 등등. 학교 문을 제대로 열지도 않았는데 들려오는 이야기에 혼란스러움을 느낍니다. ‘대학만 가면’ 자유롭다던 사람들의 말과 다르게 여전히 우리는 평가 안에 갇혀있습니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던 ‘대학생’은 어떤 모습이었던 것일까요?
동기들과 교정을 거니는 대학생, 자체 휴강·공강을 즐기는 대학생, 술 마시며 노는 대학생?
이런 모습이 떠오른다면 주변에서 대학생을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이겠습니다. 마음껏 놀고, 즐기는 ‘자유’의 상징, ‘대학생’. 그러나 이마저도 ‘한정된 자유’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학점, 스펙, 자격증’ 등 ‘현실적’인 것들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니까요. 상위(上位)의 자유처럼 여겨지던 대학생의 자유에서도 제약을 마주합니다. 물론 매시기마다 한정된 자유 아래 자라왔기 때문에 무엇이 상위(上位)의 자유인지 명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정된’ 자유 그 이상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주변의 평가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의 깊은 고민이 가능한 삶, 그에 따른 도전이 가능한 삶.
즉, ‘이상’을 마음껏 펼쳐봐도 되는 자유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상’은 주류의 시선에서 봤을 때 ‘환상’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환상: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늘 환상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려는 사람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그들은 ‘현실’과 ‘안정성’을 근거로 환상이 헛된 것이라 단정합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혹은 도전하는 와중에 들려오는 이야기에 자신의 환상이 그릇된 것일까 두렵고 걱정도 되겠습니다. 그러나 현실과 안정성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현실=안정성’, ‘이상=불안정성’이라고 나누었을 뿐입니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현실’은 실제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성심은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깨고, 기존의 가능성을 뛰어넘으려는 개개인의 환상이 무엇보다 헛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의 환상이 기존의 틀과 현실을 바꾸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언제든 자신이 가진 환상의 문을 열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문이 자주 열릴수록 사회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리라 믿습니다. 성심의 77.5호가 그 문을 여는 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1년, 여러분의 환상이 만들어 낼 가톨릭대학교와 사회의 찬란한 모습을 기대하며 인사를 마칩니다.
편집장 김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