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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내는 글71.5호(18새내기) 2018. 4. 2. 00:30
71.5호 펴내는 글
첫 만남, 새 출발, 새 시작. 온통 새로운 것들로 가득할 대학입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는 것은 언제나 기대와 걱정을 동반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기대하고 대학에 오셨나요? 또 그 시작에 앞서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표지에서 나타나듯이 교지가 바라본 대학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기도 한 공간입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기나긴 입시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어찌보면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자유로움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그런건 대학가서 해도 돼’에서 ‘그런 것’을 맡고 있던 것들은 물론이요, 그 외의 것들도 만들어서 할 수 있는 곳이 대학입니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에 달려 있고, 누군가 나서 제제하는 일 또한 없습니다. 그래서 대학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무엇을 하든간에 한편의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내가 지금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든, 그것이 취업 · 학점 · 스펙과 연결이 되지 않으면 모두 ‘쓸데없는 짓’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많은 이들이 동아리 활동 보다는 취업준비를, 술 마시는 것 보다는 높은 학점을, 아싸보다는 인싸를 권유하는 하고, 이내 그 권유는 걱정이 되어 나의 출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실은 대학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그러합니다. 20살은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자유가 주어지는 나이입니다. 이제까지 ‘미성년’이라는 단어에 갇혀있었지만, 드디어 그 제약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하고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하라는 강요 아닌 강요에서 자유로운가요? ‘무슨 일을 하든 네 자유야’라고 말하곤 꼭 뒤에 덧붙이는 사족이 깁니다.
내가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조차 이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전 까지는 한눈 팔지 않고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만 할 것을 요구받아 왔다면.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밟고 올라서는 것을 몇 년째 학습해 왔다면. 이제와서 갑자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약자와 연대하고, 부당한 것에 목소리 높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에 무관심한 xxx’라니. 어쩐지 억울합니다. 이쯤되면 순순히 따라주기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니, 하라는대로 하면 되는거 맞음?”
모두가 해야하는 일에만 주목할 때, 누군가 한 명 쯤은 하고싶은 일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어야 공평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아마 우리는 더 살만해 질 것이라는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성심 교지의 이번 새내기호는 그 시작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저 또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풀어낸 첫 인사를 마치며 폴 발레리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가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2018년의 가톨릭대는 여러분덕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기를 고대하겠습니다.
편집장 엄아린