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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도 괜찮아73호/우울증도 괜찮아 2018. 11. 28. 22:03
우울증도 괜찮아
함하늘 부편집장
한 번 뿐인 세상살이가 왜 이리 힘이 드는 건지. 남들은 잘 살아가는데 나만 세상에 적응하지 못 하는 것 같아 힘들던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얘기 할 수 없지만 이제는 무던히 살아가는 중이다. 이 글은 가족과도 같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이며, 당신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혼자 아파하지 말라는 작은 위로며 상당 부분 mbc라디오 ‘우울증도 괜찮아’를 참조하였다.
우울감과 우울증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많은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 실수를 했을 때, 시험을 못 봤을 때 등 그 순간에 우울하고 슬프고 기분 나쁜 감정을 느낀다. 이런 감정이 짧게 지나간다면 우울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2주 이상, 혹은 그 이상으로 내 모든 정서들이 우울함 쪽에 맞춰져 있다면 우울증이라 볼 수 있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우울한 감정, 삶에 흥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먹는 것의 문제, 자는 것의 문제, 부정적인 사고, 죄책감, 자해의 증상도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오래도록 지속이 된다면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요?
국가 수준에 상관없이 어떤 나라든 우울증은 질병부담률이 1위이다. 그 이유는 우울증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울증은 결코 가벼운 질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평생 우울증에 걸려 병원에 가는 비율은 5%에 이른다. 환자가 적어서가 아니라 아파도 정신과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스스로도 꺼려지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정신병원을 방문하기 꺼려했던 가장 큰 이유는 타인의 시선 때문이었다. 그보다 더 무서웠던 건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친구는 우울증을 인정하기도 싫었고 죽을 용기도 없었고 병원을 다닐 용기도 없었다. 나의 친구는 끊임없이 자신의 상태를 의심하면서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다른 우울증환자들은 더 심하던데? 나정도면 우울증까지는 아니겠지, 가끔 행복할 때도 있는데 내가 설마 우울증에 걸렸겠어? 난 매일 우울하진 않아.”라며, 친구는 낮아진 자존감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와 애인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집착은 끝은 관계의 불화로 이어져 또 다시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혼자서 참지 말기
친구에게 우울한 날들이 이어져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삶에 지쳐갔고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우울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심리 상담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우울증, 자살 예방 무료 복지프로그램이 되어있는 곳들이 많다. 친구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통해 거부하기만 했던 병원치료도 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상담과 병원치료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울증은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전문적인 상담과 병원치료는 친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지만, 우울한 생각은 멈추게끔 도와줬다. 우울한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친구의 삶은 훨씬 살만해졌다. 그러니 부디 혼자서 참지 말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길 바란다.
내 안의 노력
친구는 우울한 본인을 인정하기 힘들어했다. 자아 부정은 더 큰 우울함을 가져왔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외부치료를 통해 우울한 생각에 깊게 빠지지 않게 되었지만 이따금 우울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친구는 스스로 우울함을 잊어보려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들이지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음악듣기 : 음악은 기쁠 때 더욱 기쁘게 해주고, 슬플 때는 더욱 슬프게 해준다. 현실을 잊게끔 만들어주기도 한다. 어떤 음악이든 상관없다. 미친 듯이 신나는 노래도, 더욱 우울하게 만들어 주는 노래도 고요한 적막 속 보다는 좋았다.
○몰입하기 : 무언가에 몰입을 하게 되면 현실을 잊게 해준다. 예를 들어 책에 집중하게 되면 어느 순간 현실을 잊게 되고 이야기 속 세상에 빠져든다. 또 한동안 여운에 빠져 현실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이 버거운 현실을 지탱하게 만든다.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자.
○라디오 듣기 : 라디오는 하루 종일 진행되는데 시간대에 따라 방송종류가 다양하다. 이른 아침에는 하루의 시작을 응원하는 방송, 점심쯤에는 활기차고 신나는 방송, 저녁쯤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듣는 방송, 새벽에는 하루 마무리를 함께하는 방송들이다. 다양한 시간대의 라디오를 들으며, 또 다양한 사연들을 들으며 친구는 세상에 혼자만 남겨져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일과 다양한 사람들로 꾸려진 이 세상에 나도 속해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운동하기 : 운동에 집중 하다보면 잡생각이 운동을 끝낸 직후에는 그 개운함과 상쾌함에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그리고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우울증도 괜찮아
이 글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mbc팟캐스트 ‘우울증도 괜찮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울한 것을 얘기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꺼려지는 분위기가 문제다. 우울증은 병이다. 내가 노력한다고 나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혼자서 이겨내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잘되는 경우도 있지만 점점 더 병을 키워나가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울증은 내 나약한 의지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울증이란 병을 꺼려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당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아주 많다는 사실은 알아주길 바란다. 우울증도 얼마든지 말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