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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겐 출산의 선택이 없나요?73호/여성에겐 출산의 선택이 없나요? 2018. 11. 28. 22:21
여성에겐 출산의 선택이 없나요?
함하늘 부편집장
지난 2016년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에서 만들었던 <대한민국 출산 지도>를 아십니까? 전국의 가임기 여성 수를 지역별로 표시하고, 전국 순위까지 볼 수 있는 지도였습니다. 당시 논란이 거세지자 행자부는 자료 제공을 중지하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1968년생부터 1998년생까지 출산력 조사 해당자를 중심으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출산력조사는 왜 논란이 되고 있을까요? 행자부에서 실시하는 조사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출산력 조사란?
출산력 조사란 정부가 196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사입니다. 3년을 주기로 가임기 여성을 직접 만나 조사하는데 이때 조사하는 ‘출산력’(fertility)이란 특정 사회의 가임기 여성이 얼마나 아이를 낳는지를 의미합니다. 정부의 인구, 보건, 복지, 저출산 분야의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만드는 것이 조사의 목표입니다. 출산력을 조사할 때는 임신 횟수, 피임 여부, 산전 검진 여부, 분만 등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을 고려합니다.
논란은 ‘출산력’이라는 용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출산력은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생물학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쳐 여성 비하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여성은 아이를 낳는 기계가 아니다.’ 라는 비난 여론으로 인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관계자는 “차기 조사에서는 전문가와 통계청의 자문을 받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조사명칭과 내용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5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역할 ‘여성’
지난 8월 “1968~1998년 출산력 조사 해당자이십니다, 연락주세요.” 라는 짧은 메모가 적힌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실태 조사> 안내문이 우리들에게 왔습니다. 조사의 대상자임을 알리는 이 종이는 대상자가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문 앞에 붙어져 있었습니다. 이는 집에 여성이 살고 있다는 확증이 되므로 범죄의 표적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여성을 상대로 범죄 행위가 증가하는 상황 속에 이런 행위는 여성들의 불안을 더욱더 증가시켰습니다.
또한 설문지의 한 문항도 논란이 되었습니다. 바로 출산력 조사의 5번 문항입니다.
믿겨지시나요? 2018년의 설문조사 내용입니다. 이 문항에서는 가부장적 내용을 담은 견해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출산력조사가 시행 된지 50년이 넘는 시간 속에 조사의 문항은 50년간 단 한 발짝도 진보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보사연이 발표한 출산력 조사 중 조사를 행하는 이유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은 비단 여성만의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여성들의 비임신 선택은 강요할 수도, 심리적으로 회유할 수도 없습니다.
내 몸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다.
여성을 단순히 아이를 낳기 위함으로 존재하는 듯한 구시대적 질문들에 이어 또 하나의 설문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낙태 수술을 ‘부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시술 의사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인공임신중절(낙태) 설문조사 문항이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제기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성계에서는 이런 질문 설계 자체가 ‘임신중절=생명 경시·성 문란’으로 보는 기존 보수적인 인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설문지에 여성의 건강권 문제가 제대로 담기지 않은 점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인공임신중절을 받게 해달라.’는 것인데, 설문지는 이런 요구를 빼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설문 문항에는 낙태 경험 여성에게 ‘자궁 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성 유산, 불임 등 신체적 증상’과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자살 충동 등 정신적 증상’등을 겪었는지만을 묻고 있습니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낙태죄 때문에 여성의 건강권이 어떻게 침해당하고 어떤 건강상의 위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지 않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임신중절이 합법화되었을 때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 향상과 더불어, 현실적인 성교육과 피임문화가 조성되어 낙태가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낙태죄 폐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OECD 37회원국 중 단 5곳만이 사회·경제적 이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그 중 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여성의 역할? 오로지 나!
왜 우리는 대한민국 출산 지도, 출산력 조사, 인공임신중절 설문지에 분노하는 걸까요? 여성을 단순 ‘아이 낳는 기계’ 취급하는 듯 느껴지는 조사 명칭, 내용들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유일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성이지만 아이를 낳을지 안 낳을지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여성에게 있습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이지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해온 지난 세월, 그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너무나 많은 것들을 희생해온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단순합니다. ‘내 몸에 대한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것.’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이 당연시되지 않는 사회는 정상적이라 말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인용 출처 : 정현용,여성비하 논란 부른 ‘출산력’ 안 쓴다, 2018.09.05.,서울신문,<http://naver.me/54MXkGnJ>마지막검색일 : 2018년 11월 05일.
낫또,여성=아이 낳는 도구? 끊이지 않는 국가적 여성혐오,2018년9월10일,고함20,<http://www.goham20.com/57694/>마지막 검색일:2018년 11월 05일.
이지원·이지연,[뉴스줌인]가임기 지동 이어 ‘출산력 지도’까지.. 1960년대 수준의 조사에 “와글와글”,2018년 09월 18일,DAILY POP,< http://me2.do/FTS0ZTvP>마지막 검색일:2018년11월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