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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도입’과 교수인듯 선생아닌 스승같은 ‘시간강사’73호/‘강사법 도입’과 교수인듯 선생아닌 스승같은 ‘시간강사’ 2018. 11. 28. 16:05
‘강사법 도입’과
교수인듯 선생아닌 스승같은 ‘시간강사’
권대옥 수습위원 ok4u1445@naver.com
<나는 시간강사다>
“교수님, 질문 있어요!” 한 학생이 수업이 끝나고 나를 부른다. ‘교.수.님’이라는 세 글자가 아직 머쓱하다. 나는 교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수라는 호칭이 쑥스러운 시간강사다. 이 학교에서 3학점짜리 전공기초과목을 하나 맡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도 3학점짜리 전공심화과목을 담당한다. 질문을 받아주고 싶지만, 점심을 해결하고 타 대학으로 수업하러 얼른 넘어가야 한다. 학생에게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고 서둘러 학교를 떠난다.
학부생 시절, 흥미로운 전공과목 덕에 교수라는 꿈이 생겼다. 대학은 ‘고등학문의 요람’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공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님들이 부러웠다. 이들은 지적이고 품격있는 지성인이었다. 학문에 매료된 나는 교수님을 좇아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커져가는 학비의 부담 속, 꿈을 향해 수업을 듣고 논문을 썼다. 그리고 ‘박사님’이 되었다.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교수 임용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시간강사 자리 역시 ‘빽’없이 들어가기 힘들었다. 일단 굶지 않기 위해 시간강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이 조차 운이 좋다고 했다. 나는 학교와 강의에 대한 단기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강단에 섰다. 방학 내내 강의안을 작성하고, 수업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나 한 달 월급은 약 65만원에 불과했다. 수업 준비에 투자한 시간, 시험지 채점에 걸린 시간은 급여로 환산되지 않았다. 한 학기가 끝나자 내 손에 쥐어진 돈은 256만원이었다.
방학이 되자 백수가 되었다. 계절학기 수업을 맡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 학기부터는 다른 학교에서도 추가적으로 강의를 진행할 것이다. 연구 실적을 위해 우수한 논문을 지속적으로 써야 하지만, 늘어나는 강의 탓에 연구할 시간은 줄어든다.
때마침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도입된다고 한다. 이 학교 저 학교 강의를 팔러 다니는 ‘장돌뱅이’인 나를 ‘교원’으로 불러준다니 감개무량하다. 하지만 여러 걱정이 스친다. 교원이라는 직함이 정말 강사들에게 이로울까? 시간강사에 주는 비용이 늘어나면, 수지를 맞추기 위해 누군가는 학교를 떠나야 하지 않을까? 결국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강사법 도입, 카운트다운>
2003년 5월, 서울대학교 시간강사 백준희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백씨는 저임금과 고용상의 불안을 호소했다. 이를 계기로 비정규직 대학교수노동조합은 교육부에 급여, 복리후생, 법적신분차별 개선대책 촉구 진정을 제기했다. 정부와 국회는 미온적이었다. 이후에도 시간강사들의 자살은 이어졌다. 2008년에는 건국대학교 시간강사 한경선씨가, 2010년에는 조선대학교 시간강사 서정민씨가 교수사회로부터의 갑질과 채용비리 등을 호소하며 세상을 떠났다.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최초의 강사법이 발의되었다. 강사법에는 시간강사를 학교 직원으로 인정하고, 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명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법안 시행은 쉽지 않았다. 대학은 재정부담을 호소했다. 시간강사 역시 ‘실질적인 처우개선은 빠져있다’며 불완전한 강사법에 반대했다. 결국 강사법은 2011년 국회 통과 이후 지금까지 유예되었다.
유예는 현상유지를 뜻했다. 시간강사들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강의를 이어갔다. 학생들은 늘어나는 비전임교원 비중에 수업의 질 저하, 체계적인 상담의 부재 등 여러 문제들을 호소했다. 시간이 흘러 올해 9월, 강사법 합의안이 도출되었다. 시간강사 측, 대학 측, 중립위원으로 구성된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가 합의안을 낸 만큼 내년도 도입이 유력하다.
<아직은 환영받지 못하는 ‘2019 강사법’>
이번 강사법의 특징은 경제적 처우 개선과 사회적 처우 개선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경제적인 처우 개선으로는 1년의 고용보장 및 방학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계약 체결 후 시간강사는 1년 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인 처우 개선으로는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있다. 이들에게 4대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며 이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던’ 시간강사에게 법적으로 노동자 신분을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사법 도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대학은 시간강사들에게 지급할 임금 부담 상승과 4대 보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신규 시간강사 채용을 줄이고, 교수에게 추가적인 수업시수를 할당하거나, 강의 통폐합을 추진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간강사들은 이 부메랑이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한다. 결국 시간강사 수를 줄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통계와 인터뷰로 본 가톨릭대와 시간강사>
‘1097.5’.
2016년도 2학기 기준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시간강사 강의담당 학점들의 총합.
숫자 비교
‘244' vs '310'
2018학년도 기준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전임교원 총인원 수 대 시간강사 총 인원 수
‘52000’
2018학년도 기준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강사 평균 강의료 (시간당 지급기준 단가)
가톨릭대 재학생은 시간강사를 피할 수 없다. 많은 시간강사들이 수업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수업은 교양, 중핵, 전기, 전선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강사법 도입은 학교만의, 시간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심>은 햇수로 약 8년 가까이 가톨릭대에서 강의를 맡고 계신 시간강사 A씨를 만났다. A씨는 강사법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학교의 시간강사 처우에 대한 아쉬움을 조심스레 토로했다.
