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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변화라고 해서 원치 않는 변화리라는 법은 없다.”
2019년 말 성심과 신년인터뷰를 함께한 미래학자 박성원은 “앞으로의 미래는 전·원·불의 속성을 가질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전례에 없고, 예측불가능하며, 원치 않는 변화라는 말입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달 뒤 코로나19 위기가 발발했습니다. 미래는 정말 디스토피아일까요? 우리는 어찌할 수 없는 변화에 흐름에 휩쓸리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까요?
코로나는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라 세상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자 등록금 반환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드러난 문제는 ‘내가 낸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이 등록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왜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등록금은 시설이용료인지 수업료인지. 왜 학과별로 다른 ‘차등등록금’이 책정되는지. 360만원이라는 산정기준은 뭔지. 쌓아둔 적립금은 언제 사용하려는지 등. 누적되어 있던 대학의 문제들이 코로나라는 위기로 인해 공론테이블에 오른 것입니다. 2020년의 등록금반환요구는 대학의 의사결정구조를 전환하라는 요구가 되고 있습니다. 대학생은 학사제도를 통보받는 소비자가 아니라 교육정책을 함께 논의할 파트너가 되어야합니다. 이것이 가능해 질 때 코로나로 인한 위기가 아니라 ‘대학의 위기’라는 고질적 병폐를 풀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도하지만,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전례없는 것인 만큼 당도할 곳도 이전과 다르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전 영역에 걸친 대전환이 요구됩니다. 그 전환은 위기 앞에 드러난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풀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길이어야 합니다. 성은 이번에 기후위기를 직시했습니다. 윤택한 삶을 위해 무분별하게 자연을 개발한 결과 삶을 영위할 터전까지 망가졌다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경제성장만 된다면 다른 건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가치가 전환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대안은 환경보호가 아니라 관념을 뒤집는 일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특집:대전환>을 주목하셔도 좋습니다.
전환에는 고통이 따른 다는 말을 절감합니다. 성심이 2020년 신년특집으로 준비한 <미래워크숍>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습니다. 큰 기대를 하셨던 학우분들께 유감의 말씀을 전합니다. 전환의 기로에서 여러 가지 시도도 해보았습니다. 오프라인으로 교지를 만나보지 못할 학우들을 위해 e-book을 제작하여 온라인 선발간을 진행했습니다. 아직 미숙하지만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전달법도 사용해 보았습니다. 줄어든 재정상황을 고려하여 지면교지는 페이지수와 발행 부수를 대폭 줄였습니다. 이에 학우분들께서 더욱 신뢰하고 교지편집비를 내실 수 있도록 감사시스템을 재정비했습니다. 누군가는 유튜브의 시대에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심은 여전히 글로 써낸 힘과 변화를 믿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미래에 당도할 수 있도록 진보적 담론을 생성하는 것. 그것이 성심의 미래입니다.
편집장 엄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