인터뷰
<성심> : 강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시간강사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교원으로 인정할 방침입니다. 명칭의 변화에는 어떠한 시사점이 있을까요?
<A강사> : 강사들을 ‘교원’으로 불러주겠다는 점은 프리랜서, 무소속의 이미지가 강했던 강사들을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해주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학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학교가 강사들에게도 여러 잡무를 맡기거나 간섭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된다는 점이므로 우려스러운 부분 또한 존재합니다.
<성심> : 학기 단위로 계약하던 현재와 달리 1년 이상의 임용이 법제화됩니다. 시간강사들의 처우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A강사> : 사실 처우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본다면, 입법 전후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6개월 단위의 계약이 1년으로 늘어나고, 최장 3년까지 늘어난다고 강사들의 삶이 크게 달라질까요? 방학 중 임금 지급도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학교가 무노동으로 임금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학교는 그 기간 동안 여러 업무를 맡길 것이고 이를 어찌보면 ‘볼모’로 삼아 향후 계약에 반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심> : 시간강사들 사이에서도 강사법에 시행에 따른 대규모 강사 해촉 우려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딜레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강사> : 충분히 공감합니다. 학교는 강사 신규 계약을 줄이고, 기존 전임교원(정교수)들에게 강의 시수를 늘리거나, 강의전담교수 등 비정년트랙 교수를 신규채용 할 수 있겠죠. 따라서 강사법 시행이 신진 강사들의 등용문을 좁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심> : 통계자료를 보면 시간강사가 강의료만으로 일상생활을 버텨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처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강사> : 많은 시간강사들이 번역을 하거나, 여러 학교에 출강하며 부수입을 올립니다. 저 또한 번역을 틈틈이 하고요. 가족이 있는 경우, 시간강사를 ‘가장’의 직업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성심> : 가톨릭대에서 시간강사에게 제공하는 편의 혜택이나 배려가 있나요?
<A강사> :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30권, 최장 3달 간 빌릴 수 있다는 점은 큰 도움이 됩니다. 강사들을 위한 휴게실이 있으나, 학교에 오래 있을 이유가 없는 저 같은 강사들에게는 갈 일이 없습니다. 많은 강사분들이 이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심> : 가톨릭대 시간강사 처우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강사> : 기말시험이 있는 주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시험감독 및 수많은 학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하는 것도 교수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교에서는 ‘2년짜리 시간강사’인 강의전담교수라는 비정상적인 비전임교원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사법 시행 이후의 시간강사는 ‘1년짜리’ 강의전담교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대가 시간강사를 바라보는 시선>
2017년 8월 가대톡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가대톡에는 수업에 관련된 안내사항 공지를 위해 수강하는 수업마다 채팅방이 자동으로 개설된다. 그런데 학생들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교원과 학생들의 목록이 뜨는 대화창 멤버목록에 비전임교원들을 ‘시간강사’라고 표기했기 때문이다. 교원을 의도적으로 차등화해 표기하는 학교 행정에 많은 학생들이 당황했다. 가르침에 ‘급을 나누는’ 학교의 시선이 드러난 것이다. 학교는 곧 비판 여론을 수렴하여 시간강사와 전임교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교수’로 표기하게 되었다.
학교는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만 차등화한 것이 아니다. 강사 안에서도 급간을 나눈다. 본교는 ‘특A강사’제도를 운영 중이다. 6년간 4편 이상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 강사들을 ‘특A강사’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타 강사보다 높은 강의료를 지급한다. 종강 이후 재계약 여부 심사나 각종 편의 제공에는 ‘학교 소속이 아니다’는 이유로 인색하면서, 학내에서 연구 실적을 강사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은 이중적이다. A강사는 “인문학의 경우, 교수가 아닌 강사들의 논문은 학계의 텃세 탓에 학술지에 쉽게 통과되지 않는다.”면서 특A강사 제도가 강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함을 이야기했다.
또한 인터뷰에서 A강사가 언급했듯이 기말시험이 있는 주에 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 역시 모순적이다. 시험감독과 시험지 채점 역시 강사의 몫이자 수업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시간강사, 대학의 외주화와 민주화 사이>
전국의 대학들은 신임 정교수 채용에 인색하다. 가톨릭대 역시 마찬가지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출되는 인건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전임교수의 감소는 학과의 존폐 위기가 된다. 종교학과의 경우 전임교수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자 신입생 미모집을 통보받았다. 내년부터 전임교수가 단 두 명에 그치는 사회학과 역시 지속적인 교수 충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는 이를 묵살중이다.
결국 교수들의 빈자리는 시간강사들로 대체된다. 이는 기초학문 교육을 학교 소속이 아닌 외부 시간강사에게 맡기는 ‘대학의 외주화’를 공고히 한다. 강사법이 시행되더라도 대학의 외주화를 막을 수 없다. 계약기간이 정해진 교원인 시간강사가 실질적인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외주화의 가장 큰 문제는 교수, 강사, 학생의 파편화이다. 학교 소속인 교수와 계약직인 강사와의 학문적 교류는 불가능에 가깝다. 학생 역시 강사에게 상담을 요청하기 어렵다. 강사 또한 상담에 응하기 어렵다. 학생과 상담할 수 있는 공간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강의 시간으로만 급여를 받는 강사에게 ‘무급’인 학생 상담을 강제할 수 없다. 교수, 강사, 학생이라는 공고한 차이는 서로간의 대화의 실종을 가져온다. 후학 양성이 줄어들며 학문의 토양이 사라지는 것이다.
대학의 주인은 학교에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모든 구성원이다. 따라서 시간강사에게도 이에 걸맞는 존중이 필요하다. 이는 강사법이라는 법안으로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강사를 대하는 학교의 태도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시간강사가 진정한 학교의 구성원이 될 때, 대학의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